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폭력·차별 때 교사 폭행 충동”
  • 안성모·조현주 기자 ()
  • 승인 2010.11.29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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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일선 학교 교사·학생 설문조사 / 체벌 금지가 교육 현장에 도움 못 준 것으로 평가

 

ⓒ시사저널 윤성호

 

서울 시내 학교에서 체벌이 전면 금지된 지도 한 달여가 지났다. 하지만 아직도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일선 교사들 사이에서는 학생 지도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가 적지 않다. 학생이 교사에게 폭언과 폭행을 저지르는 일도 심심치 않게 발생해 현장 교사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과연 교사들은 체벌 금지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또 학생들의 입장은 무엇일까.

<시사저널>은 지난 11월24일과 25일 이틀간 일선 학교 교사와 학생을 대상으로 무작위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교사의 체벌, 학생의 교사 폭행 등 다양한 교내 폭력 문제와 더불어 학생들 간의 이성 교제, 교사와 학생 간의 교제 등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학교 문제를 당사자들에게 직접 물었다. 설문은 1 대 1 면담과 전화 통화로 진행되었으며 이에 응답한 교사는 1백36명, 학생은 4백7명이다.
 

 

교사 74%, 학생 44% “체벌 필요하다”

체벌에 대한 교사와 학생의 생각에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다수의 교사는 ‘학생 지도 차원에서 꼭 필요하다’(74%)라고 했고, ‘전혀 필요 없다’라는 답변은 9%에 불과했다. 학생들도 ‘학생 지도 차원에서 꼭 필요하다’(44%)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지만, ‘전혀 필요 없다’(21%)라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교사들은 학생 체벌 금지 조항이 만들어진 이후 ‘학생 지도에 어려움이 많아졌다’(65%)라고 보았다.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18%)라는 답변까지 포함하면 학생 체벌 금지가 큰 성과를 보이지 못한 것으로 평가했다.

 

 

교사와 학생 절반 이상은 체벌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의 경우 ‘체벌한 적이 없다’라는 응답률이 37%였고, 학생들의 경우 ‘체벌을 당한 적이 없다’가 44%였다. 이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체벌 경험이 있는 셈이다. 체벌 횟수와 관련해서는 ‘1주일에 1회 이상’이 교사 33%, 학생 29%로 가장 많았다. 체벌 방법에서도 교사와 학생 모두 ‘도구를 이용한 신체 체벌’이 40% 수준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팔 굽혀 펴기 등 ‘운동하는 형태의 체벌’(27%) 비율이 높았다.

 교사들은 ‘체벌이 학교생활에 도움이 되었다’(66%)라고 밝혔다.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11%)라는 응답의 여섯 배나 된다. 학생들의 반응은 달랐다. 체벌을 할 때 교사의 태도에 대한 질문에 ‘교육적이고, 체벌이 학교생활에 도움이 되었다’(33%)라는 답변이 가장 많기는 했지만, ‘선생님의 화풀이 대상이 된 것 같았다’(22%)와 ‘감정이 실린 폭행에 가까웠다’(14%) 등 부정적인 의견도 적지 않았다.

 

▲ 경기도 수원의 한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학교 복도에서 야간 자율 학습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체벌을 받은 후에 드는 느낌이나 행동에 대한 질문에도 ‘체벌을 받을 때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이후에 별 느낌이 없다’(47%)와 ‘체벌한 선생님에 대해 거리감을 두거나 반항심을 갖게 되었다’(14%), 그리고 ‘마음에 상처를 받았다’(9%)라는 답변이 나왔다. 이에 반해 ‘반성하고 다음부터는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16%)와 ‘잘못을 뉘우치고 선생님을 이해하게 되었다’(6%)라는 응답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체벌을 대체한다면 어떤 것이 좋을까. 교사의 경우 ‘학부모의 학교 방문 상담을 통한 연계 지도’(28%)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상·벌점제를 통해 불이익’(19%), ‘교실에서 격리 상담, 자기 주도 학습 실시’(13%) 순이었다. 반면 학생의 경우 ‘청소나 작업’(21%), ‘상·벌점제를 통해 불이익’(20%), ‘봉사 활동’(19%) 등이 많았다. ‘학부모의 학교 방문 상담을 통한 연계 지도’는 7%에 불과했다.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는 일이 빈번해지는 것도 교육계가 당면한 큰 문제 중 하나이다. 실제 설문조사에 응한 교사의 21%가 학생에게 폭행을 당했거나 이를 목격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학생의 11%도 교사 폭행을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학생들은 ‘학교에서 교사를 폭행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면 언제였느냐’라는 질문에 70% 이상이 답변에 응했다. ‘욕설 등 언어 폭력을 당했을 때’(24%)가 가장 많았으며, ‘다른 학생들과 차별하고 편애할 때’(16%)와 ‘체벌을 당했을 때’(11%)가 그 뒤를 이었다.

교사의 대다수는 학생들의 폭행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97%)라고 답했다. 학생의 경우 68%가 같은 의견을 밝혔지만, ‘있을 수도 있다’라고 답한 학생도 17%에 이르렀다. 교사들은 또 폭행한 학생에 대해 ‘형사 처벌해야 한다’(35%), ‘퇴학시켜야 한다’(32%) 등 중징계를 바랐다. ‘전학시켜야 한다’(18%)와 ‘학교에서 잘 지도해야 한다’(9%)라는 의견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반면 학생들은 ‘형사 처벌’(26%)이나 ‘퇴학’(25%)보다는 ‘학교에서 잘 지도해야 한다’(29%)라는 응답이 조금 더 많았다.

최근 들어 교사와 학생이 성관계를 맺는 등 교제를 해 온 사례가 연이어 알려지면서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과연 사제 간의 이러한 관계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교사들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84%)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법이나 교칙 등에 의해 엄격하게 처벌해야 한다’(5%)라는 응답도 나왔다. 그런데 비록 소수이기는 하지만 긍정적인 의견도 10%에 이르렀다. ‘교제할 수 있으나 이런 경우 학생이 전학하거나 교사가 학교를 옮겨야 한다’(7%), ‘불륜 관계가 아니고 서로 좋아한다면 교제할 수도 있다’(3%) 등이다.

 

 

교사 17% “이성인 학생에게 구애받았다”

교사들에게 이성인 학생을 좋아한 적이 있는지를 물었다. 이에 대한 답변도 비슷한 비율로 나타났다. ‘없다’(85%)가 압도적이지만, ‘있다’(11%)라고 밝힌 교사도 15명이 되었다. 학생들에게 구애를 받은 경험은 이보다 더 많았다. ‘없다’(78%)가 다수이지만 ‘있다’(17%)라고 밝힌 교사도 23명이었다.

학생들의 경우 훨씬 더 개방적이었다. ‘불륜 관계가 아니고 서로 좋아한다면 교제할 수도 있다’라는 긍정적인 의견과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라는 부정적인 의견이 42%로 팽팽하게 맞섰다. 학생 중 39명은 이성인 교사를 좋아한 적 있다고 응답했고, 다섯 명의 학생은 교사에게서 구애를 받아본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학생들 간의 이성 교제에 대해서는 교사들도 비교적 관대했다. ‘학업에 지장이 없는 수준에서 이성 교제는 가능하다’(35%)와 ‘이성 교제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28%)를 합하면 전체 교사의 63%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성 교제가 학업 수행에 방해가 된다면 자제해야 한다’(24%)라는 의견도 적지 않았지만, ‘교내 이성 교제는 교칙을 통해 제재해야 한다’(12%)라고 답한 교사는 많지 않았다. 반면, 학생들의 성관계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부정적이었다. ‘절대 성관계는 안 된다’(76%)가 압도적으로 많았고, ‘좋아한다면 성관계를 가져도 괜찮다’라는 의견은 2%에 불과했다.

 

 

당사자인 학생들은 훨씬 더 적극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이성 교제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51%)라는 응답이 절반을 넘겼고, ‘학업에 지장이 없는 수준에서 이성 교제는 가능하다’(35%)라고 밝힌 학생도 상당수를 차지했다. 실제 이성 교제를 한 적이 있는 학생은 18%였고, 현재 교제를 하고 있는 학생도 9%였다.

성관계에 대한 입장도 교사들과는 달랐다. ‘교제하는 이성과의 성관계를 어떻게 보느냐’라는 질문에 ‘절대 성관계는 안 된다’(28%)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지만, ‘좋아한다면 성관계를 가져도 괜찮다’와 ‘진한 스킨십 정도는 괜찮다’라는 응답도 각각 18%씩 나와 이를 더하면 36%를 차지한다. 성관계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을 교사들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교사들 83% “교권이 땅에 떨어졌다”

교사의 대다수는 ‘교권이 땅에 떨어졌다’(83%)라고 여겼다. ‘오히려 향상되었다’(1%)라고 답한 교사는 단 한 명에 그쳤다. 이는 교육자가 자신의 신념에 따라 교육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추락한 교권에 대한 교사들의 불만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교권이 땅에 떨어진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체벌 금지’(25%)와 ‘교육 행정의 불합리’(24%)가 가장 많았다. 이어 ‘학생 인권 조례’(21%), ‘진보 교육감의 등장’(17%) 순이었다.

교사들은 교권을 지키기 위해서 ‘교사의 권한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49%)라고 보았다. 또 ‘교칙을 엄격하게 해야 한다’(25%)라는 의견도 많았다. ‘학생 인권 조례를 없애야 한다’(5%)와 ‘전교조나 교총 등을 통해 교육 당국에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4%) 등은 상대적으로 응답률이 낮았다.

 

 학생들, 첫 성경험 시기는 ‘중학교’…상대는 ‘동급생 또는 선후배'

이성 교제를 경험했거나 현재 하고 있는 학생들은 교제 대상자로 동급생을 가장 많이 꼽았다. 총 1백25명 중에서 92명이 이에 해당한다. 나머지 15명은 선배, 여섯 명은 후배라고 밝혔다. 교제하는 이성과 성관계를 가진 경험이 있는 학생은 여섯 명에 불과했다. 진한 스킨십을 한다고 밝힌 학생은 18명이었다.

이처럼 이성과 실제 성관계를 경험한 학생 수는 많지 않았다. 총 32명이었는데, 첫 성경험은 중학교 때가 14명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초등학교 11명, 고등학교 7명 순이었다. 성관계 상대는 동급생이나 학교 선후배가 11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 밖에 교사가 두 명, 친·인척이 한 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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