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염도 아닌데 속이 쓰리다고?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10.05.18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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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성 소화불량증’의 원인과 치료법

 

▲ 궤양이나 염증이 없는데도 속이 쓰리고 불쾌감을 느끼면 ‘기능성 소화불량증’일 수 있다. ⓒ시사저널 유장훈

주부 김미정씨(43ㆍ가명)는 최근 병원을 찾아 윗배가 더부룩하다고 호소했다. 몇 년 전부터 간혹 나타나던 이 증상은 요즘에는 거의 매일 이어진다고 한다. 과식하거나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증상이 더 심해진다. 위내시경과 상복부 초음파검사를 받았지만 궤양이나 염증 등 특이한 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김씨는 기능성 소화불량증(기능성 위장장애)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환자는 속이 쓰리고 불쾌감도 느끼는데 병원에서 아무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으면 야속하기까지 하다. 위장에 염증이나 궤양이 있으면 속쓰림이나 불쾌감의 원인이 되는 것이 확실하지만 검사 결과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으면 기능성 소화불량증일 가능성이 크다. 말 그대로 위장 기능에 이상이 생겨 소화가 안 되는 위장병이다.

이 병은 단순한 소화불량이 아니므로 약국에서 소화제를 사먹어도 그때뿐이다. 성별이나 나이에 관계없이 성인 네 명 가운데 한 명에게서 발병할 정도로 흔해졌다. 과거에는 ‘신경성’이라며 소홀히 취급했지만, 최근에는 그 원인과 치료법을 찾는 연구가 활발하다.

주요 증상은 상복부 통증이나 불쾌감으로 나타난다. 통증은 속쓰림, 아픔, 욱신거림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불쾌감은 포만감, 팽만감, 구역, 트림, 구토 등이다. 소화가 잘 안 되는 듯하면 탄산음료를 마시는 사람이 많다. 이런 습관은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 탄산음료는 위산 분비를 촉진해 속쓰림을 더 심하게 만든다. 또, 죽이나 미음을 먹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유동식은 소화불량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 오히려 소화액을 묽게 만들어 소화 기능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이 병의 원인은 아직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여러 연구 결과를 종합해보면 공통점이 있다. 불규칙한 식습관이다. 가정의학회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능성 소화불량증이 있는 사람은 대부분 불규칙하게 식사를 하는 습관이 있다. 식사 시간이 일정하지 않은 사람은 매일 같은 시간에 식사를 하는 사람보다 이 병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하루 세 끼를 챙겨 먹는 것보다 매일 같은 시간에 식사하는 식습관이 최선의 치료법이자 예방법이다. 노성훈 연세세브란스병원 외과 교수는 “규칙적으로 식사하는 것은 이 질환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위장병 치료와 예방의 첫걸음이다. 또, 과식도 피해야 한다. 평소 먹던 양보다 한두 숟갈 적게 먹도록 해야 한다. 음식은 충분히 씹는 것이 중요하므로 평소보다 5~10분 정도 식사 시간을 늘리도록 권한다. 식사할 때 기름지거나, 맵거나, 짠 음식은 피해야 한다”라고 기능성 소화불량증 치료와 예방법을 강조했다.

이상과 같은 방법으로 식습관을 바꾸어도 속쓰림이나 불쾌감이 1년 사이에 최소 12주 이상 지속되거나 반복될 때는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이 질환의 증상은 위암, 궤양, 위식도 역류질환, 췌담도(췌장과 담도) 질환 등 심각한 질환과 유사하다. 이런 증상으로 병원을 찾으면 병원에서도 가장 먼저 다른 질환이 있는지를 확인한다. 심각한 질환이 있을 경우 경고 증상이 나타난다. 경고 증상이란 55세 이상, 10% 이상 체중 감소, 흑변, 황달, 직장 출혈, 반복적인 구토, 삼킴 곤란(진행성 연하 곤란), 빈혈, 소화관 출혈, 소화성 궤양 병력, 위암 가족력 등이다. 경고 증상이 있으면 기능성 소화불량증보다 심각한 질환도 의심해보아야 한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위내시경 검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궤양, 역류성 식도염, 위암, 헬리코박터 감염 등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췌담도 질환 등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복부 초음파검사나 CT검사를 받을 수 있다.

심각한 질환도 아니고 위에 염증이나 궤양도 없으면 위장 기능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받아야 한다. 위는 음식물을 소화하기 위해 위산과 소화액을 분비하기도 하지만 음식물을 소장으로 배출시키는 물리적인 운동도 한다. 음식물의 80%는 일반적으로 2~3시간 만에 소장으로 배출된다. 위장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이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 병원에서는 음식물 배출 시간을 측정하는 검사를 통해 위장 기능에 문제가 생겼는지 판단한다. 기능성 소화불량증 환자 가운데 30~50%는 위장 운동 이상이 원인이다. 일정한 시간에 식사하는 습관을 유지하면서 의사가 처방한 위장 운동 촉진제를 복용하면 대부분 증세가 호전된다. 

정신적 문제로 위장 기능에 문제 생길 수도 있어

다른 원인으로 기능성 소화불량증에 걸릴 수도 있다. 위산 과다와 내장 과감각이 대표적이다. 어떤 이유로든 위산이 과다하게 분비되면 속이 쓰리다. 내장 과감각이란, 밥을 먹으면 위장이 팽창하는데 위장이 이를 민감하게 느끼는 것이다.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약이나 내장 감각을 둔하게 하는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면 된다. 기능성 소화불량증이 아닌 이유로 속이 쓰린 경우가 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헬리코박터균 감염이다. 한국인은 외국인에 비해 헬리코박터균 감염률이 높은 편이다. 헬리코박터균이 기능성 소화불량증을 일으킨다는 명백한 증거는 없지만, 헬리코박터균이 위염 등을 일으키므로 속이 쓰리거나 불편하게 된다. 내시경 검사로 확인한 후 의사가 처방해주는 약으로 치료할 수 있다.

의사와 상담할 때 주의할 점이 있다. 최근에 자신이 먹은 약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감기약, 관절염약, 고혈압약 등 일부 약이 위장 장애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중의 약 처방으로 위장에 부담을 줄 수도 있다. 또, 음주나 흡연이 기능성 소화불량증을 일으킨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없지만, 담배와 알코올은 병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피하는 편이 좋다.

위장에 뇌가 있다는 말이 있다. 정신적 영향을 받아 위장 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로 피를 흘리는 사람을 목격하면 위장 기능에 문제가 생겨 식사를 해도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고 한다. 김재준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심한 정신적 충격, 스트레스, 우울증, 불안감은 위장 운동 장애를 일으키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하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하며,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에는 음악 감상, 산책, 독서 등으로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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