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대권 잡기’, 누가 누가 나서나
  • 안성모 (asm@sisapress.com)
  • 승인 2010.02.27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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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군 윤곽 드러나며 선거 열기 벌써 후끈…진보·보수 대결 구도 보여…지방선거와 동시 실시로 투표율도 크게 오를 듯

 

▲ 이성헌 의원이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시사저널자료


오는 6월2일에 치러질 지방선거에서는 시·도 교육감도 함께 선출한다. 한 번의 투표로 지역의 행정 수장은 물론 교육 수장까지 동시에 뽑는다. 전국적으로 직선제 교육감 선거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 만큼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출마 후보군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선거 열기도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유력 인사들이 앞다투어 출사표를 던지며 사실상 선거 체제에 돌입했다. 특히 교육 현장에서 각종 비리 사건이 터지면서 향후 교육 정책을 이끌어갈 수장으로 어떤 사람을 뽑느냐에 관심이 더 높아지는 흐름이다.

 

교육감 선거는 ‘보수 대 진보’ 대결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 후보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크게 두 부류로 나뉘는 분위기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교육 비리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비판하고 있지만, 현 정부의 교육 정책에 대한 평가는 갈린다. 특히 이번 선거의 최대 쟁점 중 하나가 될 무상 급식 문제를 놓고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서울의 경우 이원희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 이경복 서울고 교장, 정채동 서울시 교육위원, 김성동 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등이 보수 성향의 후보로 꼽힌다. 서울 삼선중 교사를 시작으로 교직 생활에 몸담은 이원희 회장은 교육방송(EBS)의 인기 강사로 명성을 날렸다. 평교사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교총 회장에 선출되어 화제를 모았다. 이회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이 잘 착근되도록 하되, 문제가 되는 것은 현장에서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무상 급식과 관련해서는 “예산이 수반되지 않으면 포퓰리즘이 될 수 있다”라며 ‘단계적인 의무 급식 실시’를 주장했다.

그는 또 “공교육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 교원 평가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서울시교육청 정책국장을 지낸 이경복 교장은 “다른 교육 활동을 축소시키면서 무상 급식을 전면적으로 실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가정 상황이 어려운 학생들을 대상으로 제한적인 무상 급식을 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정채동 교육위원도 “여건이 안 갖춰진 상황에서 무리하게 추진하면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진보 성향 후보로는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 곽노현 한국방송통신대 교수, 이부영 서울시 교육위원 등이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서울시 교육위원 3선인 박명기 교수는 일찌감치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그는 지난 2004년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개혁적 교육시민단체 추천 후보로 여덟 명 중 예선 1위에 올랐지만 결선에서 당시 공정택 후보에게 졌다.

 

‘반MB(이명박) 교육 정책’을 기치로 내건 박교수는 “지나친 경쟁 위주로 교육의 본질이 훼손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친환경 무상 급식 실현’을 강조하면서 “교육청 예산에서 시설사업비와 교육사업비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하고 선심성 이벤트 예산만 줄이더라도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포퓰리즘이라는 주장은 맞지 않다”라고 반박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을 지낸 곽노현 교수는 시민사회에 인권 운동을 정착시킨 대표적인 학자 중 한 명이다. 최근까지 경기도 학생인권조례제정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학생 인권조례 제정을 주도해왔다. 지난 설 직전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등 교수 단체들의 추대를 받아 출마하게 되었다. 이부영 교육위원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을 역임했다.

이번 교육감 선거의 경우 여야 정치권과의 관계 정립과 각 진영의 후보 단일화 여부가 승패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현행 선거법은 교육감 선거에 정당 공천을 배제하고 정치권의 개입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지만, 여야 정치권의 직·간접적인 지원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이번 선거는 광역단체장 선거와 함께 치러져 그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다수 후보들, 정치권과 ‘정책 공조’ 가능성 열어둬

정치권에서는 시·도지사와 교육감 후보를 연계하는 전술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물론 공식적인 러닝메이트가 될 수는 없지만 정책 연대를 통해서 서로 상승 효과를 발휘할 여지는 충분하다. 무상 급식을 추진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야권의 유력한 경기도지사 예비후보들은 김상곤 교육감과 무상 급식을 추진하며 연대에 나서고 있다.

대다수 교육감 후보들도 ‘정치적 중립성’을 해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정치권과의 ‘정책 공조’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는 각 진영의 대표 선수로 낙점을 받아야 당선이 가능하다는 현실론 때문이기도 하다. 후보 단일화 추진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가 된다. 진보 진영에서 후보 단일화 움직임을 보이자 보수 진영에서도 후보 난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진보 성향의 시민사회 단체들은 이미 ‘2010 서울시 교육감·교육의원 후보 범시민 추대위원회’를 발족해 후보 단일화 논의에 들어갔다. 추대위에 참여하고 있는 장시기 민교협 공동의장은 “기본적으로 합의 추대를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성사되지 않을 경우 내부 경선을 통해 결정하게 될 것이다. 3월4일까지 신청을 받고 18일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각 지역에서도 시민후보추대위가 구성되어 추대 후보를 내놓고 있다.

정치권 연대와 후보 단일화가 교육감 선거뿐 아니라 이번 지방선거 전반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황인상 P&C 정책개발원 대표는 “야당 5자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데, 정당 기득권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나마 서로 부담을 적게 가져가면서 단일화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 교육감 선거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선거는 예전에 개별적으로 치러진 교육감 선거에 비해 높은 투표율이 예상된다. 당시 대부분 투표율이 15% 안팎에 머물렀다. 하지만 지방선거의 경우 평균적으로 50%를 웃돈다. 그런 만큼 집토끼만 지키는 전략으로 승부에 나설 수는 없다. 후보 입장에서는 좀 더 대중적인 방법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

후보 기호가 사라진 것도 이번 선거의 변수 중 하나이다. 영남권에서는 한나라당과 같은 1번(가), 호남권에서는 민주당 기호인 2번(나)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기호 없이 후보 명단만 나열되며 등재 순서는 추첨으로 결정된다. 몇 순번에 당첨이 되느냐와 함께 후보의 인지도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졌다.

 


 

 정책·예산·인사권 ‘한손에’
교육감은 어떤 권한 가지나

교육감의 권한은 막강하다. 각 자치단체의 교육 정책을 실질적으로 총괄한다. 흔히 ‘교육 대통령’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울시교육감의 경우 다루는 예산만 6조3천억원대에 이른다. 웬만한 시·도 예산보다 많다. 여기에 1천3백여 초·중·고교 교장과 교사, 교직원 등 5만명의 인사권을 쥐고 있다. 교육감의 영향력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고교 신입생 배정 방식, 일제고사 시행 여부, 조례안 작성, 특목고 및 자립형 사립고 인가 등 각종 교육 정책에 대한 결정 권한을 모두 쥐고 있다. 누가 교육감이 되느냐에 따라 논란을 거듭해 온 교육 현안이 어떻게 처리될지가 판가름 난다. 특히 서울시교육감은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의 대표를 맡기 때문에 전국의 교육 정책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여야 정치권이 교육감 선거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다. 정부의 선거 개입 논란이 일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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