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 쌉쌀한 ‘카드 VIP’의 유혹
  • 박혜정 | 재테크 칼럼니스트 ()
  • 승인 2010.08.30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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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부·리볼빙·현금서비스 등 혜택이 ‘낭비’ 조장

 

ⓒ시사저널 사진팀

은행에는 적금·펀드·예금 등 수신 잔액이 큰 ‘수신 VIP’가 있고, 카드를 많이 써서 된 ‘카드 VIP’가 있다. 카드 VIP를 다시 쉽게 말하면 카드 사용액이 많고, 연체 없이 매월 잘 갚아나가는 사람이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카드 VIP면서 수신 VIP가 아닌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즉 카드는 많이 쓰지만, 저축은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대다수는 벌어들이는 수입의 거의 대부분을 카드 값으로 지출하고 있다. 사람들을 카드 VIP로 유혹하는 것들에는 ‘할부&리볼빙&현금서비스’라는 카드의 대표적 기능들이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할부는 갖고 싶은 가방, 자동차를 사거나 해외여행을 하고 싶지만 현재 그만큼의 돈이 없는 사람들에게 달콤하게 손짓한다. ‘무이자 할부’라는 광고라도 보게 되면 나를 위한 기회인 것 같고, 무이자 할부라니 이를 이용하지 않으면 왠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그렇게 해서 할부로 물건을 구입하게 되면, 처음의 큰 목돈에 대한 부담을 줄여준 할부의 장점은 반복된 할부로 작은 금액이 다시 나에게 거액으로 돌아와 자금 상황을 압박하는 무서운 무기로 돌변해 있기 십상이다.

리볼빙은 부득이하게 연체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게 무척이나 매력적인 기능이다. 리볼빙 서비스는 청구 금액의 일정 부분만 결제를 하고, 결제일을 미룰 수 있어 연체 기록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리볼빙의 이자가 연체 이자에 버금간다는 사실이다. 리볼빙 서비스를 신청했다면, 마음 놓고 다음 달에 결제할 생각은 말고, 자금이 생기는 대로 선 결제를 해버려야 한다. 리볼빙 서비스는 연체 기록만을 만들지 않을 뿐이지, 이자는 연체 이자 수준이라는 것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현금서비스, 한 번 빠지면 헤어나기 힘들어

현금서비스 또한 빠르고 손쉽게 현금을 얻을 수 있도록 해 사람들을 유혹한다. 그래서 한 번 빠지면 가장 절제하기 힘들고 위험한 것이 바로 현금서비스이기도 하다. 신용카드로 신용 상태가 나빠진 사람들의 상당수가 현금서비스를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인 것에 비추어 현금서비스의 무서움을 알 필요가 있다. 현금서비스 사용에서 꼭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은행에서 대출을 하기 전에 현금서비스 사용 유무를 체크한다는 점이다. 왜 신용 조회 항목 안에 현금서비스 항목이 따로 표시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필요가 있다. 현금서비스를 많이, 자주 받는 사람은 자산 관리 상태가 위험하다고 판단될 수 있는 것이다.

카드의 이런 기능들을 싫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자가 너무 세다는 점에 있다. 수수료율 10~25%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지금 많은 사람이 예금 금리를 0.1%라도 더 받으려고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동분서주하면서 금융 기관을 찾고, 잠깐 며칠이라도 돈을 어음관리계좌(CMA)나 머니마켓펀드(MMF)에 넣어 돈을 한시도 쉬지 않도록 굴리고 있다. 그런데 현금서비스, 할부, 리볼빙 서비스를 받으며 저축 금리의 몇 배나 되는 높은 이자를 지불한다면, 그들 사이의 격차는 빛의 속도로 벌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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