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방석 올라앉은 ‘축구 제국’
  • 반도헌·김세희 기자 ()
  • 승인 2010.06.2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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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FA, 월드컵 때마다 중계권·후원금 등 엄청난 수익 올려…35년째 흑자 행진

 

▲ 제프 블래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뒷줄 가운데)이 지난 5월30일 남아프리카공화국 포트엘리자베스를 방문해 어린이 축구 응원단들과 만났다.


2010 남아공월드컵이 돈 잔치로 흘러가고 있다.
경기를 관람하고 중계방송을 송출하고 광고를 집행하는 등 월드컵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모든 일이 돈과 함께 움직인다. 단일 종목으로는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축구 경기 중에서도 최대 이벤트이다 보니 오가는 돈의 규모도 천문학적이다. 통계 수치만으로 규모를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돈 잔치 월드컵’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국제축구연맹(FIFA)이다. 자연히 월드컵 최대 수혜자의 자리도 FIFA에게 돌아간다. 전세계 축구팬들이 자신이 응원하는 팀 성적에 울고 웃을 때 FIFA는 뒤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이를 지켜보며 돈뭉치를 확인한다.

FIFA는 월드컵에서 수입 대부분을 얻어낸다. 월드컵 외에도 청소년월드컵·여자월드컵·컨페더레이션스컵 등을 주관하며 수익 사업을 벌이지만, 규모 면에서 월드컵과 비교하기 어렵다. FIFA가 남아공월드컵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36억 달러(약 4조4천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TV 중계권 판매액이 27억 달러, 글로벌 기업들이 내는 후원금이 6억6천만 달러, 입장권 수입이 2억5천만 달러이다. 월드컵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입의 상당 부분은 대회 상금과 운영 비용으로 지출된다.

 

 

남아공월드컵 우승팀은 3천100만 달러를 받는다. 이 밖에 본선 진출만으로도 9백만 달러, 16강에 진출하면 9백만 달러를 더 받는 등 전체 상금 규모가 4억2천만 달러에 달한다. 대회 운영 비용은 12억 달러 정도로 추산된다. FIFA가 2백8개국 협회에 지급하는 지원금을 제외하더라도 남아공월드컵을 통해 벌어들이는 순이익만 11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대회인 2006 독일월드컵에서는 TV 중계권 판매로 얻은 20억 달러를 비롯해 전체 수입이 23억 달러였다. 4년 만에 50% 이상 수입이 늘어났다.

FIFA의 최대 수익원은 TV 중계권 판매이다. 지난 2009년 FIFA가 발표한 회계 자료에 따르면 전체 매출 가운데 경기 관련 매출이 10억2천2백만 달러로 97%를 차지했다. 그중에서 중계권 판매가 6억5천만 달러로 절반을 넘었다. 월드컵 TV 중계권은 대회가 거듭되면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1990년, 1994년, 1998년 세 차례 월드컵을 치르면서 FIFA가 중계권 판매로 거두어들인 수입은 3억4천만 달러이다. 처음으로 두 대회 중계권을 묶음 판매한 2002년과 2006년 대회에서는 액수가 23억 달러로 껑충 뛰어올랐다. 이번 대회에서는 한 차례만으로 27억 달러를 벌어들인다.

 

▲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FIFA 본부.

 

이익 극대화에 매진…최대 수입원인 TV 중계권료도 계속 인상

FIFA가 중계권 판매에 나선 것은 컬러 TV 생중계가 시작된 1970년 멕시코월드컵부터다. 하지만 중계권 판매가 FIFA의 주 수입원이 된 것은 1980년대 후반부터다. 그 중심에는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이 자리 잡고 있다. 블래터 회장은 사무총장을 맡고 있던 1980년대부터 TV 중계권을 핵심 수입원으로 키우기 시작했다. 16개국이던 월드컵 본선 진출국 수를 24개국, 32개국으로 점차 확대해나간 것도 중계권 판매와 무관하지 않다. 2002년부터는 두 대회를 묶어서 판매하며, 중계권을 획득한 방송사가 가지는 독점적 권리를 늘려감으로써 중계권료를 인상했다. 방송사 간에 경쟁을 붙이는 것도 FIFA가 중계권료를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즐겨 사용하는 전략이다. 이전까지는 더 많은 사람이 시청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공영방송 또는 공영방송을 포함한 방송사 컨소시엄에 중계권을 판매했지만, 지금은 경쟁을 통해 최대 수익을 추구한다. FIFA의 이런 전략으로 인해 한국에서도 파문이 일어났다. 월드컵이 시작되기 전, 경기가 벌어지고 있는 현 시점까지 국민들이 가장 많은 불만을 터뜨리는 ‘SBS의 독점 중계’로 이어진 것이다. 중계권료를 많이 받기 위해서는 우선 재미있는 경기가 펼쳐져야 한다. 재미있는 경기가 되기 위한 첫 번째 요인은 골이 많이 나오는 것이다. 아디다스는 남아공월드컵 공인구 ‘자블라니’를 비롯해 대회마다 반발력을 극대화시키고 볼 컨트롤이 수월한 공인구를 내놓고 있다. 반발력이 좋다는 것은 빠르게 멀리 날아간다는 것이다. 골이 터질 확률이 그만큼 높다. FIFA가 원하는 바가 이것이다. 현대 축구를 주름잡는 스타플레이어가 출전하는 것도 빠져서는 안 될 부분이다. FIFA는 최근 4강 토너먼트에서부터는 이전까지 받았던 옐로카드 기록을 삭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비신사적 행위를 엄단한다는 FIFA의 기본 방침과 배치되는 것이다. FIFA가 이런 결정을 한 것은 스타플레이어가 경고 누적으로 주요 경기에 결장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일부에서는 ‘오심도 경기의 일부이다’라는 철학을 고집스럽게 유지하고 있는 것에서 FIFA의 흑심을 읽어내기도 한다. 이번 대회 들어서 유독 ‘신의 손’과 오프사이드를 두고 오심 논란이 자주 등장하고 있지만, FIFA 입장은 확고부동하다. 정효웅 MBC ESPN 해설위원은 “팬들도 방송 화면으로 핸드볼과 오프사이드에 대해 분명히 인지할 수 있다. 일부 반칙에 대해서는 잠시 경기를 멈추더라도 비디오 판독 등 기계의 힘을 빌려 정확하게 판정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개최국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과 승부 조작, 심판 매수 등과 관련한 음모론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FIFA의 전통적 수입원은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받는 후원금이다. FIFA는 스폰서 기업들에게 거액의 후원금을 받고 월드컵을 이용한 마케팅에 대해서 독점적인 권리를 부여한다. 스폰서 기업을 제외하면 경기장 내에서 사용하는 어떤 물건에도 상표를 노출시키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심지어는 관중들이 기업 로고가 박혀 있는 티셔츠를 입고 경기장에 들어서는 것도 막았다. FIFA는 남아공월드컵부터 스폰서 구조를 변경했다. FIFA 파트너(FIFA Partners), 월드컵 스폰서(FIFA World Cup Sponsors), 지역 공급자(National Supporters) 등 3단계로 나누었다. 스폰서 기업을 줄이는 대신 세분화해서 상위 등급 스폰서에게 더 많은 돈을 받고 많은 권리를 부여하기 위한 것이다. FIFA 파트너는 월드컵은 물론 4년 동안 FIFA가 개최하는 모든 경기와 각종 이벤트에 독점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아디다스·코카콜라·소니·비자카드·에미레이트 항공 등 여섯 개 기업만이 FIFA 파트너 자격을 누리고 있다. 맥도날드·버드와이저 등 여덟 개 기업이 월드컵 스폰서로, 여섯 개 남아공 기업이 지역 공급자로 참여한다. 각 업체가 FIFA에 지불한 정확한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김종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공식적으로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FIFA 파트너가 1억1천만 달러, 그 밑의 월드컵 스폰서가 4천만 달러 정도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라고 말했다.

 

▲ 아르헨티나의 마라도나 감독이 남아공월드컵 조별 리그 한국과의 경기에서 크게 이기자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자기 자본 14배 늘려

이번 대회 들어 눈에 띄게 바뀐 것이 경기장 주변에 설치된 A보드 광고판이다. 당연하게도 FIFA 공식 후원사만 A보드에 노출될 기회를 가진다. A보드 광고를 위해 후원사가 특별히 추가로 부담하는 광고료는 없다. 기존에는 후원사별로 구역을 나눠 고정된 광고판을 사용했지만, 이번 대회부터는 발광다이오드(LED)로 제작해 일정 시간 간격을 두고 후원사들의 광고판을 바꾸고 있다. 배정받은 시간만큼은 경기장 전체에 한 회사 로고가 수를 놓는다. 권용준 현대·기아차 홍보팀 차장은 “A보드에 올라가는 광고의 순서와 시간, 경기 배정 등에 대한 결정은 FIFA가 전담한다. 경기마다 현대차와 기아차를 번갈아 노출시키는 것은 우리 의도이지만, 특정 경기에 맞추어 현대차와 기아차를 선택할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전반전과 후반전 사이를 제외하고는 휴식 시간 없이 지속되는 축구 경기 특성상 경기 중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A보드는 광고 효과가 크다고 알려져 있다. 반복적으로 방송되는 골 장면에 노출된다면 효과는 배가된다. 남아공월드컵 개막 첫 골이 터져 나온 순간 A보드에 광고가 올라간 기아차는 웃음이 절로 나왔다. 정희윤 스포츠산업경제연구소장은 “1백50개국이 넘는 나라에 광고를 노출하기 위해서는 각 나라마다 광고를 구입해야 한다. FIFA에 한꺼번에 투자해서 얻는 광고 효과가 비용 대비 효율 면에서 이익이다”라고 말했다.

 

 

‘주식회사 FIFA’는 최고 우량 기업이다.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동안 자기 자본을 14배 늘렸다. 지난해 20억5천9백만 달러 매출에 8억6천3백만 달러를 지출해 1억9천6백만 달러의 이익을 남겼다. 이익률이 18%에 달한다. 1974년 취임한 주앙 아벨란제 전 회장이 FIFA를 비즈니스 조직으로 탈바꿈시킨 이후 35년째 흑자 행진을 이어오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아벨란제는 1978년부터 경기장 광고 판매를 시작했고, 1982년에는 월드컵조직위원회가 가지고 있던 마케팅 권한을 회수했다. 1986년부터는 스포츠마케팅 전문 대행사인 ISL(International Sport, culture&Leisure)을 통해 월드컵 마케팅을 독점 대행시켰다. 제프 블래터 현 회장은 아벨란제의 뒤를 이어받아 FIFA의 수익 극대화 작업을 계속해나가고 있다.

 황제 부럽지 않은 FIFA 회장

전세계 어떤 국제 기구보다 많은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FIFA는 회장이 전권을 휘두르는 중앙 집중적 권력 구조를 가지고 있다. FIFA 내에서 회장이 행사하는 의사 결정권은 황제의 그것과 맞먹는다. FIFA는 회장 한 명과 부회장 일곱 명으로 운영된다. 최고 의사 결정 기관은 총회이지만 실질적인 권력은 집행위원회에 있다. 24명의 집행위원으로 구성된 집행위원회가 회장의 손안에 있다.

역대 FIFA 회장은 절대 권력을 휘두르며 장기 집권해왔다. 시작은 프랑스 출신 줄 리메이다. 그는 33년 재임하면서 1차 대전 이후 위기에 빠진 FIFA 조직을 추스르고 월드컵의 기초를 다졌다. 월드컵 우승 트로피인 ‘줄 리메 컵’은 그의 이름에서 비롯되었다. 축구 종주국 영국의 4개 축구협회를 끌어들인 것도 줄 리메였다. 다음 주자는 브라질 출신 주앙 아벨란제이다. 1974년 취임한 그는 FIFA라는 조직을 기업화시킨 장본인이다. 아벨란제는 글로벌 기업들을 끌어들여 월드컵을 상업화하는 데 앞장섰다. 이제는 자리를 잡은 경기장 광고판을 도입한 것도 그였다. 1998년까지 24년 동안 자리를 지키며 ‘FIFA 회장=절대 권력자’라는 이미지를 만들었다.

제프 블래터 현 회장은 완성형이다. 아벨란제 밑에서 17년 동안 사무총장을 맡은 그는 준비된 회장이었다. 블래터는 TV 중계권을 FIFA의 최대 수익원으로 만들어냈다. FIFA의 기업화는 블래터에 의해 정점을 이루고 있다. 내년에 4년 임기가 끝나는 블래터는 4선 도전 의사를 밝혔다. 장기 집권을 향해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아시아축구연맹(AFC) 모하메드 빈 함맘 회장이 대권을 노리고 있지만, 블래터의 아성에 미치지 못한다.

스위스 취리히에 본부를 두고 있는 FIFA는, 스위스 내국법의 적용을 받지만 철저한 비밀주의를 엄수한다. 블래터 회장과 측근으로 이루어진 최고 핵심부가 수익과 관련된 중계권과 공식 후원사 문제에 접근할 수 있다. FIFA가 의혹에 시달리는 것도 이러한 비밀스러운 운영 방식 때문이다. 월드컵 개최지를 선정할 때마다 불거지는 문제가 회장의 개입과 선정위원들의 수뢰 의혹이다. 조카인 필리프 블래터가 회장으로 있는 인프런트 스포츠 미디어(Infront Sports & Media AG)가 월드컵 방송권을 독점 판매하는 에이전시로 선정된 것에도 의혹의 시선이 쏠린다. 정황은 있지만, 구체적인 근거를 찾아내기 힘들다. 폐쇄적인 운영이 의혹 해소를 막고 있다. 정효웅 MBC ESPN 축구해설위원은 “의사 결정이 투명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우선 정관이 개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마저 회장에게 힘이 집중되어 있는 구조라서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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