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문 / 오세훈 서울시장 예비후보
  • 감명국 (kham@sisapress.com)
  • 승인 2010.03.3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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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시장·견습 시장에 서울을 맡겨서야…” “더 경쟁력 있는 후보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양보”
▲ ⓒ시사저널 이종현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인터뷰는 3월25일 오전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이루어졌다. <시사저널>은 서울시장 예비후보로 나선 오시장과의 인터뷰 전문을 싣는다. 


 

당에서 같이 나온 후보들은 모두 친분이 두터운 사이로 알고 있다. 경선 과정이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듯하다.

정치라는 게 다 그렇다. 그래서 정치라는 게 수양이 좀 많이 된다. (웃음)


민선 시장 출범 이후 처음으로 서울시장 재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당내 한 경쟁 후보는 “4년 했으면 이제 되었다”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는데, 4년을 더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아무개 경쟁 후보의) 그 짧은 답변에 그분의 시장관이 다 들어 있다고 본다. 시장을 연습하는 자리로 보는 것이다. 서울시장은 그런 자리가 아니다. 굉장히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자리이다. 나는 지난 4년 동안 서울시에 미쳐서 살았다. 서울시를 어떻게 바꾸고, 다시 말해 서울시민들의 삶의 질과 도시 경쟁력을 어떻게 높일 것이냐 하는 두 가지 화두를 놓고 잠자는 시간 외에는 그 생각만 하고 살았다. 왜 재선을 해야 하느냐 하면,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열정, 경험 이런 것들을 이제 비로소 몽땅 쏟아낼 수 있는 것이 내 두 번째 임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제일 좋은 교사는 경험이다. 경험은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늘 초보 시장, 견습 시장이 서울시를 만들어간다고 하면 그 비용은 고스란히 시민이 지는 것이다.


결국 지난 4년간 시정을 돌아볼 때 어떤 쪽에서는 아쉬운 부분도 많았다는 말인가?


그렇다.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그런 시장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시민들로서도 경제적인 것 아닌가. 원도 한도 없이 했기 때문에 큰 틀에서 후회는 없다. 워낙 비전이 탄탄했고, 많은 오피니언 리더가 박수를 쳐주는 상황이 3~4년 동안 지속되었기 때문이다. 다만, 시행하는 과정에서 세밀하게 내가 이렇게 했으면 좀 더 효율적으로 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크고 작은 경험들이 참 많다. 청렴도 얘기를 많이 하는데, 임기 첫 해에 서울시 청렴도가 15위였다. 내가 취임하기 전에는 거의 중하위권에서 놀았다. 순위가 매년 치열한 경쟁 속에서 바뀌는데, 취임하던 때에 15위, 그 다음에 6위, 그 다음에 1위로 올라왔다. 완전 상승곡선을 그리다가 작년도 성적표가 나빴다. 9위로 떨어졌다. 내가 좀 더 노련했으면 작년에도 상위권 유지할 수 있었다. 자세한 사정을 얘기하면, 그게 내부평가 30%, 외부평가 70%로 점수를 매긴다. 내부평가는 우리 직원들한테 묻는다. 알다시피 내가 서울시 들어와서 내부 개혁을 많이 했다. 3% 퇴출, 정원은 10% 줄였다. 그 과정에서 인심을 많이 잃었다. 내부평가에서 평균점수를 상당히 깎아먹는 바람에 9위로 내려갔다.

가장 핵심적으로 주장하는 서울시정에 대한 정책과 비전, 그리고 가치관은 어디에 있나? 

천만 인구를 책임지고 있는 서울시장이 해야 할 일은 큰 틀에서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서울시민의 ‘삶의 질’을 챙기고 동시에 ‘도시경쟁력’을 높이는 일이다. 나는 그것을 ‘시민 행복·세계 서울’ 이 여덟 글자로 요약해서 얘기한다. 먼저 ‘삶의 질’이라는 것은 현재를 살고 있는 서울시민들에 대한 배려와 투자를 말한다. 즉, 서울을 보다 편리하고 안전하며 쾌적하게 만들어 가는 작업이다.

이와 함께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이 ‘도시경쟁력’이다. 도시경쟁력은 곧 미래 서울의 주인공들을 위한 준비와 투자다. 지난해 여의도, 반포, 뚝섬, 난지 한강공원이 바뀐 것처럼 앞으로도 양화, 이촌, 잠실, 나아가 서울시내 30여개 지천까지 한강르네상스로 한강을 보다 가깝고, 생기 있고, 재미있는 서울의 명소로 만들고, 국제업무지구인 용산에서 중국의 청도, 상해까지 뱃길을 열어 한강을 서울경제의 중심지로 완성한다든지, 또 일주일 내내 시민들로 가득 찬 ‘광화문광장’처럼 도심재창조프로젝트로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다이내믹한 서울의 랜드마크를 만들고, 이러한 매력을 기존에 없던 새로운 도시마케팅 기법을 활용해 세계 곳곳에 알려서 외국인 누구나 서울에 와서 마음껏 즐기고 쓸 수 있는 경쟁력 있는 도시의 모습을 갖춰갈 때 비로소 우리 아이들까지도 일자리 걱정 없는 서울을 물려줄 수 있다.

일각에서 오시장을 비판하는 목소리 중에 “외양에 너무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즉, 내실 있는 생활 밀착형 시정에 아쉬움이 있다”라는 지적이 있다.


선거 때 등장하는 네거티브 마타도어이다. 실제 서울시에 출입하는 기자들은 그런 얘기 아무도 안 한다. 우리가 만약에 그런 행정을 했다면 그들로부터 아주 가슴 아픈 비판을 받았을 것이지만, 없었다. ‘서울형 복지’라고 들어보았나. ‘서울형 그물망 복지’라고까지 한다. 이는 굉장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다. 정부가 하는 것 그대로 갖다 쓰면 서울형이라고 쓰겠나. 예산의 숫자로 말을 하자면 내 임기 초에 복지 예산이 18%였다. 지금 24.6%이다. 엄청난 증가세이다.

내용을 설명하자면, 우리는 5개의 배려대상을 가지고 복지정책을 시범사업부터 시작한 게 3년 전이고,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희망드림 프로젝트라는 게 있고, 장애인 행복프로젝트라는 게 있고, 노인 복지정책으로 시작한 게 9988프로젝트, 여성 여행프로젝트라고 해서 여성이 행복한 도시 프로젝트라는 게 있다. 아동 청소년을 위한 꿈나무 프로젝트라는 게 있다. 한 개 한 개 프로젝트마다 세부계획이 10개, 20개, 많은 건 30~40개까지 있다. 다 설명할 수 없다. 책 한 권이다. 중앙정부와 차별화 되어있다.


예산을 비효율적으로 쓴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에는 여러 가지 견제 장치가 있다. 감사원 감사도 정기적으로 받고, 시의회라는 견제 장치도 있다. 시민단체들도 엄청나게 무섭다. 세상에 막 쓰는 예산은 사실 없다. 우선순위에 의한 가치 판단의 차이뿐이다. 예를 들면 ‘예산을 막 썼다’라는 얘기를 할 때 항상 나오는 게, 우리 당의 모 라이벌 후보가 무상급식 얘기를 하면서 그 얘길 많이 했다. 최근에는 거기에서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받으니까, 또 뭐라고 설명을 했냐 하면, “이런 거 하는 돈 있으면 무상급식 할 수 있다” 이렇게 말하더라. 요즘에는 “한강예술섬 사업이 5천억 원이 들어간다. 그 돈이면 무상급식을 한다”라고 말한다. 그 후보의 인생관으로는 무상급식이 더 중요한 거다. 한강예술섬 사업이 무상급식에 비하면 필요하지 않은 사업인거다. 그러나 도시경쟁력을 만들고 도시의 문화시설물을 제공해야 되는 문화도 일종의 행정의 분야중의 하나이고, 꼭 해야 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겉멋을 내기 위해서 하는 사업이 아니다.


지난 4년간 서울 시정에서 홍보 예산이 상당히 많이 쓰였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전임 시장들에 비해 3배 이상 많다는 지적도 있다.


엄격히 얘기하면 홍보비가 아니라 도시 마케팅 예산이다. 취임할 때 보니까 서울시 국내외 홍보비가 연간 50억 원 정도 되더라. 50억 원 갖고 무슨 해외 도시 마케팅을 하겠나. 실제로 싱가포르, 홍콩은 1년에 5백억 원을 더 쓴다.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선진국 기준으로 1년간 GDP(국내 총생산)의 약 12%가 관광 수입으로부터 창출이 된다. 선진국일수록 그게 더 많다. 우리나라는 아직 6% 정도이다. 갈 길이 멀다. 그래서 도시 마케팅 비용으로 2008년도 예산 때 4백억 원을 짰다. 지난해에는 경제 위기 때문에 약 3백억 원으로 줄였고, 올해 또 3백억 원 해서 합계 약 1천억 원이 된다. 이것이 해외 도시 마케팅 비용이다. 그것을 마치 개인 치적 홍보를 하는 홍보비인 것처럼 호도를 하고 있다. 해외 도시 마케팅 비용은 서울을 알리는 비용이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무상 급식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예산의 우선순위에 관한 문제인데, 예산이 충분하다면야 좋다. 동의한다. 나는 모든 학부모들한테 이렇게 묻고 싶다. “지금 교육과 관련해서 가장 큰 불만이 뭐냐” “가장 큰 고통이 뭐냐”라고. 그러면 아마 사교육비 부담이라고 얘기할 것이다. 아이들 급식 문제라고 답변하는 학부모는 아마도 이 이슈가 터지기 전에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만들어진 이슈라는 것이다. 한 달에 무상 급식을 하면 평균 5만 원 정도가 가계에 절약이 된다. 그런데 월 수입 100만원도 안 되는 집도 월 사교육비를 6만 원을 쓴다고 답변한다. 따라서 사교육을 줄이는 작업이 우선 투자 대상이다. 꼭 무상 급식을 받지 않아도 되는 고소득층에 쓸 돈이 있다면 차라리 방과 후 학교에 투자를 하는 것이 더 낫다.


용산참사 이후 재발방지를 위해 재개발, 재건축, 뉴타운 시스템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데. 


사실 20~30년 이상 계속돼온 재건축 재개발 문제는 단순히 재정을 투입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도시환경개선사업으로 자리매김한 이상 지적한대로 원점에서 처음부터 기본 틀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었다. 그동안 재건축, 재개발, 뉴타운 사업은 민간 자본이 들어가서 기존의 지주들과 주택 소유자들과 이해관계가 결합을 해서 새로운 수익구조를 창출하는, 하나의 재산증식수단처럼 굳어왔었다. 그러나 작년 용산사건을 겪으면서 더 이상 서민들이 소외되는 이런 방식으로 가서는 안 되겠다는 뼈저린 반성을 했고, 그래서 ‘공공관리자’ 제도를 내놓았다. 민간 업자와 조합 손에 의해서 주도되던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이제 공공에서 일부 권한을 회수해 재개발 추진 단계마다 구청장을 비롯한 공공이 개입하도록 해서 비리와 거품이 끼지 않도록 투명하게 작업을 추진하고, 또 시민들이 인터넷으로 모든 집행과정을 확인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 하는 것이다.


여권 일각에서 서울시장에 ‘제3 후보론’이 등장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금의 주자들을 흠집 내고자 하는 세력 중에서 나온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서울시 미래에 대한 비전이 확고한 분이 있고, 그리고 그분이 민주당 혹은 야당 후보를 능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나는 지금 당장이라도 양보할 용의가 있다. 그런데 그런 분이 과연 있나?


오시장은 항상 여권의 대권 주자로 거론된다. 주변에서는 “당장 차기가 불확실하니까 차차기를 대비해 서울시장 재출마를 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한 인터뷰에서 “재선되어도 대선을 위해 중간에 사퇴하지 않겠다”라고 밝힌 것으로 아는데.


중간에 사퇴하고 안 하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내가 재선을 해야 된다는 얘기를 했던 것이 서울시장 취임하고서 1년 정도 되었을 시점이다. 인터넷 기사 검색하면 아마 나올 것이다. 1년 정도 되니까 그게 피부에 와 닿는 것이다. ‘아, 이 자리는 한 번 하고 말 자리가 아니구나. 한 10년 하면서 완전히 뿌리를 내려놓고 가지 않으면 비전이 흔들린다.’ 우리 도시 경쟁력 순위가 27위일 때는 우리 라이벌 도시들이 파리, 런던, 뉴욕 이런 얘기 안 했다. 그런데 이제는 12위까지 올라오니까 이런 얘기를 한다. 4년씩 견습 시장이 등장해가지고 되겠는가. 탄탄하고 확고한 바람직한 비전을 갖고 있다면 그런 시장은 10년쯤 하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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