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경쟁 실종된 선거판에 ‘일침’
  • 조 철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0.05.31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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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의 성공적인 정책 발굴·소개…한국 사회 고질병 고칠 실현 가능한 근거 자료 제시

 

이번 지방선거 선거운동 기간에 있었던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의 방송 토론회가 많은 시청자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지지율 조사에서 바닥을 기는 진보 정당의 후보들이 당당하게 내놓는 정책과 공약들이 눈길을 끌었다. 그냥 해보는 소리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연구하고 조사한 것들이라 그렇다.

그 정책들은 대부분 날로 심화되어가는 사회의 양극화와 경제 위기 속에서 극단으로 내몰리는 서민들의 생계 불안해소에 초점을 두고 있다. 유권자의 입맛에 맞춰 떠들자면 그러지 못할 것이다. 중간 정도 삶의 눈높이에 맞춰, 보통 사람들을 더 잘살게 해주는 공약들을 쏟아낼 것이다. 그보다 ‘사람이 살 만한 마을’을 만드는 공약이 많은 이들에게 더 살갑게 들리는 것은 한국 사회가 상대적 빈곤과 무한 경쟁 등이 만든 생채기를 치유하지 못한 채 삐딱하게 굴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진보 정당에서 활동했거나 서민들과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 생활했던 현장 경험자들이 <세상을 바꾼 놀라운 정책>이라는 책을 엮은 것은 이번 지방선거 당선자들에게도 귀감이 될 듯하다. 이 책은 “한국 사회가 우승 열패, 승자 독식의 무한 경쟁의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안은 없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눈을 들어 세계 각국에서 추진했던 다양한 정책들을 살펴보자고 제안한 것이다. 저자들은 세상을 바꾼 놀라운 정책들을 살펴봄으로써, 한국 사회를 좀 더 살기 좋은 사회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어떤 정책과 조건들이 필요한지를 제시했다.

전 국민의 절대 다수가 자기 집을 가지고 있는 싱가포르와 세계 최고의 교육이라 평가받는 핀란드식 교육 그리고 프랑스의 대학 평준화 정책은 분명 2010년 한국 사회가 진지하게 고찰해보아야 할 정책들이다. 영국의 전 국민 무상 의료 정책인 NHS 정책 역시 최근 몇 년간 폭등하는 의료비와 민간 보험의 확대에 직면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 큰 울림을 주는 정책이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 중 하나인 청년 실업 문제를 모범적으로 해결한 벨기에의 로제타 플랜은 이미 정치권에서도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청년 실업 해결 정책이다. 또, 이 책은 대한민국보다 훨씬 가난한 나라들에서 오히려 빈곤층을 대상으로 획기적인 정책들을 시행한 것에 자극받기를 바랐다. 방글라데시의 그라민 은행은 세계적으로도 성공을 거두고 있고, 쿠바의 무상 의료 정책은 의료 혜택이란 무상으로 누구나 받아야 하는 기본권임을 설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책이 제시한 정책의 옳고 그름을 떠나 저자들이 전하고자 하는 중요한 메시지는 지방선거를 통해 얻은 교훈과 상통한다. 세상을 바꾸는 결정적인 동력은 좋은 정책이 아니라 시민들의 각성에서 우러나오는 단결된 힘이라는 사실이다.

“불가능한 정책이란 없다. 허황된 정책이라는 것도 없고 늘 올바른 정책이라는 것도 없다. 오직 변치 않는 것이 있다면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고, 향유하는 좋은 정부, 좋은 정치 그리고 좋은 시민이 있을 뿐이다.”

저자들의 말이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완벽히 소화하지 않은 내용을 가르치는 것은 덜 익은 술을 제공하는 것과 같다.

“완벽히 소화하지 않은 내용을 가르치는 것은 덜 익은 술을 제공하는 것과 같다.

 

“완벽히 소화하지 않은 내용을 가르치는 것은 덜 익은 술을 제공하는 것과 같다. … 더 이상 배우지 않는 사람으로부터 가르침을 받는 것은 고여 썩은 물을 마시는 것 같다.”

 

박남기 광주교육대학교 총장의 일갈이다. 그는 최근 <최고의 교수법>(생각의나무 펴냄)을 펴냈다. 교육계에서 20여 년을 몸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강단에서 땀과 눈물로 터득했던 경험의 결정체들을 풀어낸 것이다. 부제인 ‘가슴으로 가르치는 가르침의 본질과 기술’이 알려주듯 이 책은 가르침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가르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상기시킨다.

여행을 할 때 어떤 가이드를 만나느냐에 따라 여행의 느낌이 달라지듯, 삶에서 어떤 스승을 만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은 크게 달라진다. 헬렌 켈러에게 애니 설리번이 없었다면, 김연아에게 브라이언 오서가 없었다면 그들은 자신의 꿈을 이루는 데 좀 더 긴 시간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훌륭한 스승은 말이 아닌 자신의 존재 자체로 가르친다. 제자에게 필요한 것은 스승이 터득한 기술 이상의 삶으로부터 깨우친 깊이 있는 가르침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박총장은 “명가수, 명선수, 명교수의 공통점을 잠시 살펴보자. 첫째, 자기의 안목으로 주어진 대상을 새롭게 번역한다. 둘째, 몇 번을 반복해도 늘 처음인 것처럼 신명나게 몰입한다. 셋째, 상대의 눈높이에 맞출 줄 안다”라고 강조했다.

매년 유사한 강의록으로 강의를 하는 사람들은 학생들에게 고여 썩은 물을 마시게 하는 것이라며, 가르치는 사람 또한 배우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 그의 말은 두고두고 곱씹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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