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지지~’ 열도가 뜨겁게 춤춘다
  • 도쿄·임수택 | 편집위원 ()
  • 승인 2010.11.08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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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매체들, ‘소녀시대 성공 스토리’ 다투어 분석·보도…네티즌들도 덩달아 ‘열공 모드’

지난 8월, 일본 공영방송인 NHK가 <뉴스 워치9> 톱뉴스에 한국의 소녀시대에 대한 보도를 내보냈다. 그 뒤 인터넷 카페에서는 네티즌들 사이에 때아닌 공방이 벌어졌다. 한 네티즌이 “공영방송인 NHK에서 한국의 아이돌 그룹인 소녀시대의 뉴스를 내보낼 필요가 있는 것인가?”라는 부정적인 질문을 올렸다. 그러자 다른 네티즌이 “방송에 나올 만큼 임팩트가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일본을 방문한 가수나 아이돌과 비교해보면 일본의 유명 걸그룹 AKB48 등은 약간 아마추어적인 모습이지만 소녀시대로 대표되는 한국의 아이돌은, 빠른 아이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스포츠 선수 수준의 연습 - 춤, 발성, 외국어 공부-을 하루 10시간 이상 한다고 한다. 소녀시대에도 초등학교 시절부터 훈련을 해 온 연습생 멤버가 몇 명 있다. 이들은 3년부터 많게는 7년간 연습생 시절을 보낸다고 한다. 한마디로 프로패셔널이다. 일본의 아이돌은 프로라고 말하기 어렵다”라며 소녀시대를 옹호하는 긴 글을 올렸다.

 

▲ 일본의 여성 팬이 인기 걸그룹 소녀시대의 두 번째 싱글 가 출시된 10월20일 도쿄 시부야의 타워레코드 1층에 마련된 특설 판매대를 구경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월 일본에 처음 데뷔하고 짧은 시간 내에 일본 열도를 흔들고 있는 소녀시대의 인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후지TV 방송의 <도쿠다네>를 비롯해서 <메자마시테TV>, 일본TV의 <스키리> <줌인 슈퍼>, TV아사히의 <슈퍼 모닝구>, TBS의 <히루오비> 등 거의 모든 방송이 앞다투어 소녀시대의 일본 활동을 방송하고 있다. 산케이스포츠를 비롯한 각종 신문들도 소녀시대의 성공 스토리를 크게 보도했다. <Gee>가 오리콘 차트 1위를 한 뒤로는 거의 모든 방송·신문할 것 없이 소녀시대의 1위 등극을 보도했다. 지난 10월22일 아사히TV의 <뮤직스테이션>을 비롯해 NHK <뮤직저팬>, 후지TV의 <헤이 헤이 헤이> 등 음악 전문 프로그램을 본 많은 시청자에게서는 뛰어난 가창력에 눈부신 각선미 그리고 화려한 의상을 갖춘 소녀시대들의 춤과 음악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일본의 신문, 잡지와 인터넷에 소개된 소녀시대에 대한 평은 “아시아의 미녀 윤아를 필두로 전원의 얼굴이 예쁘고 레벨이 아주 높다. 춤도 세련되어 미국에서도 통할 수 있는 그룹이다. 일본에서 유명한 AKB48은 아키하바라의 오타구(한 가지에 광적으로 집중하는 사람) 정도가 좋아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라는 것이다. 호평은 이어진다. 부르는 곡 어느 하나가 버릴 것이 없다는 것이다. <Into the New World> <소녀시대> <Kissing You> <Baby Baby> <Gee> 등 80곡에 가깝게 발표했지만 버릴 곡이 없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라며 극찬했다. 어느 곡이든 중독성이 있는 구절이 들어가 있고 섹시, 큐트, 발라드 등 트랙곡이 다양하기 때문에 여러 팬을 끌어들이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댄스의 세련미를 지적하는 분석 기사도 눈에 띈다. 아홉 명의 댄스 유니트이면서도 안무에 빈틈이 없고 훌륭하다는 평이다. 그리고 연습하면 누구든지 따라 할 수 있는 댄스를 구사한다는 점도 팬이 끊이지 않는 이유로 보고 있다. 멤버들 간의 인기 정도에 크게 차이가 없는 점도 소녀시대의 인기 비결로 꼽고 있다. 멤버 한 사람 한 사람마다 열광적인 팬이 있다고 분석했다. 팬들의 응원이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강점을 갖고 있다는 얘기이다.

멤버들의 자태가 매력덩어리라는 점 또한 비결의 하나로 보고 있다. 단순히 예쁘다는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개성이 있기 때문에, 각자가 매력을 뿜어낸다는 것이다. 미디어 활동과의 연관성을 주장하는 의견도 있다. 가창력·댄스·연기력·버라이어티 등 특별히 재능이 있는 분야가 다소 차이는 있지만 다양한 미디어에서 활동하며 한 사람 한 사람이 개성과 능력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른 여성 그룹과는 다르게 아홉 명의 멤버가 5년 이상 연습생으로 합숙 생활을 하고 있고 연령 차도 최대 두 살밖에 나지 않는 점도 인기 비결이라고 분석했다.

멤버들의 성격·취향도 집중 소개

▲ 소녀시대를 크게 다룬 일본 매체들.

소녀시대에 대한 관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아홉 명의 신상까지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예를 들면 태연의 경우 ‘한국에서 결혼하고 싶은 스타, 결혼은 아니지만 연인이 되고 싶은 스타 1위’, 제시카에 대해서는  ‘얼음공주라는 닉네임이 있을 정도로 차갑고 쿨한 인상이지만 긴장이 고조될 때는 떠들어대고, 싫고 좋음이 뚜렷한 것으로 알려져 있음^^’,  윤아에 대해서는 ‘말하자면 ‘한국 미인’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주연으로 출연한 <너는 내 운명>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해서 KBS 연기대상 신인상을 수상하는 등 이미 여배우죠’라는 등등 멤버 각자의 활동뿐만이 아니고 개인의 성격, 취향 등에 대해서까지 아주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멤버 각자가 일본에서 인기 비결에 대해 말한 내용에 관심이 깊다. 따라서 멤버들이 방송·신문·잡지 등에서 인터뷰한 내용들을 빠뜨리지 않고 소개하고 있다. 티파니에 대해서는 “처음에 일본에서 활동할 때 일본 문화에 맞추는 것이 아니고 한국의 팬들로부터 사랑받은 요인들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가지고 와서 공연한 것이 많은 분들이 짧은 시간 내에 관심을 가져준 요인이 아닌가 생각한다. 멤버들이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어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다”라는 그의 말을 소개했다. 이미 인터넷에서는 소녀시대 CD의 한국어판을 사고자 하는 글이나 한국어를 일본어로 번역해주는 블로그를 찾는 내용들이 많이 올라와 있다.

일본 젊은이들이 자국의 걸그룹을 제쳐두고 소녀시대에게 깊숙이 빠져드는 이유는 한마디로 실력이다. 지난 8월 도쿄 아리아케 콜로세움에서 열린 첫 쇼케이스에 2만명이 넘는 팬들이 모이고, 공식적인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오리콘 차트 1위를 할 수 있는 비결은 일본의 어느 걸그룹보다 실력이 우월하다는 데 있다.

일본에서 소녀시대의 활동은 여러 면에서 의미가 있다. 그간 일본에서 활동하며 인기를 구가해 온 가수들이 없지 않다. 대표적으로 보아와 동방신기를 꼽을 수 있다. 이들은 일찍이 일본에 건너가 일본어를 비롯해 현지화에 공을 들이면서 인기를 쌓았다. 열광적인 팬을 몰고 다닌 동방신기조차도 데뷔 초기에는 지방의 작은 이벤트에 얼굴을 내밀면서 현지에 적응하는 고된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소녀시대가 돋보이는 점은 한국에서 성공한 모델을 그대로 일본에 가져가 성공시켰다는 점이다. 이런 맥락에서 소녀시대는 한국 자체의 콘텐츠를 일본에 전파한 새로운 아이콘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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