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절 갈등, ‘종교 전쟁’ 치닫나
  • 정락인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0.11.08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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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 개신교의 불교 지원 국고 사업 저지 등 ‘훼불 행위’ 반복에 “더 이상 좌시 않겠다” 최후 통첩

개신교와 불교의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개신교가 불교에 지원되는 국고 사업의 저지와 사찰의 땅 밟기에 나서자 불교계가 발끈하고 있다. 불교계는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라며 개신교의 ‘훼불 행동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사실상 ‘최후 통첩’을 한 셈이다.

불교계는 또 정부에 대해 개신교의 훼불 행위에 대해 수수방관하지만 말고 적극 나서라며 압박하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종교 전쟁’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하지만 개신교의 생각은 다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불교계에 과도한 국고를 지원하는 것이 갈등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개신교는 정부와 지자체에 의해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개신교와 불교의 갈등이 어느 정도이기에 이러는 것일까. 이른바 ‘종교 갈등’은 이명박 정권에 뿌리를 두고 있다. 소망교회 장로 출신인 이대통령은 국회의원이나 서울시장 시절부터 ‘종교색’을 강하게 표출해왔다. 서울시장 때에는 ‘서울시를 봉헌한다’라는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고, 대통령이 되어서도 종교관과 국가관을 연결해서 국정을 수행한다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표출되었다.

정부 주요 요직에 소망교회를 비롯한 개신교 인사들을 임명하면서 ‘교회 권력의 정치 세력화를 꾀한다’라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어청수 전 경찰청장을 비롯한 공직자들의 노골적인 종교 차별 언행도 이어졌다. 대중교통 이용 정보 시스템과 국가 지리 정보 유통망 등에 교회와 성당만 표기하고 사찰을 누락하는 등의 사찰 홀대 현상도 빚어졌다.

▲ 지난 10월24일 대구 엑스포 1층 컨벤션센터에서 목사와 신도 4천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국고 지원 템플스테이 저지를 위한 대구 지역 연합기도회’가 열렸다. ⓒ 대구 서문교회 제공

그동안 정부와 불교계가 갈등하는 형국이었다면 올해 들어서는 갈등 양상이 바뀌고 있다. 정부가 ‘종교 편향’을 드러내지 않는 대신 개신교계가 전면에 나서고 있다. ‘불교-정부’의 갈등이 ‘불교-개신교’의 갈등으로 점화되면서 ‘종교 전쟁’을 야기할지 모른다는 걱정이 제기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정부는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개신교계의 불교계 공격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한편으로는 개신교계의 목소리를 수용하는 모습이다. 일부 보수 우익 단체들이 불교계 공격에 나서고 있는 것도 주목되는 일이다. 더욱이 영남권에서 촉발된 개신교계와 불교계의 충돌이 서울 지역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

개신교계와 불교계 갈등의 진원지는 대구를 비롯한 영남권이다. 영남은 불국사·동화사·해인사·통도사 등이 있어 불교 성향이 강한 지역이다. 그런데 올해 초부터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 중 불교계와 관련된 사안들에 대해 개신교계가 적극 저지에 나서고 있다.

현재 개신교계와 불교계가 부딪치는 것은 크게 네 가지로 요약된다. △템플스테이 사업 △대구 팔공산 불교테마공원(초조대장경 역사문화공원) 사업 △KTX 울산역 통도사 부기 △개신교 목회자와 신자들의 땅 밟기 등이다.

▲ 봉은사 땅 밟기 동영상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찬양인도자학교 관계자들이 봉은사를 찾아 사과하고 있다. ⓒ시사저널 유장훈

개신교계, 신문 광고 등으로 공세 수위 높여

더 깊숙이 들어가보면 개신교계의 불교계 공격은 두 줄기로 볼 수 있다. 하나는 국고로 지원되는 불교 관련 사업을 중단하라는 것과 불교의 대표적 사찰을 방문해 일명 ‘땅 밟기’를 하는 것이다. 국고 지원 사업 중단 요구에는 지역 기독교 단체가 중심이 되고 있다. 대구 지역의 경우 ‘대구기독교총연합회’(대기총)가 나서고 있으며, 개신교 단체들은 신문 광고 등을 통해 측면에서 지원하고 있다.

이를 위해 대기총은 올해 초 ‘불교테마공원 조성 방지를 위한 대책위원회’와 ‘국고 지원 템플스테이 반대 대책위원회’(위원장 이상민 서문교회 목사)를 구성했다. 땅 밟기는 교단이 전면에 나서지 않고, 각 교회 목회자와 신자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개신교계의 막강한 힘은 곳곳에서 발휘되고 있다. 지난 6월 대기총 소속 목회자 여섯 명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을 찾아가 대구 팔공산 불교테마공원의 백지화와 템플스테이 사업에 대한 국고 지원 중단을 요구했다. 이 자리에서 유장관은 1백85억원의 국고가 지원되는 불교계 템플스테이 사업의 방만한 운영을 지적하고 향후 사업 재조정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실이 한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불교계가 발끈했고, 문화부는 유장관이 ‘국고로 지원되는 불교 사업과 관련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라는 내용은 와전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후 개신교계의 국고 지원 불교 사업에 대한 반대 움직임은 거세게 번져나갔다. 한국기독교지도자협의회 등 다섯 개 개신교 단체는 7월14일 주요 일간지에 ‘종교계는 국민 혈세로 종단 운영 행위를 중단하라’라는 제목의 5단통 광고를 게재했다. 템플스테이 등 불교계에 지원되는 국고 지원을 끊으라는 내용이다. 개신교계는 또 불교계에 지원되는 재정에 대한 정부 차원의 감사를 촉구했다.

하루 뒤인 7월15일 CBS에 출연한 김범일 대구시장은 “종교적인 문제와 팔공산 자연 훼손 등에 대한 문제 제기에 일리가 있다고 판단한다”라며 팔공산 불교테마공원 조성 사업을 백지화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초 대구시와 정부는 이 사업에 1천2백억원을 지원할 예정이었다. 이에 대해 불교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구 동화사가 주축이 된 민족문화수호범불교대책위는 김범일 대구시장에 대해 주민소환 운동을 펼치기로 하는 등 ‘공원 백지화’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KTX 울산역 ‘통도사’ 부기 문제도 팔공산 불교테마공원과 비슷한 흐름으로 가고 있다. 지난 11월1일 KTX 울산역이 개통되었다. 당초 역 외벽 현판에는 ‘KTX 울산역(통도사)’로 표기될 예정이었다. ‘울산광역시 역명선정자문위원회’와 ‘철도공사 역사명칭심의위원회’ 등을 거치면서 투표 끝에 ‘울산역(통도사)’가 확정되었다. 8월26일 정부 전자관보를 통해서도 공고되었다. 그런데 코레일이 갑자기 입장을 번복했다. 내부 규정을 통해 울산역(통도사)의 외벽 간판에서 ‘통도사’를 삭제하기로 한 것이다. 불교계는 울산 기독교계의 주장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실제 역명 부기가 결정된 후 울산 기독교계는 시청 앞에서 대규모 반대 집회를 했고, 1인 시위에도 나섰다.

통도사는 10월20일쯤 코레일과 국민권익위원회에 ‘역명 임의 변경에 대해 바로잡아달라’라고 시정 요청을 한 상태이다. 황충기 통도사 종무팀장은 “코레일은 행정자치부의 (관보) 공고 이후 울산기독교 등 일부 단체의 요구에 의해 그동안 존재하지도 않던 내부 규칙을 만들었다. 공식적이고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결정된 역명을 자기들 맘대로 바꾸는 것은 비민주적인 행정 행위이다. 옥외 간판에서 ‘통도사’ 표기를 삭제한 코레일의 행위는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대구 팔공산 불교테마공원과 KTX 울산역의 ‘통도사’ 부기가 개신교계의 반발에 의해 사실상 무산된 것이다.

대기총은 팔공산 테마공원 사업을 백지화시킨 후에는 ‘템플스테이 국고 중단’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10월24일 대구 엑스포 1층 컨벤션센터에서는 목사와 신도 4천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국고 지원 템플스테이 저지를 위한 대구 지역 연합기도회’를 열었다. 개신교계는 템플스테이 국고 지원 저지를 위해 향후 대구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3백만명 서명 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개신교계가 ‘템플스테이 사업’을 반대하는 이유는 불교계 ‘포교 사업’의 하나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전통 관광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목적이었으나 실상은 불교 포교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고, 여기에 국고를 지원하는 것은 헌법에 규정된 ‘정교 분리 원칙’에도 위배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상민 국고 지원 템플스테이 반대 대책위원장은 “교회로 따지면 국가와 지자체가 나서서 기도원을 지어준다는 것과 같다. 만약에 국고를 지원해 대형 교회를 짓겠다고 하면 불교계가 가만히 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일부 개신교 목회자와 신도들의 사찰 ‘땅 밟기’는 불자들을 극도로 자극하고 있다. ‘땅 밟기’는 여호수아서에 나오는 여리고성 정복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6일 동안 침묵 속에 기도하면서 여리고성을 밟아, 7일째 되는 날 여리고성이 무너지게 했다는 것이다. 즉, 땅 밟기를 통해 사찰을 ‘정복’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서울 봉은사, 대구 동화사, 심지어 미얀마 사찰에까지 찾아가 땅 밟기를 하는 동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서울 삼성동 봉은사에는 개신교 소속 찬양인도자학교 교육생들이 대웅전 등에서 불교를 폄훼하는 행위를 했다. 이것이 문제가 되자 담당 목사와 교육생들이 봉은사를 찾아가 사과했다. 대구 동화사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져 진상 조사를 벌이고 있다.

불교계 “타 종교 폄훼 행위 법으로 규제하자”

▲ 지난 10월23일 대한민국 종교문화축제 개막식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왼쪽)과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이광선 목사가 서로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지난 3월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대구 중보기도 사역’이라는 카페가 개설되었다. 성공회 대구교회의 한 신부가 개설했고, 대기총 소속의 여러 목회자들이 여기에 회원으로 가입했다. 카페에는 불교를 폄하하는 내용의 글과 프레젠테이션 자료 등이 올라 있었다. 회원 가입은 철저한 검증을 거쳤다. 10월16일의 등업신청방에 올라온 글을 보면 “이 카페의 자료들이 불교계나 무속인들에게 흘러들어갈 경우 복잡한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라며 비밀을 유지해달라고 당부했다. 현재 카페는 폐쇄된 상태이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는 11월2일 종교 평화와 갈등 방지를 위해 ‘종교평화윤리법’(가칭)을 제정하라고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다른 종교에 대한 폄훼 행위를 법으로 규제해서 종교 간 갈등을 없애자는 것이다. 하지만 개신교계와 불교계의 갈등의 골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개신교계는 템플스테이 등에 지원하는 국고가 중단될 때까지 불교계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을 태세이다. 반면 불교계는 앞으로 개신교계의 ‘훼불 행위’에 대해 적극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손안식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 공동대표는 “우리나라 인구 통계상 무종교인이 48%에 이른다. 개신교의 행태를 일반인들이 어떻게 보겠는가. 결과적으로 보면 개신교한테도 손해이다. 부디 개신교의 지도자들은 대형 사고가 나기 전에 자중해 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개신교계의 불교계 공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김영삼 장로가 대통령일 때 많은 부분에서 훼불 행위가 일어났다. 그때는 조직적이 아니라 개인 성향이 강했다. 그런데 최근 동향을 보면 일부 원리주의 성향의 목사들이 주도해서 선동하는 것이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불교계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라며 강경 입장으로 선회했다.

우리는 물리적으로 부딪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 사람들처럼 원론적으로 대응하면 ‘제2의 팔레스타인 사태’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다. 그래서 대응을 자제해왔다. 그렇다고 개신교계가 우리를 계속 공격해 오면 관용과 포용으로 넘어갈 수가 없다. 우리의 인내를 시험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개신교계에서는 템플스테이 등 국고 지원을 문제 삼고 있다.

템플스테이는 정부가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홍보 차원에서 시작했다. 정부가 먼저 조계종에 제안한 것이지 우리가 요구한 것이 아니다. 불교에서 정부 예산을 타내려고 한 것처럼 보는 것은 잘못이다. 템플스테이를 하면서 사찰 재정은 마이너스이지만 국가적 브랜드를 위해 감수하면서 하고 있다. 템플스테이 예산을 공개하라고 하는데, 못할 것도 없다. 그 이전에 현 정부 들어서 ‘종교’라는 이름으로 지원된 예산도 모두 공개해야 한다.

정부의 방관자적인 태도에 불만이 있는 것으로 안다.

정부가 갈등 해소 차원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야 한다. 그리고 향후 물리적인 분쟁으로 가지 않게 하려면 ‘종교평화윤리법’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상대 종교에 대해 도가 넘는 행위를 하면 처벌해야 한다. 그러면 갈등의 요소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향후 종단 차원에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차원에서 ‘종교 갈등 종식을 위한 대책위원회’를 꾸렸다. 우리는 이런 것이 가동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당분간은 종교평화위원회를 중심으로 대화하고 종단 차원에서도 정부에 공식·비공식적으로 ‘종교 갈등을 위한 해법’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할 것이다.

 

ⓒ대구 서문교회 제공
팔공산 불교테마공원과 템플스테이 국고 지원을 반대하는 이유는?

정부는 1천2백억원의 국고를 들여 팔공산에 불교테마공원을 조성한다고 했다. 팔공산은 대구 시민들의 산이다. 공청회나 토론회 한 번 없이 불교테마공원을 짓겠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템플스테이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전국 사찰 1백9곳에 연간 1백85억원의 템플스테이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100% 포교 시설이다. 우리가 조사해보니 템플스테이에 지원된 자금도 제대로 쓰인 것이 아니었다.

국고 지원금이 템플스테이가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되었다는 말인가?

그렇다. 변호사를 고용해서 사용 내역을 살펴봤는데, 본래의 목적에 사용하지 않은 것이 상당히 많았다.

일부에서는 개신교계와 불교계의 갈등이 ‘종교 전쟁’을 초래한다고 걱정하고 있다.

팔공산에 1천2백억원을 지원한다고 하기 전에는 모든 종교 간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정부와 대구시가 종교 간 싸움을 붙였다. 우리가 반대 운동을 하면서 (불교를 향해) 지나친 표현을 한 것은 도의적으로 미안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불교가 ‘불교 폄훼’라고 하는데 사회적인 지탄을 받을 것 같으니까 물타기를 하는 것이다. 

정부가 불교계에 대한 국고 지원을 중단할 때까지 불교계를 공격할 것인가?

우리가 주장하는 것은 불교계뿐만 아니라 모든 종교계에 지원되는 국고를 중단하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기독교에 지원되는 자금도 포함된다. 우리는 종교적인 대립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나라 바로 세우기’ 차원이다.

개신교도들의 사찰 ‘땅 밟기’를 비판하는 여론이 많다.

우상을 숭배하지 말라는 것은 우리 기독교의 교리이다. 우리가 팔공산 불교테마공원이나 템플스테이 국고 지원 등에 대해 반대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문제가 된 CD도 ‘국고 지원’ 반대를 위해서 만든 것이다. (반대 움직임이) 확산되면 자기들이 불리하니까 CD를 공개해 맞불을 놓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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