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도 ‘유통’시킨 유통사
  • 이석 (ls@sisapress.com)
  • 승인 2010.05.31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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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 계열사 보유 토지를 여러 단계에 거쳐 오너 집안 3세에게 ‘대물림’해 논란

LG유통(현 GS리테일)이 지난 2004년 보유 토지를 여러 단계를 거쳐 LG그룹 오너 가(家) 3세에게 넘긴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 과정에 LG유통에서 분사된 LG그룹 계열사인 서브원이 개입했다. 서브원은 곤지암리조트를 개발하면서 부지를 보유한 오너 일가에게 천문학적인 시세 차익을 안긴 곳이다. 부지 이전 과정이 석연치 않은 데다 계열사까지 동원되자 뒷말이 나오고 있다.  

▲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해월리에 있는 LG그룹 오너 집안 3세들의 공동 명의 토지 일대(아래). 왼쪽은 땅의 주인을 알려주는 서류들. ⓒ시사저널 이종현

 문제의 땅은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해월리 산32-1번지이다. 지산리조트와 LG인화원 사이에 있는 임야이다. 이곳은 최근 개발 호재로 땅값이 급등하고 있다. LG그룹 지주회사인 ㈜LG 관계자는 “시세 차익을 얻기 위해 (해당 토지를) 매입한 것은 아니다. 인화원 주변이 난개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산 것이다”라고 말했다.

해당 토지의 면적은 9만8천6백78m²(2만9천8백50여 평)이다. 이 부지는 1988년부터 희성산업이 갖고 있다가 1991년 1월 LG유통으로 소유주가 바뀌었다. 이 땅을 1년 뒤인 1992년 1월 LG패션 계열사인 고려조경의 정타 전 대표가 매입했다. 정 전 대표는 이 부지를 매입하기 위해 위장 전입까지 했다. 정 전 대표는 1999년 4월 이 땅을 구자경 명예회장의 맏사위인 김화중 전 희성금속 사장에게 판다. 그런 뒤 2004년 3월 LG가(家) 3세들에게 넘어간다. 현재 등기부등본에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장남인 구광모씨(약 22.5%), 구본준 LG상사 부회장의 장남인 구형모씨(약 22.5%), 구본식 희성전자 사장의 장남인 구웅모씨(약 45%)와 서브원(약 10%)이 공동 소유자로 올라 있다. 구본준 부회장은 구본무 회장의 셋째 동생이고, 구본식 사장은 구본무 회장의 둘째 동생이다. 서브원은 지난 2002년 1월 LG유통에서 분리된 부동산 임대·골프장 및 콘도 등을 운영하는 회사이다.  

ⓒ시사저널 박은숙

 
거액의 시세 차익까지 거둘 것으로 예상돼

이처럼 LG유통이 보유한 땅은 여러 단계를 거쳐 결국 오너가 3세들에게 넘어갔다. 현지 부동산업자들은 LG유통이 이 땅을 보유했다면 적어도 수백억 원이 넘는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었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LG유통은 LG인화원이 들어서면서 개발이 본격화하는 시점에 땅을 팔았다. 회사가 큰돈을 벌 수 있음에도 오너가 3세에게 시세 차익을 거둘 기회를 양보한 셈이다. LG그룹측은 “김화중 사장이 작고하면서 오너가 3세에게 증여하게 되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사정 기관의 한 관계자는 “기업 이익을 우선시해야 할 최고경영자가 자기 임무를 저버린 것으로 매매 가격에 따라 배임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천 땅이 개발되면, 구광모씨를 포함한 3세들은 거액의 시세 차익을 챙기게 된다. 이미 LG가 3세들이 대거 보유한 마장면 해월리 일대는 최근 개발 호재로 땅값이 급등한 상태였다. 2년 전에는 스키 대여숍이 진입로에 일부 눈에 띄었다. 뒤쪽으로는 민가나 폐가가 군데군데 있었다. LG그룹 직원들이 쉽게 위장 전입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최근에는 이곳에 대형 콘도와 펜션들이 개발 호재를 타고 줄줄이 들어서 있다. LG가 3세들이 땅을 보유한 맞은편에는 1만3천m²(4천여 평) 부지에 대형 주택단지도 개발되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한 주민은 “개발을 위한 진입로나 기반 시설 공사는 마친 상태이다. 시청의 준공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이곳에 서울 문정동 특전사 여단이 이천시 관리로 옮겨오면서 5천 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건립 예정이다. LG가 3세들이 보유한 부지에도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땅을 알아보려는 부동산업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곳에서 만난 한 부동산업자는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서기 위해서는 부지를 매입해야 한다. LG가 3세들이 보유한 부지는 단일 소유자이기 때문에 협상이 용이하다. 그것이 소문나면서 가격이 치솟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이와 관련해 ㈜LG 관계자는 “인화원 주변을 개발할 계획은 없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1990년 제정된 5·8 조처로 기업이 보유한 땅을 모두 팔아야 했고, LG유통이 보유한 땅은 내부 논의를 거쳐 오너 3세들에게 넘어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천시청 지적팀 관계자는 “3만m²를 개발하려면 수도권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 대상이 된다. 부지 개발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인근 업자들은 “5천 세대 정도는 지자체 자체적으로도 개발이 가능하다. 인근에 위치한 청강대가 최근 2년제에서 4년제 대학으로 전환을 준비 중이라는 소문까지 나돌면서 땅값이 치솟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땅·지분’ 동시에 사들인 까닭은

구광모씨의 토지 매입과 ㈜LG의 지분 매집 시점이 공교롭게도 비슷하다. 그렇다 보니 토지 매매가 LG가 3세 승계 구도와 연관이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LG그룹측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LG가 3세인 광모·형모·웅모 씨가 토지를 매입한 때는 2004년 3월이다. 광모씨는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LG가 3세 가운데 땅을 가장 많이 갖고 있다. LG가 3세들이 갖고 있는 전체 90만m²의 땅 가운데 절반 정도인 40만m²가 광모씨 소유였다. 지금 매각한다면 광모씨는 현금 1천5백억원가량을 손에 쥐게 된다. 이 자금이 경영권 승계 과정에 소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광모씨는 2004년 지주회사인 ㈜LG의 지분을 늘려가기 시작했다. 지난 2004년 전까지만 해도 광모씨가 보유한 ㈜LG 지분은 0.26%에 불과했다. 오너 일가들이 2004년 보유 지분을 광모씨에게 몰아주기 시작했다. 현재 광모씨 지분은 4.67%에 이른다. 구본무 회장(10.51%), 구회장의 셋째 동생인 구본준 LG상사 부회장(7.58%), 둘째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5.01%)에 이어 4대 주주이다. 이로 인해 그는 재계 전문 사이트인 ‘재벌닷컴’이 평가한 만 40세 미만 젊은 주식 부자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광모씨가 지주회사 지분을 추가 매수하기 위해서는 거액이 필요하다. 구회장 지분을 상속받는다고 하더라도 거액의 상속세를 물어야 한다. 이 과정에 소요되는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토지 매매를 통한 시세 차익을 광모씨에게 안겨준 것이라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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