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살의 역습으로 ‘압박’ 깨라
  • 한준희 | KBS 축구해설위원 ()
  • 승인 2010.06.15 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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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전 ‘승리의 조건’ / 수비 불안 최대로 줄여야…디 마리아·파스토레는 요주의 인물

6월16일(수) 한국팀과 맞붙는 월드컵 두 번째 상대 아르헨티나는 의심할 여지 없이 B조에서 가장 강한 전력을 갖추고 있다. 남미 지역 예선에서 이름값에 걸맞지 않게 고전했던 그들의 과거는 이제 잊어도 좋다. 예선과 본선의 상황은 종종 판이한 것으로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 2009년 9월5일 월드컵 남미 예선 브라질과의 경기 직전 그라운드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아르헨티나 대표팀. ⓒ연합뉴스

아르헨티나의 강점, 압박 그리고 파괴력

아르헨티나는 지난 3월 벌어진 독일과의 평가전(아르헨티나의 1-0 승)을 기점으로 어느 정도 궤도에 접어든 인상이다. 아르헨티나는 상대 진영에서부터 압박을 적극적으로 구사해 독일의 수비형 미드필더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지난 5월 하순 벌어졌던 캐나다와의 평가전(아르헨티나의 5-0 승)에서도 압박 전술은 계속 이어졌다. 공격진의 파괴력과 속도 면에서 가히 최고라 할 만한 아르헨티나가 이러한 압박에 성공할 경우, 그들의 공격적 장점이 극대화된다. 수비 조직력이 떨어지는 캐나다가 다섯 골을 허용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한국 대표팀도 지난 스페인과의 평가전을 통해 수비 진영에서 상대의 압박에 휘둘릴 경우 어떠한 어려움을 겪게 되는지를 경험했다.

그 경기에서 스페인은 자신들의 공격이 실패해 한국에게 볼을 넘겨주는 경우에도 높은 지역에서 압박을 펼쳐 한국 수비진의 불안한 볼 처리를 유도해 재빨리 볼을 되찾은 후 이를 다시 공격으로 연결시켰다. 이러한 형태의 경기 운영은 압박의 시작점으로부터 상대 문전에 이르는 거리와 시간을 극단적으로 축소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결국, 수비측은 숨 돌릴 틈 없이 상대의 공격을 받아내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한국팀은 스페인의 그러한 공격을 어느 정도 성공리에 막아내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받았다. 하지만 아르헨티나는 스페인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상대 진영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압박한다는 측면에서는 매우 유사하지만, 수비 숫자를 많이 두는 상대를 파괴하는 방식에서는 차이가 있다.

스페인은 전 포지션에 걸친 밸런스와 선수단 전체의 평균 기량, 최고 수준의 패스 게임을 구사하며 볼을 점유하는 능력에서는 분명히 아르헨티나보다 높게 평가된다. 그러나 공격수들 개개인이 지닌 파괴적인 스타일이라는 측면으로 국한할 경우 아르헨티나는 본선 참가국 모두를 통틀어 그러한 특성이 가장 두드러진 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페인이 정교한 패스와 함께 끊임없이 움직이는 방식으로 상대 밀집 수비의 미세한 허점을 노리는 데 비해, 아르헨티나는 공격수 개개인의 능력에 의존하며 직선적인 파괴 공작을 택한다. 후자의 스타일은 높은 수준의 수비벽에 부딪히게 될 경우 그 효율성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수비진의 역량과 조직력이 최상이 아닌 팀을 상대로 할 때는 오히려 효과적일 수도 있다.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한국 대표팀은 스페인과의 평가전과 유사하게 일단은 허리 라인을 수비 진영으로 내려 경기를 풀어갈 가능성이 크다. 포메이션도 중앙 미드필더 세 명을 기용해 수비진 앞쪽을 두껍게 하는 4-2-3-1을 사용할 것이 거의 분명하다.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뒤 공간을 많이 내주면서 공세 위주의 경기를 펼치는 팀이 세계적으로 드물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는 자체로 일리가 있는 전술이다.

▲ 포르투갈 SL 벤피카에서 뛰고 있는 앙헬 디 마리아(오른쪽). ⓒ연합뉴스

우리 수비 진영에게 볼 간수는 ‘생명’이다 그러나 다음의 몇 가지 사항들만은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우선 수비 진영에서의 ‘볼 간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개개인의 파괴력이 뛰어난 아르헨티나 공격수들에게 볼을 빼앗기는 것은 자체로 실점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수비수가 볼을 소유할 때 다른 동료들이 적절한 공간으로 재빨리 움직여주면서 수비수로 하여금 볼을 내줄 곳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수비 진영에서 볼을 지닌 선수는 언제나 신속하고 단호하게 볼을 처리해야 한다. 망설이거나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 가급적이면 수비형 미드필드 지역 정도에서 볼을 안정적으로 소유하는 시간을 늘릴 필요가 있다.

다른 한편으로 아르헨티나를 맞아 스페인과의 평가전 때보다 더 날카로운 역습을 조금 더 빈번하게 터뜨려야 한다. 역습이 별반 없는 상태에서 계속되는 낮은 지역에서의 수비는 아르헨티나 같은 팀을 상대로 결국에는 실점을 허용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쉽다. 게다가 여전히 수비진 쪽에는 불안감이 존재하는 아르헨티나이다. 따라서 역습의 효과가 의외로 커질 수 있고, 이는 우리가 수비를 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법하다. 남미 지역 예선에서 아르헨티나가 수비 쪽의 불안감이 두드러졌던 경기에서는 그로 인해 공격마저 잘 풀리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았음을 알아야 한다.

한국 대표팀도 이청용·기성용이라는 젊은 스타들에다 이승렬·김보경 같은 비밀 병기들까지 보유하고 있다. 이는 아르헨티나도 마찬가지다. 벤피카에서 탁월한 시즌을 보낸 후 급기야 레알 마드리드 입성을 노리고 있는 앙헬 디 마리아(1988년생) 그리고 팔레르모 중원의 핵 하비에르 파스토레(1989년생)가 그 선두 주자들이다. 리오넬 메시나 카를로스 테베스에 모두가 주목하고 있을 때, 어쩌면 이 젊은 피들이 이번 월드컵에서 스타로 등극할 가능성도 있다.

디 마리아는 이미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결승전 결승골을 터뜨린 바 있어 아주 낯선 얼굴은 아니다. 이 젊은이는 아르헨티나가 어떠한 포메이션을 구사하든지 간에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으며 중용되어왔다. 디 마리아의 스타일은 한마디로 ‘아르헨티나의 아르옌 로벤’이다. 바이에른 뮌헨을 먹여살린 네덜란드 윙어 로벤과도 유사하게 디 마리아 또한 왼발을 사용하는 파괴적인 드리블과 슈팅 솜씨에서 정상급의 재능을 지녔다. 게다가 왼발만을 고집하는 것도 로벤과 같다. 우리 수비수들은 디 마리아의 이러한 특성을 미리 알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

디 마리아가 ‘로벤’이라면 파스토레는 ‘아르헨티나의 카카’이다. 공격 라인을 읽는 노련미에서는 아직 카카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 어렵지만, 스타일 측면에서는 분명 카카와 유사성을 지녔다. 특히 파스토레는 후안 로만 리켈메가 떠난 이후 지속적으로 문제를 일으켜왔던 공격형 미드필더 포지션의 새로운 대안이라 할 만하다. 스피드와 드리블에 난점이 있는 후안 세바스찬 베론과는 달리, 파스토레는 카카를 연상케 하는 순발력과 드리블로써 전방으로 전진하며 공격수들을 도울 수 있다. 주전 기용을 보장받기는 어렵더라도 이번 월드컵에서 전체적으로 아르헨티나에 분명 도움이 될 법한 젊은 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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