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찔린 최첨단 ‘철통 보안’ 등잔 밑에서 구멍 뚫렸다
  • 이석 (ls@sisapress.com)
  • 승인 2010.02.09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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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반도체 공정 핵심 기술·극비 자료, 협력업체 통해 유출…내부 직원도 관여돼

▲ 삼성전자 본사 출입구는 국제공항 검색대를 방불케 하는 X레이 검색기까지 보유하고 있다. ⓒ뉴스뱅크

‘세계 1위’ 삼성전자에게 가장 큰 위협은 기술 유출이다. 경쟁 업체들은 세계 1위 제조 기술과 노하우를 얻기 위해 첩보전을 벌이고 있다. 서울동부지검이 지난 2월3일 공개한 삼성전자 핵심 기술 유출 사건이 대표 사례이다. 협력업체 AMK는 삼성전자 반도체 기술을 빼내 하이닉스에 전달했다. AMK는 세계 최대 반도체장비업체 AMAT의 한국 자회사이다. 서울동부지검은 이와 관련해 곽 아무개 AMAT 부사장, 김 아무개 AMK 팀장, 남 아무개 삼성전자 과장, 한 아무개 하이닉스 전무 등 4명을 구속하고, 도피한 나 아무개 전 삼성전자 수석연구원을 수배했다. 불구속 기소까지 포함하면 총 19명이 기술 유출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변찬우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는 “이번 사건은 협력업체가 공모해 기술을 유출한 첫 사례이다. 국가 핵심 기술 유출로 인한 삼성전자의 직·간접 피해액은 수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시사저널>은 유출 기술 항목에 반도체 제조 공정 핵심 기술인 C&C(반도체 세정 공정) 보고서를 비롯해 극비 자료까지 포함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반도체 분야는 업체마다 자체적으로 제조 비법을 보유하고 있다. C&C 보고서가 빠져나갔다는 것은 제조 비법이 통째로 유출된 것이다. 홍경선 삼성전자 홍보팀 차장은 “삼성전자 반도체 기술과 공정 비법은 세계 최고이다. C&C 보고서가 유출되었다는 것은 핵심 기술이 노출된 것과 같다”라고 설명했다.

천문학적 돈 들인 기술 유출 방지 시스템이 ‘무색’

이번 사건에 연루된 하이닉스 임직원은 반도체 장비 납품업체로 이루어진 회의체 HCS를 통해 정기적으로 D램과 낸드플래시 기술을 빼냈다. 검찰 관계자는 “세계 1·2위 반도체 제조업체 두 곳과 세계 1위 미국 반도체 장비업체가 관련된 탓에 각 사업체별로 최고 책임자에 대해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엄격하게 따지면 기소 대상이 지금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나야 했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기술 유출이 반도체 부문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 디지털 생활 가전 위탁 생산업체인 삼성광주전자에서도 최근 비슷한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광주지검 특수부는 지난 2월5일 협력업체 대표 김 아무개 사장과 삼성광주전자 해외 기술 담당 과장 유 아무개씨를 구속 기소했다. 조사 과정에서 중국으로 잠적한 삼성광주전자 전직 냉장고 기술그룹장 석 아무개씨는 수배 중이다. 이들 역시 그동안 조직적으로 회사 기술을 유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핵심 기술 유출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액만 현재 6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잠적한 전직 냉장고 기술그룹장의 경우, 지난 2007년 7월 삼성전자를 퇴사하고 중국 가전 그룹인 ㅁ사로 이직한 상태이다. 검찰은 이들이 빼돌린 기술이 중국으로 넘어갔을 가능성에 대해 조사를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선태 한국산업보안학회 회장은 “주요 기업들은 그동안 경쟁사로 정보가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공을 들였다. 하지만 진짜 적은 내부에 있다. 핵심 연구원을 포함해 협력업체 직원들이 의도를 가지고 기술 유출을 시도할 경우, 막을 방법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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