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때 식사’에 있을 것 다 있다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10.08.30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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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건강기능식품의 득과 실 / 식물 등에 있는 항산화물질, 따로 추출해 먹으면 효과 없거나 역효과

지난 8월20일 오후 서울대병원 대강당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전문의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건강기능식품의 득과 실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였다. 박진호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건강기능식품을 먹어서 손해 볼 것 없다는 인식은 잘못된 것이다. 건강상 많은 손해를 볼 수 있다. 건강을 지키려면 건강기능식품에 의존하기보다는 제때에 식사를 하는 편이 바람직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대다수 전문의가 건강기능식품을 권유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뉴잉글랜드 <의학저널(NEJM)> <미국의학협회저널(JAMA)> <란셋(the Lancet)> <미국내과학회지(Annals of Internal Medicine)> 등 세계 4대 의학 저널에 발표된 연구 결과를 근거로 든다. 평생 한 편의 연구 논문이라도 실리는 것이 의사들의 꿈일 정도로 이들 저널에 게재된 연구 결과는 그 권위를 인정받는다. 

게재된 연구 결과를 종합해보면, 식물 등에 있는 항산화물질은 그 효과가 입증되었지만 이를 따로 추출해서 건강기능식품으로 섭취하면 효과가 없거나 심지어 역효과가 났다. 채소 자체에서 다른 성분과 복합적으로 작용해야 본래의 효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건강기능식품도 유행을 탄다. 과거에는 효모, 클로렐라, 스쿠알렌, 알로에가 인기를 끌었다. 최근에는 비타민E, 셀레늄, 베타카로틴, 비타민A, 비타민B, 쏘팔메토(saw palmetto), 루테인(lutein), 글루코사민(glucosamin), 오메가3 등이 인기를 끈다. <시사저널>은 전문의들의 도움을 받아 세계 4대 의학 저널에 실린 지난 10년 동안의 연구 결과를 중심으로 최근 유행하는 10대 건강기능식품의 득과 실을 따져보았다.

1. 비타민E (토코페롤)

ⓒ시사저널 전영기

비타민E 성분이 함유되지 않은 건강기능식품이 없을 정도이다. 비타민E는 땅콩, 쌀의 씨눈, 우유, 시금치나 브로콜리 등과 같은 푸른 채소 잎에 들어 있는 성분으로 흔히 토코페롤이라고도 부른다. 이 성분은 항산화, 적혈구 보호 등에 관여하는 물질이다. 특히 심혈관질환과 암을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이 찾는 건강기능식품이 되었다. 그러나 최근 심장병 예방 효과가 없으며 오히려 심부전이 발생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연구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1만명을 대상으로 심혈관질환에 대해 실시한 2005년 연구 결과에서 비타민E를 먹은 사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먹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심부전이 잘 생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를 밝히려는 연구가 현재 진행 중이다.

암 예방 효과는 있을까? 두경부암을 치료한 환자에게 비타민E 4백IU(비타민제 등에 쓰는 국제적 단위)를 주고 4~5년 관찰했는데, 다른 암이 생길 확률이 안 먹은 사람에 비해 세 배 증가했고 기존 암 재발률도 두 배가량 늘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고혈압도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혈압학회지에 실린 연구에서, 당뇨 환자가 하루 5백mg의 비타민E를 먹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6주 후 혈압과 심장 박동 수가 증가했다. 심지어 많이 먹으면 사망할 가능성도 제기되어 충격적이다. 비타민E 하루 복용량이 1백50IU를 넘어서자 복용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사망률이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시중에 판매되는 비타민E제는 4백IU 이상이며 최대 1천IU를 넘어선 제품도 있다. 건강 유지에 필요한 용량은 10IU 정도로 평소 식사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한다.

2. 셀레늄

세계 의료계는 셀레늄을 먹어도 효과 없는 물질로 정리한 상태이다. 그럼에도 전립선암을 예방하려고 비타민E와 셀레늄을 찾는 사람이 많다. 최근 3만5천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셀레늄과 비타민E는 전립선암을 비롯한 암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타민E를 먹은 사람에게서 전립선암이 증가했다.

배추·양파·가지·마늘 등에 있는 셀레늄이 폐암 발병 위험을 줄여주는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있지만 연구 결과는 반대로 나타났다. 3만5천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연구한 텍사스 대학 연구팀은 셀레늄을 단독으로 먹거나 비타민E와 동시에 복용해도 전립선암과 폐암 발병 확률을 낮추지 않는다고 최근 발표했다.

또한 셀레늄이 당뇨를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약 8년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셀레늄을 먹은 사람은 먹지 않은 사람에 비해 당뇨 발생 확률이 높게 나타났다. 적어도 당뇨 환자는 셀레늄을 먹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3.베타카로틴

ⓒ시사저널 전영기

당근, 고추에 많은 베타카로틴은 사람의 간에서 비타민A로 변한다. 베타카로틴을 음식 외에 따로 섭취한 사람은 해를 거듭할수록 먹지 않은 사람에 비해 폐암에 걸릴 가능성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약 3년이 지나면서는 사망률까지 1~2%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최근 연구를 통해 베타카로틴은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률도 높이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베타카로틴을 과다 복용하면 피로, 권태, 두통, 탈모, 근육과 뼈의 통증, 뇌부종, 구토, 피부 건조, 발열, 간의 확대, 빈혈 등의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때문에 전문의들은 베타카로틴을 반드시 음식으로 섭취할 것을 주문한다. 건강기능식품을 따로 복용하면 과다 복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4. 비타민A

골다공증 등 뼈 건강을 위해 비타민A를 찾는 사람이 부쩍 늘어났다. 그런데 최근 연구에서는 오히려 뼈 골절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비타민A를 먹은 사람은 먹지 않은 사람에 비해 대퇴골 골절이 두 배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건강기능식품이 아니라 음식으로라도 비타민A를 많이 섭취하면 대퇴골 골절이 더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전문의들의 의견을 요약하면, 몸속에서 일어나는 정상적인 작용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좋은 성분을 많이 먹을수록 더 큰 효과를 낼 것이라는 생각은 무지한 것이라는 말이다. 눈 건강 등에 비타민A가 필요한데 의사들은 비타민A제를 따로 먹지 않고 우유·버터·치즈·마가린·장어·간·계란 등으로 섭취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5. 비타민B

성인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혈중 호모시스테인 수치를 낮추는 것이 관건이다. 혈액 속에 호모시스테인이 많아지면 콜레스테롤이 정상 수준인 사람도 관상동맥질환, 뇌혈관 발작 등의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유, 과일, 채소에 있는 비타민B가 이를 예방한다고 해서 이 성분을 함유한 건강기능식품이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다. 그런데 실제 연구 결과는 부정적으로 나타났다. 심근경색으로 좁아진 혈관을 넓히는 시술(스텐트)을 받은 후 혈관이 다시 좁아지는 정도를 관찰한 연구에서 비타민B를 섭취한 사람이 그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심근경색으로 진단받은 4천명에게 비타민B와 가짜 약을 먹이고 3~4년을 관찰한 여러 연구 결과에서도 심근경색의 재발, 뇌졸중, 급사 확률이 높은 쪽은 비타민B를 섭취한 사람이었다. 특히 당뇨·신장병 환자가 비타민B를 과다 섭취하면 심장질환,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률까지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올해에도 발표되었다. 심혈관질환과 뇌졸중 환자는 비타민B를 먹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의사들의 권고 사항이다. 또 알코올 분해에 좋다면서 비타민B제를 상시 복용하는 사람도 있다. 이는 의사가 알코올에 찌들어 있는 환자를 치료할 목적으로 사용할 때에나 해당하는 말이다.   

6. 글루코사민

새우·가재 등 갑각류에 있는 글루코사민은 무릎 관절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미국 국립보건원은 2006년 글루코사민과 가짜 약을 먹은 사람의 통증 완화 효과에 별 차이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글루코사민이 의약품으로 분류되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도 올해 글루코사민제가 골관절염 예방과 통증 감소에 효과가 없다고 확인했다. 다만, 중간 정도 상태의 무릎 퇴행성관절염 환자에게는 통증 완화·기능 개선·진행 억제 등의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하루 1천5백mg씩 최소 한 달 이상 복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으며 3개월간 복용해도 효과가 없으면 다른 치료제를 고려한다는 것이 의사들의 진료 지침이다. 손가락 퇴행성관절염과 류머티스성 관절염, 관절염 예방에는 효과가 없다.

글루코사민에는 황산염 글루코사민과 염산염 글루코사민이 있는데,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의 상당수는 염산염 글루코사민이다. 황산염 글루코사민과 달리 염산염 글루코사민의 효과는 입증되어 있지 않다.

한편, 갑각류 껍질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사람은 글루코사민 복용이 금지되어 있다. 또 최근 초록색을 띠는 ‘초록잎 홍합’과 같이 먹으면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한다.

7. 쏘팔메토

톱니 모양의 야자수인 쏘팔메토 열매에서 추출한 성분이 전립선 비대증 증상을 개선하는 건강기능식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정반대의 연구 결과가 잇달아 발표되고 있다. 전립선 비대증 환자에게 하루 3백20mg씩 12주 동안 쏘팔메토를 먹게 했지만 증상이 호전되지 않았다. 또 중증 전립선 비대증 환자에게 1년 동안 쏘팔메토 성분을 먹였지만, 먹지 않은 사람과 차이가 없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쏘팔메토는 전립선 비대증 완화에 아무런 효과도 주지 않는다는 것이 현재 세계 의학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따라서 의사들은 전립선 비대증 환자에게 쏘팔메토를 권하지 않는다. 다만 환자가 강력히 복용할 것을 원할 경우 부작용이 없는 점을 고려해 2~3개월 관찰한 후 별 차도가 없으면 적절한 치료법을 쓰도록 유도한다.

100% 쏘팔메토 성분이라고 광고하는 제품이 있다. 전문의들은 ‘순수 성분’이나 ‘100%’라는 말에 현혹되지 말 것을 당부한다. 가격이 비싸거나 구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다른 좋은 성분을 혼합하지 않은 제품을 듣기 좋게 포장한 것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8. 루테인

최근 국내에서 시력 저하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그 원인으로 황반 변성이 꼽힌다. 황반은 망막 가운데에 위치하며, 사진기의 필름 역할을 하는 부분이다. 황반에 변성이 생기면 상이 찌그러져 보이며 시력이 저하되기도 한다. 황반 변성 예방에 루테인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물 엽록소에 있는 이 성분은 하루 1.7mg 정도 섭취해도 무방한 것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식사할 때 케일·시금치 등을 섭취하면 된다.

건강기능식품에는 하루 10~20mg이 함유되어 있다. 40mg까지 섭취해도 무해하지만, 의사들은 건강한 사람의 시력 보호에 이 성분을 권유하지 않는다. 초기 황반 변성에 보조제로써 의사가 사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지만, 전문의들은 환자에게 권유할 만큼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흡연자에게는 폐암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복용을 금지하고 있다.

9. 오메가3

에스키모인이 심장병에 잘 걸리지 않는 이유를 밝히기 위해 연구하면서 발견한 물질이 오메가3 지방산이다. 기름진 생선에 들어 있는 오메가3는 이후 심장병 예방 물질로 인식되면서 건강기능식품으로 등장했다. 생선을 자주 먹지 않는 미국에서는 오메가3가 날개 돋친 듯이 팔렸고 그 여파가 한국에까지 미쳤다.

의사들은 미국인에 비해 생선을 자주 먹는 한국인은 오메가3를 별도로 섭취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많이 먹는다고 해서 예방 효과가 증대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1만1천여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에서 1주일에 1회 생선을 먹으면 심장병으로 급사할 위험률이 줄어들지만 그 이상 먹는다고 해서 그 비율이 더 떨어지지는 않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한국인은 주 2회 참치·고등어·연어·황새치·정어리·청어·대구 등을 먹으면 몸에 필요한 오메가3를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 심혈관질환이 있거나 비만·고혈압·당뇨·고지혈증 환자, 운동하지 않는 사람도 주 2회 생선을 먹으면 되는데, 의사의 판단에 따라 이틀에 한 번 정도 정제를 복용할 수도 있다. 생선을 못 먹는 사람이라면 의사의 도움을 받아 오메가3를 섭취할 수 있다.

10. 아스피린

아스피린은 의약품이지만 건강기능식품만큼 복용하는 사람이 많다. 뇌졸중·심근경색 등 혈관 질환으로 인한 돌연사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아스피린은 피를 묽게 해주므로 혈액이 뭉치지 않도록 해주는 효과를 낸다. 이런 이득이 있지만 일반인에게는 피해가 더 많다. 습관적으로 먹으면 뇌출혈과 위출혈 위험을 높인다는 것은 상식으로 통할 정도로 잘 알려진 부작용이다. 출혈이 아니더라도 위장 기능 장애가 잘 생기고 상처도 잘 낫지 않는다.

아스피린을 복용해야 할 사람은 심근경색이나 뇌경색 발생 확률이 높은 환자로 한정되어 있다. 당뇨가 있으면서 고혈압과 고지혈증까지 있는 사람, 또는 흡연자이면서 비만하고 고혈압과 고지혈증이 있는 사람에 해당한다. 단순히 고혈압과 고지혈증이 있다고 해서 의사의 처방 없이 아스피린을 먹으면 득보다 실이 크다. 먹더라도 하루 100mg으로 충분하며 소염·진통제 등과 병용하면 출혈 위험이 커지므로 유의해야 한다.

 

 쥐에게 좋은 것, 사람에겐 “글쎄”

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을
만병통치약으로 아는 사람이 꽤 있다. 멜라토닌은 밤과 낮을 구분해주는 호르몬이다. 밤이 되어 멜라토닌이 많아지면 수면을 유도한다. 일부 시차 회복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입증된 바 있다. 그런데 미국과 일본에서 멜라토닌이 노화 방지, 치매 치료, 정신병 치료, 심지어 에이즈나 암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도 많은 사람이 멜라토닌 제품을 찾고 있다. 쥐 실험에서 멜라토닌이 활성산소를 억제하는 항산화 작용을 하는 것으로 보고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이것이 암, 노화, 치매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와전된 것이다. 쥐의 경우를 사람에게 확대 적용한 셈이다. 이후 유력 과학지 <네이처>와 <셀>에 멜라토닌의 효과가 과장되었으며 잘못 해석되었다고 강력히 비판하는 논문이 실리기도 했다. 멜라토닌에 시차 회복 이외에 다른 효과가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세계 의학계의 공통적인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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