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리터러시’를 먼저 키워라
  • 이은지 (lej81@sisapress.com)
  • 승인 2010.03.09 20:3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인이 자산 시장에서 성과 내려면 ‘흐름 읽는 능력’ 갖추는 것이 중요…주요 경기 지표 꼭 챙겨 보아야

 

▲ 지난해 6월 우리투자증권 미아지점에서 ‘2009년 하반기 증시 전망 및 유망 추천 펀드’를 주제로 열린 투자 설명회. ⓒ시사저널 박은숙


개인이 주식·채권·파생상품·부동산 같은 자산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투자의 흐름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 경제 전문지 <도요게이자이(東洋經濟)>는 지난 2월27일자 커버스토리에서 후회하지 않는 자산운용 방안으로 ‘투자 리터러시(흐름을 읽는 능력) 키우기’를 우선 꼽았다. 개별 자산 시장에 대한 이해와 함께 주요 거시지표와 경제 현상이 자산 가치 변동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투자 리터러시 없이 자산운용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승률이 낮은 도박에 가깝다. 자산운용 경험이 풍부한 ‘타짜’와 맞서야 하기 때문이다.

 

펀드에 투자할 때는 평가 사이트 통해 확인하는 노력 필요

투자 리터러시를 키우려면 무엇보다 주요 경기 지표를 꿰뚫고 있어야 한다. 한국은행·통계청·경제 신문을 꼼꼼히 읽고 주요 지표를 확인해야 한다. 금리는 채권과 주식 시장에 직접적으로 반영된다. 환율과 경상 수지도 주가에 영향을 미친다. 전문가들은 경기선행지수와 재고순환지표는 투자 시점을 결정하는 데 도움을 주는 정보라고 조언한다. 주식 직접 투자에 나설 때에는 개별 기업의 재무구조와 주가순자산배율(PBR)을 살펴보면 선택에 도움이 된다. 국내 주식은 해외 시장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중국과 미국 시장 지표까지 눈여겨보아야 한다. 미국 실업률과 주택 판매 추이도 챙겨야 할 지표이다. 중국 증시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홍콩 H주 동향을 살펴보면 된다.

자산운용 전문가들은 “전업 투자가가 아니라면 주식에 직접 투자하기보다 간접 투자를 하는 것이 낫다”라고 입을 모은다. 이관석 신한은행 재테크 팀장은 “개인은 자금과 정보력, 시간에서 결코 전문가를 뛰어넘을 수 없다. 종합주가지수 상승률보다 수익률이 높은 펀드가 있기 때문에 굳이 직접 투자에 나설 필요가 없다”라고 충고했다. 주가 변동이나 자산운용에 지나치게 신경쓰다 보면, 직장 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일까지 일어난다.  

그러나 전문가에게 맡겼다고 해서 자신이 투자하는 종목조차 모른다면 손해 보기 일쑤이다. 간혹 은행 창구나 증권사 상담원이 자신에게 할당된 의무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 수익률이 떨어지는 상품을 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는 펀드 평가 사이트를 통해 확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제로인이나 모닝스탁코리아와 같은 펀드 평가 사이트를 통해 자신이 권유받은 상품이 지난 3년간 종합주가지수 수익률보다 높았는지 확인해보아야 한다.

목표 수익률과 위험 수익률을 정하는 것도 개인의 몫이다. 일반적으로 예금 수익률의 2~3배인 15%를 목표·위험 수익률로 잡는다. 이를 정해놓지 않으면 주식을 팔고 사야 하는 시기를 놓쳐 손해를 볼 수도 있다. 투자 흐름을 읽는 눈을 가졌다 하더라도 자신의 수입과 지출 내역을 모른다면 무용지물이다. 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전에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를 작성해 자신이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이 얼마인지 아는 것은 기본이다.

 “여유 자금은 우량주나 펀드에 묻어두라”
희망재무설계 송승용 컨설팅 팀장

저금리 시대가 지속되는 가운데, 투자처를 찾기 힘든 불확실성 시대라 할 수 있다. 국외와 비교했을 때 국내 시장의 회복 속도가 분명히 빠르다. 금융 위기 발생지가 아니라는 점과 주택담보대출을 기초로 한 파생상품 거래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불확실성 시대에는 동물적 투자 감각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안정적이면서 수익이 날 수 있도록 자산 배분을 다시 해야 한다. 이때 가장 먼저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은 금리이다. 금리가 중·장기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 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경기 체질이 개선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만큼 주식 투자에 나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원·달러 환율은 1천100원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세계 실물 경기가 회복되고 무역 수지가 흑자를 지속한다면 장기적으로 1천원대 이하로 갈 가능성도 있다.

경상 수지는 3월부터 흑자로 반전했다. 향후 적자로 반전하게 된다면 자산 시장에 위험한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다. 유가 급등에 따른 적자인지, 수출 부진에 따른 적자인지 구별하는 안목을 가지는 것이 좋다. 증시 순환이 경상 수지와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원자재 시장에 관심 있다면, 지난해 가격이 많이 오르지 않은 곡물과 같은 원자재 펀드에 투자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부동산 투자는 삼가는 것이 낫다. 집값이 오르거나 국민소득이 늘어나 부가 증대되지 않는 이상 전·월세 등 부동산 보유에서 나오는 소득은 다른 소득과 비교해 큰 매력이 없다. 우선 세금 부담이 따르고, 오래 보유하는 경우 감가상각도 이루어진다.

1억원으로 포트폴리오를 짠다면 우선 펀드에 투자할 것을 권한다. 우량주나 펀드에 5년 정도 여유 자금을 묻어두는 것이다. 투자 수익률은 물가 상승률 4%와 경제 성장률 4%를 고려해 8% 정도로 계획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

 

 “가치주·가치 투자 펀드가 유망”
신영증권 조용준 리서치센터장

전세계 중앙 은행이 지난해 통화 공급을 확대하면서 세계 경기가 전반적으로 반등했다. 중국은 통화 확대에 힘입어 가장 빠르게 회복세를 보였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다시 하락 국면에 들어섰다. 국내 경기도 지난 1월부터 하락 기미를 보이고 있다. 중국과 한국은 단기적으로는 소폭 하락세를 보이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미국이 출구 전략을 실행하면, 국내 경기가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거품 경제가 우려되어 이미 출구 전략에 들어갔다. 미국도 올해 안에 출구 전략을 전개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 역시 금리 인상에 대한 이야기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3월 말에 퇴임하는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의 금리 결정과 하반기 금리 인상 수준을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크게 올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주가 역시 현 수준에서 큰 변동은 없을 것이다. 올해 목표 주가지수는 1천6백50포인트이다. 주식이 자산 투자의 완벽한 대안이라고 할 수 없지만,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주식 투자를 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 국내 증시는 선진국에 비해 가격이 20~30% 싸게 형성되어 있으므로 이익을 볼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종합주가지수 연계 상품에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종목별로 가치에 비해 싼 주식들, 즉 주가수익비율(PER)을 고려해서 투자할 필요가 있다. 배당이 많이 나오는 가치주나 가치 투자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 원자재 투자로는 큰 이익을 거두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금의 경우 가격 상승이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금값은 미국이 출구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크게 오르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중국의 철강재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