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인 지식인으로 ‘일본의 양심’이라고 불리는 와다 하루키 도쿄 대학 명예교수는 1910년 체결된 한·일강제병합조약이 무효라고 주장하는 대표적인 일본측 인사이다. 최근 방한해 ‘김대중상’을 수상한 그에게 한·일 관계에 대해 물었다.
▶ 한일병합조약이 무효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전문도 거짓이며 조약 본문도 거짓이다. 조약 체결의 절차와 형식에도 중대한 결점과 결함이 보인다. 병합에 이르는 과정이 불의부당(不義不當)한 것과 마찬가지로 한·일병합조약도 불의부당하다.
▶ 일본에서 한·일병합조약이 무효라고 생각하는 지식인들이 늘어나고 있는가? 또 이러한 운동을 계속할 생각인가?
우리들의 성명을 지지하는 지식인은 서명한 5백40명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한국병합조약에 있어서 깊게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도 병합 과정이 일본군의 점령에 의해, 군사력에 의해 강제적이었다는 인식은 가지고 있다.
▶ 일본 정부가 이 조약이 무효라는 것을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는데, 가능성이 있나?
국회에서 결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 8월10일 간 나오토 총리가 발표한 담화 내용에 그동안 주장해 온 내용이 충분히 담겨 있다고 보는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함께 1984년 7월4일 ‘일본 국민은 한·일 병합이 조선 민족의 의지와 반하여 강행된 것임을 인정하고 일본이 식민지 통치 시대를 통하여 이 민족에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준 것을 반성하고 깊게 사죄한다’라는 내용의 성명서 ‘조선 문제와 일본의 책임’을 발표했다. 이 성명에는 시민 기독교 인사 등 1백36명이 서명했다. 이 성명을 각 정당에 보낸 결과, 제안에 찬성한다고 답변한 것은 일본사회당과 사민련이었다. 일본사회당의 이시바시 위원장은 찬성하지만 이와 같은 결의를 채택하는 것은 ‘꿈같은 얘기이다’라고 써 왔다. 사민련의 회답에는 뭐라고 써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당시 그 당의 부대표가 간 나오토 씨(현 총리)였다. 그리고 이번에 간 나오토 총리 담화에서 1984년에 우리들이 요구한 내용이 전부 포함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때부터 2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일본 정부, 국민의 입장이 여기까지 변화되었다는 것을 평가해야 한다.
▶ 일본 국민들은 간 나오토 총리의 담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아사히 신문에서 이번 담화는 북한 사람들에게도 보여주어야 한다고 게재했다. 생각이 있는 국민은 간 총리의 담화를 지지하고 환영하고 있다.
▶ 미래 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위한 선결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일본인이 제대로 된 역사 인식을 확립하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과 역사 인식을 공유하는 것이다. 무라야마 전 총리의 담화에서 간 나오토 총리의 담화까지, 그 과정이 전진하고 있다고 평가해야 한다.
▶ 향후 계획은?
<납치를 다시 생각한다>라는 책을 9월에 출판하고 <북한현대사> 원고를 완성하는 것이 목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