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한 달간 은평 안 떠난다”
  • 반도헌 (bani001@sisapress.com)
  • 승인 2010.08.03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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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8 재·보선에서 생환한 이재오 당선자 동행 취재
ⓒ시사저널 이종현

치열했던 선거전에서  58.3%라는 높은 득표율로 승리를 거둔 다음 날 이재오 당선자(사진 왼쪽)의 일상은 평소와 다름없이 시작되었다. 여느 때처럼 오전 5시30분께에 집을 나서 자전거를 타고 지역을 돌았다. 재활용센터 세 곳과 인력 시장, 재래시장 등을 돌며 주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 8시20분쯤 자택으로 돌아온 그는 바로 여의도에 있는 한나라당 당사로 향했다. 다른 한나라당 당선자들과 함께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당 지도부에 인사를 건네기 위해서다. 선거 기간 중 당 지도부에 “제발 한강을 넘지 말아달라”라고 부탁하던 그가 이번에는 직접 한강을 건넌 것이다. 

간단히 인사를 마치고 이당선자가 향한 곳은 다시 은평이었다. 선거사무소 근처에 있는 20년 단골 해장국집에서 식사를 마치고 유세차를 이용한 당선 사례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그는 역촌 노인복지센터, 은평 노인종합복지관, 진관동 뉴타운 지역, 갈현시장 등을 찾아 지역 주민들을 만났다. 이동하는 내내 유세차에서 마이크를 통해 쉬지 않고 감사 인사를 했다. 주민들은 축하의 말을 건네면서도 “열심히 하고 겸손함 잃지 마라” “노인복지센터 시설을 확충하라” 등 당부하는 말도 잊지 않았다.

4대강 사업에 대해 묻자 “북한산 밑에 4대강이 흐르느냐”

이당선자에게 이번 선거는 쉽지 않았다. “지금까지 선거 중에 제일 치열하고 힘들었다”라는 그의 말처럼 이번 선거에서 은평 을은 최대 격전지였다. 매일 15시간 이상 지역구를 돌았다. 뙤약볕에 젊은 사람들도 소화하기 어려운 일정을 견뎠다. 이당선자의 한 측근은 “사선(死線)을 넘은 4선이다. 한 달 동안 유격 훈련을 다녀온 기분이다”라고 말했다. 힘들었던 만큼 열매는 달았다. 한나라당은 은평 을을 비롯해서 총 다섯 석을 획득했다. 현 정부와 정책에 대해 국민들이 지지를 보내준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당선자는 “한나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앞으로) 잘하라고 찍어준 것이다”라고 말하며 지나친 흥분을 경계했다.

‘돌아온 이재오’에 대해 국민의 관심은 이제 은평 밖을 향하고 있다. 이당선자의 원내 복귀로 당내 권력 구도가 요동치고 4대강 사업은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연이어 나온다. 하지만 이당선자는 이에 대한 말을 아끼고 있다. 기자가 이에 대해 질문하자 “나중에 얘기하자” “나도 잘 모르겠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질문에는 “북한산 밑에 4대강이 흐르느냐”라고 말한 것이 그의 현재 관심사를 대변한다.

이당선자는 8월 한 달간은 은평 지역을 벗어나지 않을 생각이다. 여의도와 중앙 정치에 대한 생각은 나중으로 미루고 은평 주민과 관공서, 당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나갈 생각이다. 

그러나 이당선자의 의지가 어떻든 국회가 본격 가동되는 9월부터는 중앙 정치 무대에 합류한다. 이당선자는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상임위원회 활동을 시작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의 한 측근은 “좀 더 큰일을 하고 싶어 한다. 남북 관계 개선에도 관심이 많다”라고 말했다. 이당선자가 선거 과정에서 보여준 친서민 행보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당선자의 측근은 “미국과 중국에 가 있는 동안 (이당선자가) 생각이 많이 바뀐 것 같다. 옳은 일이기 때문에 자신이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제는 옳은 일이면 자신이 아니라도 다른 사람들에 의해 관철이 되더라고 말한다. 이제까지와는 다른 방식의 정치를 펼칠 것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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