‘상임위원장 독식’ 발상, 너무 나갔다
  • 성병욱 / 세종대 교수·언론홍보대학원장 ()
  • 승인 2009.12.22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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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대치로 ‘불임 국회’가 계속되면서 국회 상임위원장의 다수당 독점 체제 환원 논란이 돌출했다.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책임 정치 구축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그 필요성을 제기했고, 야당은 권위주의 회귀적인 비민주적 발상이라며 날을 세우고 있다.

우리나라에 정당 정치의 면모가 갖춰진 1954년 3대 국회 이후 국회는 다수당인 집권당이 주도하는 체제로 운영되어 왔다. 위원장은 모두 다수당 차지였고, 국회의장단은 1963년 6대 국회 이후 복수의 부의장 중 1명을 제1 야당에 할애했을 뿐이다. 34년간 지속되던 국회 상임위원장의 다수당 독점이 정당 간 안배로 바뀐 것은 1988년 13대 국회부터다.

때마침 민주적인 현행 헌법으로의 개헌이 이루어지고 정치·사회의 민주화가 진전되었지만, 민주화가 이러한 변화의 배경은 아니었다. 집권당인 민정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데 실패한 것이 상임위원장을 안배할 수밖에 없게 된 직접 원인이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정당 간 사전 협상을 통해 안배하지 않으면 야당들이 연합이라도 할 경우 과반 의석을 못 얻은 제1당이 상임위원장 자리를 모두 잃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총선거에서 어느 정당도 과반 의석에 미달하는 여소야대적 상황이 16대 국회까지 지속되면서 위원장 안배도 관행화되어갔다. 17대 국회에서 열린우리당, 지금 국회에서 한나라당이 절대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도 불편을 감수하며 계속 상임위원장을 야당과 나눈 것은 이 새로운 관행 때문이다.

지금 한나라당이 이 관행을 더 이상 못 견뎌하고 있다. 몇몇 야당 출신 상임위원장의 외고집과 의안 심의 방해로 입법 등 의안 처리가 지지부진해 정부·여당의 정책 수행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독선·횡포라는 비난을 들을 정도로 도를 넘게 의안 심의에 걸림돌이 되는 야당 출신 위원장들이 꽤 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와 환경노동위원회는 아예 ‘불량 위원회’로 불릴 정도이다.

이렇게 반대를 위한 반대, 여야 격돌이 일상화된 우리 국회의 후진성을 감안하면 여당 원내대표의 주장도 전혀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 더구나 상임위원장의 다수당 독점은 일부의 주장처럼 정치의 민주화와는 무관한 사안이다. 선진 민주 국가에서도 미국이나 영국 같은 양대 정당 체제에서는 과반 의석을 확보한 다수 정당이 의회의 위원장을 모두 맡는다.

그러나 20여 년간의 안배 관행을 깨는 데는 큰 부담이 따른다. 17대 국회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도 위원장직을 다른 당에 나눠줬던 현 야당으로서는 기득권을 빼앗으려는 한나라당의 시도에 격렬히 맞설 이유와 명분이 뚜렷하다. 이같은 야당의 극렬한 저항을 지금의 한나라당이 과연 단합해서 헤쳐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민 눈에도 소수당 때는 안배의 이익을 누리고, 다수당 때는 회수하려는 한나라당이 곱게 보일 리 없다. 편협하고 융통성 없는 정당으로 비칠 것이다.

‘불량 상임위원장’ 문제는 국민적 비판과 우려를 불러올 만할 심각한 사안임에 틀림없다. 그렇다고 야당 소속 위원장 자리를 아예 회수하겠다는 한나라당측의 발상은 아무래도 너무 나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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