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복음 장로들, ‘반란’은 계속된다
  • 이석 (ls@sisapress.com)
  • 승인 2010.12.20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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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로회, 조용기 목사 매제 설상화 장로 제명 등 ‘실력 행사’…조목사 부인 김성혜 총장 ‘집중 공격’

여의도 순복음교회 장로들이 ‘실력 행사’에 나섰다. 허동진 장로회장은 지난 11월7일과 14일 “(조용기 목사의 부인인) 김성혜 한세대 총장이 교회와 관련된 일에서 모두 손을 떼고 물러나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순복음교회 장로가 조용기 목사 가족을 공격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때문에 교회 안팎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뒤이은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았다(<시사저널> 제1102호 참조).

▲ 지난 9월 한 자선 행사에서 조용기 목사(가운데)와 허동진 장로회장(맨 왼쪽) 등 여의도 순복음교회 관계자들이 모였다. ⓒ사랑과 행복나눔 재단
지난 12월12일 첫 번째 포문이 열렸다. 순복음교회 장로회는 이날 당기위원회를 열고 설상화 장로를 제명 조치했다. 참석자 50명 가운데 45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위원회에 참석했던 한 장로는 “설장로는 교회 내부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이슈화시켜서 분쟁을 조장했다. 참석한 장로 상당수가 이에 대해 공감했다”라고 귀띔했다. 조용기 목사의 매제인 설장로가 지난 8월4일 노승숙 국민일보 회장 겸 발행인을 검찰에 고소하면서 이른바 ‘순복음교회 가족 분쟁’이 표면화되었다. 당시 조용기 목사는 설장로를 불러 강하게 다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엘림복지회 상임이사직에서 물러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영훈 담임목사도 고소 사태 초기에 설장로를 오산기도원 책임자로 임명했으나 설장로는 이를 거부했다. 앞서 언급한 장로는 “당기위원회는 전·현직 장로회장과 장로회 임원, 분과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순복음교회를 이끄는 주축이라는 점에서 이번 조치의 의미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향후 교회 내부의 문제에 대해 더욱 목소리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국민일보 노동조합도 12월13일 성명을 통해 “설상화 장로를 제명한 것은 당연한 조치이다. 설장로와 함께 고소 사태를 주도한 나머지 장로에 대해서도 추가 징계 조치가 내려질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평가했다.

장로직에서 제명당한 설상화 장로는 현재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다. 설장로가 상임이사로 있는 엘림복지회 관계자는 지난 12월14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공식적으로 당회의 결재가 난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당회의 최종 결정을 보고 대응하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장로들의 뜻이 워낙 완강하다는 점에서 결정이 뒤집히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순복음교회 내부에서는 ‘설상화 제명’을 장로회가 본격적으로 ‘실력 행사’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설장로를 장로회에서 제명시켜 김성혜 총장을 압박하는 카드로 쓰려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시각이다. 평소 ‘장자 승계’ 원칙을 주장해 온 설장로는 고소 사태 초기부터 조용기 목사의 큰아들인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과 김성혜 총장의 배후로 거론되었다. 장로회는 이미 노 전 회장의 고소에 참여한 나머지 장로들에 대해서도 징계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장로회의 한 관계자는 “제명과 같은 중징계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쓸데없는 내분을 조장했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책임을 지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순복음교회 장로들과 국민일보 노사공동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등의 움직임은 김성혜 총장을 정조준하는 흐름이다. 조목사는 지난 11월3일 국민일보 회장 겸 발행인으로 취임했지만, 김총장은 지난 12월3일 열린 국민문화재단 이사회에서 이사로 입성하는 데 실패했다. 국민일보 비대위가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동안 침묵했던 장로회가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전초전은 이미 시작되었다. 장로회는 지난 11월22일 조목사의 처남이자 김성혜 총장의 동생인 강남교회 당회장 김성광 목사에게 내용 증명 우편을 보냈다. ‘교회 일에 더 이상 관여하지 마라’라는 내용이 골자이다. 장로회는 내용 증명에서 ‘장로회장에게 좌파라는 굴레를 씌우고, 이영훈 담임목사를 향해 폭언에 가까운 질책을 가했다. 여의도 순복음교회에 대한 어떤 간섭도 용납하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김성광 목사 역시 장로회에 내용 증명을 보내 “선배 교역자이자 이영훈 목사의 신학대학 선배로서 잘못을 지적할 수 있다”라고 반격했다.

조용기 목사 영향력 약화 조짐

▲ 여의도 순복음교회가 여전히 내분을 수습하지 못하고 고소 사태 등 ‘첩첩산중’을 맞고 있다. ⓒ시사저널 윤성호
이렇듯 순복음교회 사태는 갈수록 ‘첩첩산중’이다. 한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다른 문제가 터져나오고 있다. 교회 안팎에서는 일련의 사태가 조용기 목사의 영향력이 약화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순복음교회 내에서 조목사 가족들을 언급하는 것은 금기시되어왔다. 장로들 역시 불만이 많았지만, 속으로만 애를 끓여야 했다. 그런데 지난 2008년 조용기 목사가 은퇴하면서 변화가 감지되었다. 조목사의 가족들이 교회 내에서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이제는 그동안 잠잠했던 장로들까지 나서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일부 장로는 “조용기 목사의 영향력이 약화된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 틈을 노려 장로들이 권력을 장악하려 한다”라는 일부의 지적에 대해서는 “말도 안 된다”라고 항변했다. 오히려 그동안 어긋났던 교회 문제가 정상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기자가 최근 만난 한 장로는 “조용기 목사의 재가나 암묵적인 허락 없이 설장로를 제명할 수는 없다. 교회가 정상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에서 일부 문제가 발생했지만, 곧 정상화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장로회는 당초 12월5일에 당기위원회를 열어 설장로를 제명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조용기 목사가 당기위원회를 1주일 연기해달라고 요청하면서 12일에 열렸다고 한다. 이번 제명 조치에 조목사의 입김도 일정 부분 반영되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허동진 장로회장 역시 최근 조목사를 찾아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신상 발언으로 교회 내부가 또 한 번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조목사는 사표를 반려했다고 한다. 순복음교회의 한 장로는 “조용기 목사도 현재 상황을 지켜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상황이 더 악화될 경우 어떤 식으로든 교통정리에 나설 것이다”라고 귀띔했다.

조목사는 최근 <미래한국>과의 인터뷰에서 “교회가 하나 되고 남북 통일이 되는 데, 지역 사회에 사랑과 행복을 나눠주는 데 여생을 바치겠다”라고 말했다. 국민일보와 관련해서는 “편집국장한테 좌파 논조를 바꾸라고 얘기했다. 달라졌다”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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