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기’ 떠나야 국민일보가 산다?
  • 구교형│성서한국 사무총장(뉴스앤조이 회원기자) ()
  • 승인 2010.10.25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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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목사의 발행인 겸 회장 선임은 내분 사태 해결책 못돼…“비난 피하고 시간 벌자는 미봉책” 비판

국민일보 내분 사태가 결국 조용기 순복음교회 원로목사의 등장으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조목사의 아내 김성혜씨와 장남 조희준씨의 국민일보 재입성 기도로 시작된 최근 사태는 조목사가 국민일보 발행인 겸 회장에 선임되면서 일단 파국을 피한 듯하다. 그러나 이것은 사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증폭시킬 것이라는 목소리가 많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이 모든 문제의 중심이 바로 조용기 목사라는 지적 때문이다. 지난 수십여 년 동안 여의도순복음교회(이하 여의도교회)와 국민일보를 비롯한 관련 기관들, 또 여의도교회가 소속한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이하 기하성)에서 조용기 목사의 존재는 거의 ‘절대 지존’에 가까웠다. 그래서 2005년 조목사가 은퇴하려 했을 때 교단·교회와 관련된 모든 개인 및 기관은 모두 일어나 “조용기 목사 없는 여의도교회와 기하성은 있을 수 없다”라며 영원토록 함께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한 절대적 영향력이 있었기에 조목사의 친·인척들도 교회와 교단, 각 기관들에서 요직을 차지하며 특혜를 누릴 수 있었다. 장남 조희준씨는 2000년 전후 국민일보 사장과  국민일보 회장을 지내고, 이후 여의도교회 및 국민일보 관련 회사들을 경영하면서 온갖 구설에 올랐다. 이런 비판 여론은 여의도교회 주요 관계자들 사이에 두루 퍼져 있었고,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몇몇 장로들이 이 문제를 조목사에게 정식으로 제기하며 개선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당시 조목사는 이러한 문제 제기에 애써 침묵하고 은폐에 급급했다는 또 다른 비판에 직면했다. 그 결과 조희준씨는 2001년 횡령 및 조세 포탈 혐의로 구속되었다.

김성혜씨가 오늘날처럼 한세대학교에서 유일무이한 권위를 행사하고, 남편의 재임 시절은 물론 은퇴 후인 지금까지 여의도교회 안에서 실세로서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것도 조용기 목사의 존재로 인한 것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조목사의 차남 조민제씨가 국민일보 계열 회사들을 거쳐 지금은 국민일보 대표이사 사장으로 있는 것, 삼남 조승제씨가 여의도교회 관련 회사들을 운영하는 것, 조목사의 동생 조용우씨가 국민일보 초대 사장을 지낸 것, 조목사의 누이들이 여의도교회 관련 사업들을 두루두루 운영했던 것, 사돈 노승숙씨가 국민일보 회장을 맡을 수 있었던 것, 셋째매제 김원태씨가 여의도교회 총무국장을 지낸 것, 넷째매제 설상화씨가 엘림복지재단 관련 요직을 두루 맡아 온 것 등등, 이 모든 것 또한 조목사의 존재 없이는 결코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는 지적이 많다. “조목사의 인척들로 인해 생긴 이번 사태를 장본인인 조용기 목사에게 처리해달라고 맡긴다는 것은 국민문화재단의 완전한 직무 유기이다”라는 비판 여론이 끓어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둘째, 조용기 목사는 이미 사태를 수습하려는 의지가 없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조목사는 이미 오래전부터 모든 현직에서 은퇴하겠다고 공언했고, 필자는 교회개혁실천연대 재직 시절 여의도교회 문제로 일하면서 그것이 본심에 가깝다고 느꼈다. 그러나 조목사의 친·인척들, 여의도교회의 목사와 장로들, 기하성의 제자 목회자들 중 상당수는 조목사가 있음으로 얻는 이익이 많았기에 한사코 이를 막으려 했다. 그런데 그것이 불가능해지자 조목사의 이름을 팔아 자기 뜻을 관철하려 했다. 지금 교회 주변에도, 교단에도, 관련 기관들에도 그런 사람들이 많다는 분석이다.

“사원들도 언론 독립 위해 희생 각오해야”

▲ 지난 9월13일 G20 정상회의 성공 기원 국민기도회에서 설교하는 조용기 목사. ⓒ연합뉴스

이번 조목사의 국민일보 복귀 역시 그와 맥락을 같이한다는 지적이다. 국민문화재단(이사장 박종순 목사)은 이미 이사들 상당수가 조목사 주변 관계자들이기에 독자적인 수습 능력이 없고, 국민일보도 공익 언론을 내세워 조목사 친·인척 입성 반대를 내걸고는 있으나 여의도교회로부터의 지원과 혜택을 거부하면서까지 실제적으로 독립할 의지는 없어 보인다는 분석이 그것이다. 조목사 자신도 이번 사태와 그 이후의 수습에 대한 의지나 능력이 있는지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조목사의 국민일보 복귀는 적극적인 수습책이나 해결책이라기보다는 김성혜·조희준·조민제·노승숙 등 친·인척들이 일단 비난의 화살을 피하자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문화재단이나 국민일보도 조목사의 권위에 의지해 일단 시간을 벌자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결국 나중에 다시 싸우자는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미봉책은 결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언제고 더 크게 터질 것이라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결국 문제의 핵심인 조용기 목사와 그 친·인척들이 여의도교회와 관련 기관들 그리고 국민일보의 주요 요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당장은 친·인척들이 지금 이상으로 확장되어서는 안 되고, 국민일보와 한세대, 사랑나눔재단 등의 순으로 점차 물러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누구도 대신할 수 없고, 조목사가 의지를 가지고 직접 실행해야 한다. 동시에 국민문화재단은 분명한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하고, 국민일보 사원들은 실제적인 언론 독립을 위해 희생을 각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의도교회는 교회 운영 및 재정 사용에 대한 분명한 제도를 만들어 공개함으로써 그 누구도 함부로 권력과 교회 재정 운용을 전횡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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