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모바일은 패러다임의 신세계다”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10.12.13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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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인터뷰 / “스마트폰 제1 존재 이유는 통신…카카오톡도 그 덕에 성공”

무료 문자서비스 앱인 카카오톡은 올해 불붙기 시작한 한국 스마트폰 응용 프로그램(앱) 시장에서 첫 번째 승리자가 되었다. 지난해 10월만 해도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는 40여 만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해 11월 말 아이폰이 도입되면서 불붙기 시작해 12월 초 기준으로 6백만명이 넘어선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3월17일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톡은 11월 중순을 기준으로 사용자가 3백50만명을 넘어섰다. 카카오측에서는 올해 말까지 가입자가 5백3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폰 사용자 10명에 6~7명은 카카오톡을 쓴다는 이야기이다.

국내 모바일 앱 시장에서 서비스 개시 9개월 만에 시장을 장악하며 인터넷 시대의 한게임에 이어, 모바일 시장에서도 홈런을 날린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을 만났다.

ⓒ시사저널 박은숙

통신사 앱도 안 먹히는데 카카오톡은 성공했다.

네이트온이 나올 때 많이 긴장했다.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장에서는 기존 강자가 새판에 적응을 잘 하지 못한다. 네이트온은 로그인 과정을 중시한다. 그것이 진입 장벽이고 함정이다. 내 폰을 내가 쓰는데. 메신저라는 것이 즉각적으로 왔다갔다 해야 하는데, PC 접속을 상정한다면 곤란하다. 사용자의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기능이 계속 추가되는 것 같은데.

기능은 아직 많이 붙이지 않고 있다. 빠르기와 안정성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나중에는 기능성이 많이 보완될 것이다.

수익 모델이 없지 않나?

기존에 있던 인터넷 수익 모델을 그대로 갖다 쓸 수 있다. 싸이월드의 도토리나 기프트쇼 같은 선물류는 도입할 수 있지만, 플랫폼 확대가 먼저이기 때문에 기능을 추가하는 것은 잠시 보류하고 있을 뿐이다.

카카오톡 사용자 가운데 안드로이드 계열과 아이폰 계열 중 누가 많나?

처음에는 단연 아이폰 사용자였지만 최근에는 4.5 대 5.5로 안드로이드 계열 사용자가 많아졌다. 구글이 오픈마켓으로 풀어놓았기 때문에 증가세가 무서울 정도이다.

안드로이드 진영과 아이폰 진영의 싸움은 어떻게 될 것 같은가?

안드로이드로 구글이 기사회생했다. 안드로이드는 계속 업데이트를 하고 있고, 하드웨어가 다양하니까 개방자 입장에서는 불편한 점도 있다. 기본적으로 아직 시가총액이 구글보다 애플이 월등히 높고 우세하다. 하지만 두 진영의 싸움은 좀 더 지켜보아야 할 것 같다. 안드로이드 계열 사용자가 무서운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내년에는 스마트폰 시장이 어디까지 갈 것으로 보는가?

내년에는 스마트폰이 국내에 1천7백만~2천만대 정도 보급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10년 전 인터넷 강국이라고 했던 것처럼 스마트폰 보급 강국이 될 것이다. 시장이 그렇게 커지면 좋은 품질의 앱도 많이 나오고 관련 산업도 커질 것이다.

모바일에서는 네이버도 부럽지 않은 위치이다.

선점이 중요하다. 카카오를 지난해 12월부터 준비해서 3월에 시작했다. 미국의 아이폰 붐을 보면서 스마트폰의 길목이 무엇일까를 놓고 고민했다. PC에서는 검색이 넘버원이었지만, 모바일에서도 검색을 하고 있을까? 스마트폰의 제1 존재 이유는 통신 기기이다. 결론은 커뮤니케이션이었다. 그래서 지인끼리 묶는 커뮤니케이션(카카오톡), 그룹 커뮤니케이션(카카오 아지트), 퍼블릭 커뮤니케이션(카카오 수다)을 시작했다. 아지트부터 시작했고, 수다는 트위터에 밀렸고, 카카오톡이 터졌다. 

유선인터넷이 강자인 시대는 끝난 것인가?

그들은 가진 것이 많으니까 모바일에서도 잘할 것이다. 그들에게는 기회이자 위기일 것이다. 과거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사의 이야기만 화제가 되었는데, 요즘은 구글과 맥 이야기만 나온다. 게임의 룰이 바뀌면 거기에 누가 더 빨리 적응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우리는 정말로 행운을 잡은 것이고….

카카오톡이 성공한 요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메신저에는 친구 수가 중요하다. 내 친구가 몇 명 있느냐에 따라서 내가 이 서비스를 떠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결정된다. 페이스북 창업자는 내 친구 수가 5명이 될 때, 그 서비스는 성공한다고 했다. 카카오도 마찬가지다. 지금 카카오 사용자의 평균 친구 수가 35명이다.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청담동 카페에서 작업 걸 때 ‘카톡’ 아이디를 알려달라고 접근한다더라. 마음에 안 들면 가볍게 차단하면 그만이니까. 스팸도 없고, 친구가 아니면 문자도 보낼 수 없는 구조라.

개인적으로 많이 쓰는 앱은 무엇인가?

벅스를 많이 쓴다. 음악을 좋아하는데 스마트폰이 음악 듣는 것의 거의 마지막 단계가 아닌가 싶다. 이제 음질이 더 좋아질 일만 남았다.

기존 인터넷 강자들은 왜 모바일에서 맥을 못 추나?

모바일은 인터넷의 확장판이 아니라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기존의 서비스가 아니라 스마트폰에서 사용자가 즐길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다음이나 네이버는 기존 인터넷에서 돈 버는 것이 있다. 그것을 제쳐 놓고 스마트폰을 준비할 수 없다. 네이버가 모바일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제일 먼저 한 일이 개발자 100명을 뽑아서 기존 서비스를 모바일에 최적화시키는 작업이었다. 기존의 것을 스마트폰에서 볼 수 있는 서비스만 한 셈이다. 그것보다 훨씬 간편한 것이 있는데도….

▲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카카오톡’이 인기를 얻게 된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그새 호칭이 바뀌었다.

회사 명칭도 아이위랩에서 카카오로 바꾸고 후배에게 사장을 맡겼다. 카카오는 방향을 잡았으니까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사업? 또 무슨 일을 벌이는가?

포도트리라고 아이패드용 콘텐츠(앱)를 개발하고 있다. 사업도 사랑도 타이밍이다. 아이패드가 출시되었을 때 사람들이 찾는 것을 던져주자는 목표를 갖고 있다.

어떤 콘텐츠인가?

아이패드용 콘텐츠 서비스는 터치와 중력 센서를 이용한 ‘비욘드 북’일 것이다. 텍스트가 전부는 아니다. 첫 번째는 교육 콘텐츠이다. 아이패드 콘텐츠가 상호 반응(인터랙티브)할 수 있다는 점은 기존의 책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장점이다. 이것을 아이들에게 주면 가장 효용이 클 것이다. 비디오를 보여주는 것보다 백배 천배 더 좋다. 아이들은 터치라는 인터페이스를 좋아한다. 여기에 약간의 재미를 더하면 이쪽 시장이 폭발할 것 같다. 두 번째는 인물 시리즈이다. 일종의 인물 만화책인데 글로벌 콘텐츠이다. 이런 것이 쌓이면 결국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될 것이다. 세 번째는 어른의 장난감이다. 레고같이 직접 움직여서 조립하는 일종의 오락으로 터치감을 이용한 게임이다.

교육용 콘텐츠가 승산이 있나?

우리나라는 교육열이 뜨겁다. 낙관한다. 기존 출판사는 아마 책과 유사한 형태의 콘텐츠를 개발할 것이다. 또 앱 개발자들은 출판 개념이 없다. 그래서 누가 그것을 최적화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럼 게임 개발자가 더 잘할 수 있다는 이야기인가?

교육은 또 게임이 아니다. 또 학습 목표는 게임과는 다르다. 게임처럼 재미있고 교육처럼 효과 있는 것은 아직 없다. 게임성을 극대화할 수도, 교육성을 극대화할 수도 없는 어정쩡한 단계이다. 하지만 아이패드 같은 도구의 등장으로 양자의 모순을 장점으로 승화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모바일 시장의 폭발성을 가늠할 수 있나?

엄청난 속도로 폭발하고 있다. 인터넷이 성숙하는 데 5년 정도 걸렸는데, 모바일은 2년, 그러니까 내년이면 사람들이 ‘와’ 하고 소리 지를 정도로 폭발할 것 같다. 핵심은 단말기 보급 대수이다.

모바일 시대에서는 어떤 변화가 도래할 것 같은가?

지금 컴퓨터에 앉아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가. 하지만 모바일은 그 시간을 늘려줄 것이다. 잠잘 때도 옆에 놔두고. 신문이건 TV건, 그런 매체가 과거에 있었나?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시장의 파이가 인터넷 시장과는 비교가 안 되게 커질 것이다. 10년 전 인터넷 도입 때 느꼈던 그 감정이 모바일 혁명 도입부인 지금, 딱 지금, 그 흥분을 다시 느끼게 한다.

정부의 지원은?

모바일 쪽에서는 정부의 지원이 미치는 영향이 훨씬 적어졌다. 반대로 역차별이 생기는 분야가 있다. 앱을 내려받아서 쓰는데, 우리나라에서 개발하면 전자상거래법 등 걸리는 것이 너무 많다. 우리 개발자가 역차별당한다. 반면 글로벌 앱은 그냥 활동하고 있고…. 이렇게 되다가는 외국 기업의 앱만 살아남을 것이다. 게임이 그런 예이다. 맥 진영에서는 신용카드 한 번 등록하면 끝인데…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 스마트폰을 본다면?

글로벌 비즈니스이다. 과거에는 일본이나 미국 진출하는 것이 힘든 일이었다. 웬만한 기업은 비용이나 인력 문제로 힘들었다. 한국에서 경쟁력 있는 것도 국내 작은 시장에서 소멸되기 쉬웠다. 하지만 모바일 시장에서는 프로젝트만 잘 만들면 마케팅을 구글과 애플이 대신해주는 구조라, 비즈니스 기회는 더 커졌다. 마켓 사이즈에 막혔던 기업이 전문성과 개성을 살릴 수 있게 되었다. 글로벌 마켓에서는 ‘내 영역에서 이것만은 1등’이라는 것이 의미가 있어진다. 그것이 매력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도 그런 감각이 있는 친구를 발굴해서 글로벌하게 싸우도록 하는 것이다. 아이패드 콘텐츠를 만드는 일도 그런 차원이다. 한 사이클 돌면 글로벌 프로젝트를 시작할 것이다. 전력을 다할 대상은 글로벌 마켓이다. 카카오톡도, 교육 콘텐츠도 모두 글로벌 마켓에 통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모바일에서 유망한 분야가 어디인가?

어디에서 터질지는 좀 더 봐야 한다. 커뮤니케이션, 커뮤니티, 커머스, 콘텐츠 중 나는 커뮤니케이션에 승부를 걸었고 이게 먼저 터졌다. 나머지는 아직 대기 중이다. 커머스가 모바일로 오면 엄청난 폭발력을 보일 것이다. 

올해 카카오톡 가입자가 얼마나 될 것으로 예상하나?

올해 목표가 3백50만명이었는데 11월 중순에 넘어섰다. 사내에서 연말 가입자를 알아맞히는 사람에게 경품(보너스)을 준다고 하자 예상치가 갑자기 정교해지기 시작했다. 대충 의견이 모아지는 것이 5백30만명 정도이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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