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복음, ‘장로들의 반란’ 시작될까
  • 이석 (ls@sisapress.com)
  • 승인 2010.11.29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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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순복음교회, 내부 암투 계속 진행 중…장로회, “은퇴한 조목사 부인이 교회 좌지우지” 불만

여의도 순복음교회 사태의 종착역은 어디일까? 조용기 목사는 지난 10월18일 국민일보 발행인 겸 회장에 취임했다. ‘가족 간 분쟁’으로 치달았던 여의도 순복음교회 사태 역시 일정 부분 봉합되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외부의 시각에 불과했다.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암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시사저널> 취재 결과 밝혀졌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장로회의 움직임이다. 허동진 장로회장은 지난 11월7일 열린 장로회 운영위원회와 11월14일 전체 장로회의에서 “김성혜 한세대 총장이 교회와 관련된 일에서 모두 손을 떼고 물러나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날 허회장의 발언은 공식 행사가 모두 끝난 후 신상 발언을 통해 이루어졌다. 하지만 상당수 장로들이 허회장의 시각에 공감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순복음교회의 한 장로는 “장로 회장이 신상 발언을 통해 조용기 목사의 가족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수순으로 보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 최근 조용기 목사의 국민일보 회장 취임을 전후해 부인 김성혜 한세대 총장까지 순복음교회 핵심 요직에 올라 논란을 빚고 있다. 아래는 조용기 목사 부부. ⓒ시사저널자료

교회개혁실천연대도 목소리 높여

교회 안팎에서는 허회장의 발언을 ‘장로들의 반란’이라고 규정한다. 조목사에 대한 ‘항명’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조용기 목사의 은퇴 이후 카리스마가 약화되면서 원로들이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구교형 성서한국 사무총장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가족 간 분쟁이 정점으로 치닫던 지난 9월 전후에도 장로들은 지켜보기만 했다. 공개회의 석상에서, 그것도 장로회장이, 조용기 목사 부인의 퇴진을 요구했다는 것은 놀라운 사건이다”라고 평가했다.

기자가 만난 한 장로는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것이다. 김성혜 총장은 그동안 교회 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측근 장로들을 통해 교회의 핵심 요직을 장악한 지 오래였다. 이에 따른 장로들의 불만이 표면으로 드러난 것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그동안 억눌려 있던 장로들의 불만이 가족 간 분쟁을 통해 분출되었다. 교회에 대한 김총장의 간섭을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공감대가 장로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러한 장로들의 불만에 기름을 끼얹은 것은 김총장이 교회의 요직에 다시 이름을 올린 일이다. 조용기 목사가 국민일보 발행인으로 취임하기 9일 전이었다. 지난 10월9일 김총장은 교회 재산을 관리하는 순복음선교회 이사에 선임되었다. 10월28일에는 큰아들인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이 상임이사로 있는 사랑과행복나눔재단 이사에도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08년 조용기 목사의 은퇴를 전후해 친·인척들이 대거 교회 요직에서 빠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 장로는 “순복음교회는 이미 이영훈 당회장 체제로 바뀌었다. 맡겨 놓았으면 인사권이나 재정권을 놓고 물러가야 정상이다. 은퇴한 조목사의 부인이 교회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장로회는 조만간 조용기 목사에게도 의견을 전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주춤했던 교회개혁실천연대(이하 개혁연대)도 여의도 순복음교회를 겨냥해 포문을 열기 시작했다. 개혁연대는 지난 2007년을 전후로 조용기 목사의 은퇴와 친·인척 경영 배제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조목사는 지난 2008년 담임목사직을 이영훈 목사에게 넘기고 2선으로 물러났다. 순복음선교회 이사장직도 오는 2011년 5월까지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개혁연대는 대응을 자제해왔다. 하지만 최근 조용기 목사가 국민일보에 입성한 데 이어, 김성혜 총장까지 교회의 핵심 요직에 복귀하자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남오성 개혁연대 사무국장은 “최근 순복음교회 대책 태스크포스(TF) 팀을 구성했다. 조용기 목사 앞으로도 질의서를 발송한 상태이다. 답변 내용을 보고 대응 여부를 결정하겠다”라고 말했다.

교회 안팎에서는 순복음교회가 지난 2008년 ‘격변기’ 때로 회귀할 수도 있다는 반응이다. 특히 가족 간 분쟁 사태 이후 장로회 내부에서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그 시기가 언제냐일 뿐이다. 때문에 김성혜 총장을 둘러싼 교회 내 힘겨루기가 재개될 가능성 역시 여전한 상황이다.

“사태 해결의 열쇠는 조목사의 의지”

▲ 2006년 7월13일 여의도 순복음교회 대성전에서 2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릭 워렌 목사 초청 목회자 대상 세미나. ⓒ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여의도 순복음교회의 한 관계자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잘라 말한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허동진 장로회장은 최근 김성혜 총장과 관련해 발언을 한 후 원로 장로들에게 불려가 질책을 받았다고 한다. 튀는 발언으로 교회 내 갈등만 부추겼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장로회장 개인의 소신을 밝힌 것에 불과하다. 모든 장로가 같은 뜻을 가진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여의도 순복음교회 관계자도 “일부 장로들의 의견을 가지고 확대 해석하는 것은 자제해달라”라고 주문했다. 실제로 관련 발언 이후 허회장은 외부와의 접촉을 자제하고 있다. 기자의 계속되는 인터뷰 요청에도 “다음에 하자”라면서 대답을 회피했다. 

순복음교회 사정에 밝은 인사들은 “사태 해결의 열쇠는 조용기 목사의 의지이다”라고 지적한다. 오는 12월3일 열리는 국민문화재단 이사회가 그 시발점이 될 전망이다. 이번 이사회에서는 재단 이사들이 대거 교체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김성혜 총장이 입성할 경우 사태는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 국민일보 노조는 지난 11월23일 만일의 사태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해 국민일보 노사공동비상대책위원회에서도 빠졌다.

조용기 목사의 입장은 분명하다. 지난 11월25일 조민제 사장을 통해 “국민문화재단 이사회 때 김성혜 한세대 총장과 김총장의 측근 인사들을 선임하지 않겠다”라고 노조에 밝혀왔다. 하지만 이 말이 뒤집힐 가능성도 있다. 조목사는 지난 9월27일 국민문화재단 임시이사회를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이사회 반대를 무릅쓰고 부인인 김성혜 총장을 차기 국민일보 회장 겸 발행인으로 추천한 선례가 있다. 재단 이사직도 김총장에게 양보했다. 조목사는 지난 11월18일 국민일보 사옥에서 가진 취임사에서도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은 집사람 덕분이다. 나에게 힘을 주고, 용기를 주고, 믿음을 주고, 살아갈 수 있는 이유가 되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조목사의 이 발언을, 김총장을 재단 이사장에 올리기 위한 정지 작업 차원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조상운 국민일보 노조위원장은 “김성혜 총장이 재단 이사에 선임되면 교회가 출연한 핵심 4대 법인을 모두 손에 쥐는 셈이 되기 때문에 반대해왔다. 재단 이사회가 열리는 12월3일까지는 물론이고, 이후로도 경계를 늦추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조용기 목사의 ‘복심’은 과연 무엇일까. 순복음교회 안팎의 시선이 다시 조용기 목사의 입으로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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