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1천5백명이 뽑은 분야별 ‘가장 존경하는 인물’] 시대를 움직인 거인들‘살아 있는 역사’로 빛나다
  • 안성모 (asm@sisapress.com)
  • 승인 2010.10.18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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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분야에서 고인이 된 전직 대통령들이 나란히 1~3위

 

누군가를 존경할 수 없는 사회는 죽은 사회이다. 존경할 만한 누군가가 없는 사회 역시 마찬가지다. 태산북두처럼 우러러 존경하지는 않더라도 나보다 먼저 한 발짝 앞서 내딛은 이에 대한 존경은 사회 발전의 밑거름이 된다. <시사저널>은 미디어리서치와 공동으로 총 30개 분야에서 ‘가장 존경하는 인물’을 선정했다. 올해로 세 번째이다. 과연 지금 어떤 인물이 존경을 받고 있을까.

산 자보다 죽은 자가 더 존경받는 사회

정치 분야에서는 이미 고인이 된 전직 대통령들이 나란히 1~3위를 차지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올해에도 가장 존경받는 인물로 꼽혔다. 지난해 8월18일 서거한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존경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해가는 분위기이다. 김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정치 개혁과 남북 화해를 이끈 노무현 전 대통령이 2위를 차지했다. 김 전 대통령과 정치적 맞수였던 박정희 전 대통령은 3위에 올랐다.


현역 정치인으로는 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이 가장 높은 순위인 4위를 차지해 눈길을 끈다. 민주화운동의 주역인 김고문은 지난 18대 총선에서 낙마한 후 정치권과 일정하게 거리를 두어왔다. 한때 대권을 꿈꾸었던 그는,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그가 꿈꾼 가치가 높은 평가를 받는 것으로 분석된다. 2008년 첫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지난해 2위에 이어 올해에는 다섯 계단이나 내려갔다.

금융 분야는 부침이 심했다. ‘투자의 귀재’ 워렌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국내 인사들을 모두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2008년 첫 조사에 이어 두 번째이다. 지난해에는 라응찬 신한지주 회장과 공동 2위였다. 최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금융실명제 위반으로 중징계를 통보받은 라회장은 이장호 부산은행장과 함께 4위에 머물렀다. 지난해 1위였던 강정원 전 KB국민은행장은 아예 순위에 오르지 못했고, 지난해 공동 4위였던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김정태 하나은행장과 함께 공동 2위를 차지했다.

기업 분야에서는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나란히 1위에 올랐다. 2008년에는 정 전 회장, 2009년에는 이회장이 1위를 각각 차지했다. ‘왕회장’으로 불린 정 전 회장은 2001년에 작고했지만 그에 대한 향수는 여전하다. 2008년 4월 비자금 의혹을 다룬 특검 수사가 끝난 뒤 그룹 쇄신안을 내놓으며 회장직에서 물러난 이회장은 올해 3월 삼성전자 회장으로 경영 일선에 복귀해 삼성의 구심점 역할을 맡고 있다. 부친인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은 지난해 공동 5위에서 두 계단 올라서 3위를 차지했다.

정보기술(IT) 분야에서는 스티브 잡스 애플 CEO가 가장 존경받는 인물로 선정되었다. 빌 게이츠 회장이 그 뒤를 이어 2위에 올랐다.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던 안철수 KAIST 석좌교수는 3위로 두 계단 내려갔다.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외국인이 강세를 보였다. 천재 과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1위를 차지한 가운데,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과 스티브 잡스 애플 CEO가 안철수 석좌교수와 함께 공동 2위에 올랐다. 지난해 공동 1위를 차지한 서남표 KAIST 총장과 황창규 지식경제부 R&D전략기획단장은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 선생이 미술 분야에서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혔다. 지난해 그와 함께 공동 1위에 올랐던 박수근 화백은 2위를 차지했다. 3위는 ‘소의 화가’ 이중섭 선생, 4위는 세계적 조각가 문신 선생이 각각 차지했다. 현재 활동 중인 미술인으로는 ‘제주 화가’ 이왈종 화백과 한국을 대표하는 여류 화가 천경자 화백이 공동 5위에 올랐다.

음악계에서는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겸 예술감독이 독주를 이어갔다. 3년째 연속 1위이다. 정감독의 누나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줄리아드 음대 교수도 피아니스트 백건우씨, 가야금 명인 황병기씨와 함께 공동 3위에 올랐다. 윤이상 선생이 2위를 차지해 눈길을 끈다. 지난해 조사 때에는 순위권 내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었다. 1967년 동백림 사건으로 고국을 떠난 윤선생은 작곡가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떨쳤지만 다시 한국 땅을 밟지 못한 채 1995년 독일에서 생을 마감했다.

국내 대표 건축가인 김수근 선생이 건축 분야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가장 존경받는 인물로 선정되었다. 그와 함께 한국 현대건축 1세대를 이끈 김중업 선생이 2위에 올랐다. 김수근 선생의 ‘공간’에서 건축 수련 과정을 거친 후 ‘이로재’에서 활동해 온 승효상씨가 공동 3위를 차지했다. 무용계에서는 김복희 한국무용협회 이사장과 임성남 초대 국립발레단장이 공동 1위에 올랐다. 지난해 1위인 김백봉 경희대 명예교수는 4위로 내려갔다. 국립무용단장을 역임하고 2002년 월드컵 개막식 안무를 총괄한 국수호 디딤무용단 예술감독이 3위를 차지했다.


시민운동가로서는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3년 연속으로 가장 존경받는 인물에 올랐다. 문익환 목사, 강교자 한국 YWCA 연합회장, 이학영 한국YMCA 전국연맹 사무총장, 한비야 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이 뒤를 이었다. 여성 분야에서는 변동이 많았다. 두 해 연속 1위를 차지했던 한명숙 전 총리는 10위권 밖으로 내려갔다. 그 자리는 독립운동가 유관순 열사가 차지했다. 여성운동의 대모인 이효재 경신사회복지연구소 소장이 마더 테레사 수녀와 함께 공동 2위에 올랐다.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가 방송·연예 분야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로 꼽혔다. 지난해 1위였던 원로 연기자 최불암씨는 공동 3위로 두 계단 내려갔다. 연기자 김혜자씨와 방송인 유재석씨도 공동 3위에 올랐다. 역시 원로 연기자인 이순재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2위 자리를 지켰다. 연극 분야에서는 원로 연극인 장민호씨와 백성희씨가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연극 연출의 대가들인 오태석·이윤택 감독은 공동 4위에 올랐다.


패션-앙드레 김, 출판-박맹호 ‘독보적’

영화 분야에서는 감독들이 강세를 보였다. 한국 영화계의 거장인 임권택 감독이 40%의 높은 지목률로 1위에 올랐다. 참여정부 초대 문화관광부장관을 지낸 이창동 감독이 그 뒤를 이었고, 3위에는 흥행의 귀재 스티븐 스필버그가 올랐다. 지난해 1위였던 국민 배우 안성기씨는 공동 10위에 머물렀다.

소설·시 분야에서는 소설가 이청준·박경리 선생이 가장 존경받는 인물로 선정되었다. 현재도 작품 활동이 왕성한 소설가 조정래·황석영 씨와 시인 서정주 선생은 공동 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1위였던 소설가 박완서씨는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고, 2위였던 고은 시인도 공동 9위에 머물렀다. 만화 분야에서는 이두호·이현세·허영만 3인방이 나란히 1~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2위였던 이두호씨와 1위였던 이현세씨가 자리를 바꾸었다. 허영만 작가는 3위를 지켰다.

한국 육종학의 선구자인 우장춘 박사가 농업 분야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로 꼽혔다. 통일벼 개발의 주역인 허문회 서울대 명예교수가 그 뒤를 이었다. 이정환 전 농촌경제연구원장이 3위, 이경해 전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 회장이 4위에 올랐다. 2008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던 강기갑 의원은 정운천·박흥수 전 농림부장관과 함께 공동 5위를 차지했다.

 

패션 분야에서는 앙드레 김이 3년 연속 1위에 올랐다. 국내 남성 패션디자이너 1호인 그는 지난 8월12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지난해 공동 1위였던 원로 디자이너 진태옥씨는 공동 8위로 내려갔다. 피겨퀸 김연아의 의상을 제작해준 이상봉씨가 세계적인 디자이너 가브리엘 샤넬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출판 분야에서도 박맹호 민음사 회장이 3년째 가장 존경받는 인물로 선정되었다. 지난 2008년 타계한 정진숙 전 을유문화사 회장이 2위를 차지했다. 강맑실 사계절출판사 사장이 3위에 올랐다. 교육인으로는 정범모 한림대 명예석좌교수가 1위에 오른 가운데, 김영길 한동대 총장, 오천석 전 문교부장관, 안병만 전 교육부장관, 박원순 상임이사 등이 공동 2위를 차지했다.

의료 분야에서는 한국의 슈바이처로 불리는 장기려 박사가 1위에 올랐다. 고신대 복음병원 초대원장을 지냈다.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을 지낸 김용익 서울대 의대 교수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1위였던 박재갑 국립중앙의료원 원장은 김일순 연세대 명예교수, 최원철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센터장, 석세일 인제대 상계백병원 소장, 이승규 아산병원 교수 등과 함께 공동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스포츠에서는 손기정옹이 최상위

게임 분야에서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독주가 계속되었다. 3년 연속 1위이다. 김대표와 같이 리니지 신화를 일군 송재경 XL게임즈 대표는 프로게이머 임요환, 닌텐도 게임개발본부장 미야모토 시게루와 함께 공동 2위에 올랐다.

복지 분야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로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이 선정되었다. 지난해 1위였던 전재희 전 보건복지부장관은 중앙자활센터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상균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와 함께 공동 3위로 두 계단 내려갔다. 2위는 마더 테레사 수녀이다. 환경 분야에서는 최열 환경재단 대표가 3년째 1위 자리를 지켰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이경율 환경실천연합회 회장이 공동 2위를 차지했다.

제자 이창호 9단과 스승 조훈현 9단이 바둑 분야에서 간소한 차이로 1, 2위에 올랐다. 지난 2006년 타계한 ‘한국 바둑의 대부’ 조남철 국수가 그 뒤를 이었고, 세계사이버기원 이사를 맡고 있는 김인 국수와 현역 최강 기사로 꼽히는 이세돌씨가 각각 4위와 5위를 차지했다.

통일·국제·외교 분야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가장 존경받는 인물로 꼽혔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해 첫 조사에서 10위 내에 들지 못했다. 당시 1위였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올해 2위로 한 계단 내려섰다. 서울국제포럼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이홍구 전 총리와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공동 3위에 올랐다.

종교계에서는 가장 존경받는 인물로 모두 고인이 된 지도자들이 선정되었다. 불교계에서는 조계종 종정을 지낸 성철 스님이 1위에 올랐다. 1993년 입적한 성철 스님은 불교 신도들이 가장 존경하는 스님으로 여러 차례 이름을 올렸다. 올해 입적한 법정 스님과 원효 대사, 청담 스님, 경허 스님이 그 뒤를 이었다.

 

개신교에서는 지난 9월2일 별세한 옥한흠 목사가 38%의 높은 지목률로 가장 존경받는 인물에 선정되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측 총회장을 지낸 김삼환 명성교회 목사가 2위에 올랐다. 2008년 조사에서 1위였던 조용기 여의도 순복음교회 원로목사는 3위로 두 계단 내려갔다. 천주교에서는 2009년 2월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이 68%의 압도적인 지목률로 1위에 올랐다. 김추기경은 2008년 조사에서도 가장 존경받는 인물로 선정되었다. 안동교구 전 교구장인 두봉 주교가 2위를 차지했고, 수원교구장을 지낸 최덕기 주교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인 함세웅 신부가 공동 3위에 올랐다.

마라톤 영웅 손기정옹이 스포츠 분야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로 꼽혔다. 지난해 1위였던 박지성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는 마라톤의 이봉주 선수, 축구의 차범근 전 수원 감독, 야구의 박찬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선수와 공동 6위에 올랐다. 김운용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이 2위, 한국 최초 올림픽 메달리스트인 김성집 대한체육회 고문이 3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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