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대표 “실천 능력이 있는 사람이 전면에 나와야한다”
  • 김지영 (young@sisapress.com)
  • 승인 2010.09.27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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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운동 안 해본 사람이 진보 얘기할 수 있나”

‘민주당호’를 이끌어갈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하는 10월3일 전당대회 일정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당권을 움켜쥐려는 후보들 간의 견제와 비난의 수위도 임계점을 넘어섰다. 특히 ‘빅3’(손학규·정동영·정세균)의 혈투는 ‘대선 전초전’을 방불케 한다. 서로를 향한 공격에 치명적인 날이 서 있다. <시사저널>이 민주당 대의원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면접 조사에서 ‘당 대표 지지율’과 ‘2012년 대선에서의 야권 후보 지지율’ 부문에서 동시에 1위를 차지하는 등 손학규 후보에 대한 강세 현상이 나타나자, 그를 향한 공격이 집중되고 있기도 하다. 역시 손후보의 최대 약점은 한나라당에서 당을 옮겨왔다는 점에 있다. ‘한나라당 2중대’론이 그것이다. <시사저널>은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9월23일 오후 늦게 서울 종로 사무실에서 손후보를 만났다. 그는 추석 연휴 기간 내내 민주당 텃밭인 호남 지역을 누비고 막 상경한 참이었다. 연일 계속된 강행군 속에서도 그는 전에 없이 자신에 찬 어조로 인터뷰에 응했다.

ⓒ시사저널 우태윤

▶본지 조사에서 ‘당 대표와 대선 후보 지지율’ 부문 1위에 올랐다.

(춘천에 칩거하면서) 오랫동안 정치 활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높게 평가해주셔서 고맙다. 대의원들이 당의 변화를 강하게 요구하는 것이다. 집권 의지와 정권 교체에 대한 강한 열망이 반영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 ‘손학규’가 당 대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민주당은 그동안 야당 이미지가 강하게 각인되어 있었다. 하지만 집권할 수 있는 당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가 당 대표가 된다는 것은 야당으로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정권 교체 의지를 강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제 신뢰받는 정당, 능력 있는 정당, 이길 수 있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 나는 이념만 앞세우는 것이 아니라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독재 정권 시절에 민주화운동을 했던 열정이 있고, 항상 어려운 사람들 편에서 노동운동과 빈민운동을 했다. 민주당을 서민의 정당으로 만들 수 있다.

▶한나라당 출신인 탓에 ‘한나라당 2중대’라는 비판이 나오는데.

당권 싸움하는 사람들이나 그런 얘기를 한다. 누워서 침 뱉는 것이다. 일반 국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한나라당 2중대라면 왜 내가 호남 지역에서 지지율이 가장 높게 나오겠는가(<시사저널> 조사에서는 손후보가 광주·전라 지역에서 정동영 후보(40.9%)에 이어 2위(34.4%)였다). 그런 정체성을 얘기한다면 호남에서 반대가 가장 많아야 할 것이 아닌가. 2007년 대선에서 참패했을 때도 나한테 당을 맡아달라고 하지 않았나. 한나라당 2중대한테 당을 맡길 수 있는가. 정치적인 반대자들은 그렇게 얘기하지만 그 사람들이 나에게 당 대표를 맡겼었다.

▶민주당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기존 야당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야당에 안주하는 모습이 있었다. 우리 당은 변화를 해야 하는데, 당내에 변화를 가로막는 기득권 체제가 있다. 그것 때문에 변화를 진전시키지 못하는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우리 스스로가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빅3’의 지도부 입성이 예상된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지도부의 내분이 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

지난번 지도 체제에서는 당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사람들이 당 운영에서 배제되었다. 이번에는 최고위원에 함께 들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비중 있는 정치인이 지도부에 들어가면 당의 에너지를 극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당내에서 경쟁하는 것을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야당은 소리가 나야 발전한다.

▶‘486 후보’의 단일화 약속이 깨졌는데.

예비 경선에서 486 후보 세 명이 모두 통과한 것은 희망적이다. 당의 미래를 봤을 때 바람직한 현상이다. 예비 경선 이전과 이후의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에 (486 단일화가 파기된 것을) 문제라고 보지 않는다. 486 정치의 역동성을 보여주었다.

▶손후보의 ‘러닝메이트’가 누구인지 말해줄 수 있나?

‘러닝메이트’라는 그 자체가 공식 제도가 아니다. 우리 당원들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기는 것이 맞다. (러닝메이트가) 있어도 지금 밝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대의원들이 잘 판단하리라 본다.

▶손후보의 조직과 세력이 다른 경쟁 후보들에 비해 약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실제로도 그렇다. 당에 합류한 시간도 짧았고, 2년 반 가까이 (춘천에 칩거하면서) 정치 활동을 한 것도 아니다. 조직이나 세력이 없다 해도 당원들의 지지가 많지 않은가. 조직이 약하다는 점을 약점으로 잡는 것은 옳지 않다.

▶경선 과정에서 ‘진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진보’를 무엇이라 규정하는가?

진보는 간단하다. 어려운 사람들 편드는 것이 진보이다. 국민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 국민의 눈으로 보는 것이 진보이다. 민주·민생·평화가 진보이다. 그것이 민주당의 정체성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진보주의자였지만 직접 진보를 표방하지는 않았다.

▶손후보는 자신을 진보주의자라고 생각하나?

당연히 진보주의자이지만 그런 표현을 쓰지 않는다. 나보다 진보주의자가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라. 진보는 실천이다. 구호가 아니다. 독재 시절에 민주화운동을 위해 길거리에 나서지도 않고, 감옥 한 번 안 가고, 도망 다녀본 일도 없고 경찰서에 가서 두들겨 맞아보지도 못한 사람이 무슨 진보를 얘기할 수 있나. 나는 한나라당에 있으면서도 김 전 대통령의 햇볕 정책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경기도지사 때는 정부에서 하지 못한 대북 쌀농사를 지원했고, 행정중심복합도시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무엇을 진보라고 하나? 진보는 실천이다.

▶‘잃어버린 6백만표를 되찾아 오겠다’라고 했는데,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인가?

민주당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런 실천 능력이 있는 사람이 전면에 나와야 한다. 진보 정당과 통합하고 연대해서 더 큰 진보의 틀을 만들어낼 때 잃어버린 6백만표를 되찾아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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