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최대 격전지’ 된다
  • 이건상 | 전남일보 정치부장 ()
  • 승인 2010.02.02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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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태 현 시장·강운태 의원 ‘2강’ 체제…민주당 경선이 곧 ‘결선’ / 전남은 박준영 현 지사 독주…전북, ‘정세균·정동영’ 대리전 양상

▲ 맨 왼쪽부터 강운태 의원, 박광태 광주시장. 배경 사진은 광주시 전경. ⓒ연합뉴스


확실히 호남에서는 민주당이 강세이다. 광주와 전남·전북, 모두 민주당 후보자들로 넘쳐난다. 세 명의 현역 시장과 도지사가 모두 사실상 재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최대의 관심 지역으로 광주가 주목된다. 현역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거의 모든 광역시와 도에서 현역 시장·도지사가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유독 광주에서만큼은 박광태 시장이 2위로 처졌기 때문이다. 전북은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정동영 의원 간의 세 대결 대리전 양상이 전개될 가능성 때문에 또 다른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 광주광역시

박광태 현 시장의 3선 도전에 7명이 태클을 걸고 있다. 강운태 의원, 이용섭 의원, 전갑길 광주 광산구청장, 정동채 전 문화관광부장관,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 양형일 전 의원 등이 민주당 깃발을 들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일찌감치 윤난실 전 광주시의원을 후보로 선정했으며, 한나라당은 아직 안갯속이다.

광주시장 후보군의 난립은 현직 시장의 3선에 대한 역작용, 현역 의원의 빈자리를 노린 보궐선거파, 국민의 정부-참여정부로 이어진 구 여권이 배출한 풍부한 후보 자원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들 후보군은 2월 중순께 민주당 공천 틀이 확정되고, 2월 임시국회가 끝나면 지지도 여부에 따라 교통정리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지역 정가에서는 이용섭 의원, 정동채 전 장관, 정찬용 전 수석 등 참여정부 각료 출신들의 단일화 여부와 지역 기반이 동일한 이의원과 전갑길 구청장의 동맹을 거론하고 있다.

초반 판세는 강운태 의원과 박광태 시장의 ‘부동의 2강’ 속에  이용섭 의원, 정동채 전 장관, 전갑길 구청장이 추격하는 양상이다. 최근 지역 언론의 여론조사를 보면, 강운태 의원은 20~30%의 고공 지지도를 보이고 있으며, 박광태 시장은 16~23%로 턱밑까지 바짝 따라붙었다.

강의원은 지역구인 광주 남구에서의 절대적 지지(60%)와 40~60대 장년층의 두터운 신임이 강점이다. 광주MBC와 전남일보, 무등일보 조사에서 각각 31.4%, 29.7%, 19.8%의 지지도로 1위를 고수했다. 박시장은 전남일보와 무등일보 조사에서 23.2%와 18.2%를 보여 강의원과 오차 범위 내에서 접전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의원은 지역 언론 조사에서는 9%대에 그쳤지만, 최근 한겨레 여론조사에서는 13.3%를 기록해 상승세를 타고 있다.

광주시장 선거전은 민주당 공천이 사실상 결선이나 마찬가지여서 어떤 공천 방식을 취하느냐에 따라 크게 좌우되게 된다. 민주당은 시민공천배심원제와 당원 투표를 통해 공천자를 결정할 예정이지만, 예비 후보자와 현역 의원들의 강력한 반발이 감지되고 있다. 강의원은 공천 레이스에서 인물론으로 대세론을 확장시킨다는 복안이나,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행적 등 언론과 시민배심원단의 ‘검증’이 기다리고 있다. 강의원은 1980년 당시 내무부 중간 간부로 광주를 방문했는데, 이를 두고 현지의 시민단체 등은 “왜 광주에 왔으며, 무슨 일을 했는지 밝히라”라고 요구하고 있다. 박시장은 3선 부담감을 극복하는 것이 과제이며, 이의원은 지지율 15%대 진입으로 3파전을 구축할 수 있느냐 여부가 숙제이다.

■ 전라남도

전남도지사 선거전은 민주당 내 3파전으로 진행 중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은 후보군이 뚜렷하지 않은 상태이다. 민주당에서는 박준영 현 지사와 주승용 의원, 이석형 전 함평군수가 초반 기세 싸움을 벌이고 있다. 3선에 도전하는 박지사는 도정을 챙기며 판을 지켜보는 입장이다. 현직 지사가 먼저 나서 선거판을 과열시킬 필요가 없다는 판단인 듯하다. 주의원은 1월31일 민주당 도당위원장직을 사퇴할 예정이며, 경선 사무실을 마련하는 등 본격적인 경선 채비에 나서고 있다. 이 전 군수는 지난 1월4일 전격적으로 군수직을 사퇴하고 전남 지역 22개 시·군을 돌며 얼굴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를 종합하면 일단 초반 판세는 1강(박준영) 2중(이석형·주승용) 체제로 보여진다. 박지사는 광주MBC, 전남일보, 무등일보 여론조사에서 각각 51.5%, 35.1%, 33.6%의 높은 지지도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최근 한겨레 조사에서는 29%를 기록해 약간 하향세를 보였으나, 여타 후보에 비해 여전히 서너 걸음 앞서 있는 형국이다.

주의원은 18.4%, 21.4%, 18.6%, 21.6%를 보여 현재 20% 선에서 정체 중이다. 주변에서는 세종시 후폭풍으로 여의도에 상주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 아직 전남 서부권에 스며들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 전 군수는 지역 언론사 조사에서 15.6%, 13.4%, 15.6% 등을 보이다가 지난 1월15일 실시된 한겨레 조사에서 처음으로 22.5%로 상승했다. 비록 오차 범위 내이지만 2위로 올라서 미묘한 표심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민주당 경선을 대비한 초반전의 관건은 주의원과 이 전 군수 가운데 누가 확실하게 2위로 올라서느냐에 달려 있다. 박지사가 느긋하게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누구 한 명이 확실한 2위로 치고 올라가야만 양자 구도를 정착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구도를 염두에 둔 탓인지 이 전 군수측은 연일 박지사를 공격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 전 군수는 박지사를 향해 시민공천배심원제와 결선 투표의 수용을 요구한 데 이어, 세종시 문제에 좀 더 강경한 행동을 보이라고 요구하고 있다.

전남지사 선거전은 박지사가 유권자의 3선 피로감을 어떻게 뛰어넘을 것인지, 주의원이 취약한 전남 서부권의 표심을 얼마나 공략할 수 있을지가 관심거리이다. 또한, 군수에서 도지사로 한 체급을 올린 이 전 군수가 얼마나 몸집을 불려 중량감을 확보하느냐가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여기에 민주당 지도부가 수도권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호남 텃밭에서 개혁 공천을 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어 당심(黨心)도 변수가 되고 있다.


■ 전라북도

전북도지사 선거전은 민주당의 계파 싸움 양상을 띠고 있다. 전북에 절대적인 지분을 지니고 있는 정동영 의원이 잠시 틈을 보인 사이에 정세균 당 대표가 새로운 대주주로 올라섰다. 정대표와 정의원 간 세력 다툼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전북 전체 선거판이 요동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역 정가에서는 정동영 의원의 지배력이 아직도 여전한 데다, 정의원과 함께 무소속 3인방으로 불리는 신건·유성엽 의원의 향배도 무시 못할 변수라고 보고 있다. 정의원의 파괴력은 이미 지난해 4·29 보궐선거에서의 압승으로 확인된 바 있다.

전북의 이런 정치 지형도 속에서 김완주 현 지사가 재선 도전을 사실상 선언했으며, 이에 맞서 정균환·장성원 전 의원, 유종일 한국개발원 교수가 출사표를 던졌다. 한나라당에서는 전희재 전 전북도 행정부지사와 태기표 전주 완산 갑 당협위원장의 출마가 거론되고 있다. 민주노동당에서는 하연호 도당위원장이, 진보신당에서는 염경석 도당위원장의 후보 등록이 예견된다. 

▲ 박준영 전남지사(왼쪽)는 여론조사에서 현재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고, 김완주 전북지사(오른쪽)도 현역 프리미엄을 업고 큰 차이로 앞서나가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김완주 지사는 현직 프리미엄에다 강력한 라이벌인 강봉균 민주당 의원의 불출마까지 더해져 여타 후보를 압도하고 있다. 중앙선데이와 한겨레 조사에서 각각 42%, 44%의 지지도를 보여 여타 후보를 4배 정도 앞서고 있다. 때문에 지역 언론과 정가에서는 김지사가 당내 경선이 불리하다고 판단되면 무소속으로 출전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균환 전 의원은 아직 10%대에 머무르고 있지만, 정치적 뿌리인 구 민주계가 지원 사격에 나선다면 다크호스를 넘어 강력한 경쟁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전북도지사 선거전의 변수는 결국 정동영 의원이 누구를 지지하느냐와 구 민주계(동교동계)의 표심으로 압축된다. 차기 당권을 노리고 있는 정세균 대표가 구 민주계를 끌어들이는 수단으로 정 전 의원을 지원할 경우 도지사 선거전은 정세균 대 정동영의 대리전이 될 수도 있다. 역으로 정의원이 김지사나 구 민주계를 지원하는 방정식도 생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양측 모두 아직은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현역 의원의 돌발적인 출마도 가늠해볼 수 있어 전북지사 선거판은 여전히 예측 불허 상황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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