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주 기관차’ 로벤, 심판들도 따라가기 벅차 ‘헉헉’
  •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정해상 | 국제심판 ()
  • 승인 2010.07.20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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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역사상 4위팀 선수가 MVP 받는 최초 기록 세워

우루과이의 포를란 선수는 넓은 시야와 개인기, 뛰어난 프리킥 능력으로 월드컵 역사상 4위팀 선수가 MVP를 받는 최초의 기록을 세웠다. 한국전에서도 요주의 선수로 꼽혔는데 보란 듯이 첫 골을 어시스트해 우루과이팀에 승리를 선사했다. 수아레스와 기막히게 호흡을 맞추어 한국팀을 괴롭혔다. 공간 활용 능력이 뛰어난 수아레스는 심판에게도 항의가 없는 선수이다.

프랑스 선수도 훌륭했다. 아넬카, 비에리, 에브라, 앙리 등은 두 말이 필요 없는 최고의 선수이다. 하지만 팀 내분으로 인해 월드컵 예선 탈락이라는 쓴맛을 본 뒤에는 귀국길 비행편이 일반석이었다고 한다. 귀국 후에 감독이 청문회에 섰다는 이야기가 전해졌다. 최고의 선수가 모였어도 팀이 융화되지 못하면 모래알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에브라 정도만 예의 바른 선수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스페인팀은 당분간 ‘무적 함대’

스페인 골키퍼 카시야스 선수와의 대화가 기억난다. 필자가 “하의 팬티 안에 입는 언더웨어가 하의 팬티 색상과 같아야 한다. 후반전에 언더웨어를 벗고 나오든지 같은 색상으로 갈아입고 나오라”라고 지시했다. 후반전 시작하기 전 확인해보니 카시야스는 언더웨어를 벗는 쪽을 선택했다. 카시야스는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에도 스페인팀의 주전 수문장이었는데 한국팀과의 승부차기 대결에서 패해 자존심이 많이 상했었다고 한다. 비야, 사비, 이스에시타, 토레스, 모라스, 푸욜, 피케 등 스페인팀의 선수들은 모두가 유명한 선수들이다. 뛰어난 패스워크와 개인기로 대회 챔피언에 올라 당분간 ‘무적 함대’로 군림할 것 같다. 브라질과 결승에서 대결했더라면 최고의 경기가 되었을 것이다.

네덜란드팀의 로벤과 스네이더, 정말 탁월해

네덜란드팀의 로벤은 정말 빨랐다. 전반전을 마친 뒤 1부심이 필자에게 “로벤 선수 정말 빠르다. 따라가지를 못하겠다”라고 말했을 정도이다. 그가 브라질팀을 꺾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스네이더 선수는 작지만 뛰어난 활동력으로 팀이 결승까지 진출하는 데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대회 뒤 맨처스터 유나이티드로의 이적설이 나오고 있다.

독일의 외질, 뮐러 기량 뛰어나

하지만 카카 선수는 예전에 비해 기량이 떨어진 듯한 느낌을 주었다. 유명세는 카카나 호비뉴가 치렀지만 현장에서 기량이 두드러지게 보인 것은 마이콘 선수였다. 마이콘은 우측 사이드 어태커가 주 포지션으로, 필자가 보기에는 세계 최고의 우측 사이드 어태커였다. 경기 중 필자에게 코너킥이라는 거센 항의를 한 번 했다. 전반 종료 뒤 마이콘이 필자에게 다가와 미안하다며 손을 모아 사과했다. 그런데 다시 반전. 필자는 중간 휴식 시간에 내 판정이 틀렸다는 것을 라커룸에서 확인했다. 후반 시작 전에 마이콘에게 “내가 실수했다. 미안하다”라며 사과했다. 필자의 이번 대회 유일한 실수가 바로 이것이었다. 필자가 직접 현장에서 보지는 못했지만 기량이 뛰어난 선수로는 독일의 젊은 선수 8번 외질, 13번 뮐러를 꼽을 수 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이들은 최고의 선수가 되기에 모자람이 없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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