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문화 - 산업, 연결 고리 찾아라
  • 윤진원│한국주류문화연구소 소장 ()
  • 승인 2011.01.24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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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맥주·사케에서 배우는 한국 전통주 세계화의 길 / 연구·개발 투자 늘리고 다양성 살려내야

 

지난해 막걸리 열풍이 몰아쳤다. 막걸리는 국내 주류 산업의 개혁에 대한 화두를 던지며 단박에 부상했다. 이를 계기로 전통주 또한 세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가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지극히 남루하고 초라하다. 우리의 화려했던 술 문화는 일제로 인해 송두리째 뿌리 뽑혔고, 광복 이후 지금까지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전통주의 세계화를 위해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를 프랑스의 와인, 일본의 사케, 독일의 맥주 산업의 사례들을 통해 살펴보자.

각국의 사례가 보여주는 공통적 성공 요인

앞선 나라들의 화려하고 막대한 규모의 주류 산업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들이 성공한 요인에는 다섯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선 역사·문화적 자산으로서 가치를 부여했다는 점이다. 둘째, 엄격한 품질과 브랜드 관리가 있었다. 셋째, 지속적이고 광범위한 R&D(연구·개발) 투자를 했다. 넷째, 자국의 농식품 전략 산업으로 육성했다. 다섯째, 다양성을 훼손하지 않거나 확보했다는 점이다.

프랑스의 와인은 각 나라의 테이블을 장악하며, 그들의 그 어떤 문화재보다 세계적으로 유명하지 않은가. 사케는 어떤가. 외국의 국빈이 방문할 경우 야스쿠니라 불리는 그들의 신사에 초청해 처음 하는 일이 사케를 시음시키는 일이다. 독일의 맥주 축제인 옥토버 페스트를 보자. 해마다 9월이면 세계인들이 이 축제에 참가하기 위해 모여드는데 그 수가 무려 7백만명에 달하며 16일 동안 무려 5천㎘ 6백억원어치의 맥주를 마시고, 1만2천명의 고용 창출 효과를 내고 있다. 독일 정부가 맥주를 자국의 주요한 문화 콘텐츠로 인식하고 주류 산업과 농산업, 역사와 문화를 산업으로 발전시킨 결과이다. 또한 각 나라는 엄격하고 디테일한 품질 관리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와 더불어 최상의 제품을 만들어 내기 위해 지속적이고 풍부한 연구·개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일본의 경우 민간 단체인 일본주서비스연구회와 주조장인연구회 연합회에서는 사케를 발전시키기 위해 일본산 청주 원산지 호칭(SOC; Sake Origin Controle)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의 고급 이미지 와인은 이미 1930년대 중반에 확립된 원산지 명칭 통제(AOC; Appellation d’Origin Cotrole) 제도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AOC는 생산 지역의 구분, 포도 경작 방법, 단위 면적당 생산량, 양조 방법, 알코올 도수 등 매우 세세한 부분까지 규제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에는 베를린 공대, 뮌헨 공대 등 유수한 대학마다 맥주 양조와 관련된 학과가 따로 있으며, 정부 산하 기술원에서도 다양한 활동이 계속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지역성이 담보된 다양성을 확보했다. 지역의 포도·쌀·보리 농가와의 결합을 통해 지역 농업을 육성해 지역 전략 식품 산업으로 육성한 것이다.

프랑스 석학 기소르망은 몇 해 전 “한국이 직면한 위기의 본질은 경제 문제가 아닌 세계에 내세울 만한 한국적 이미지 상품이 없는 문화적 위기이다”라고 일갈한 바 있다. 우리에게는 고고하게 빛나는 수천 년 술의 역사가 있고, 전통주 부활과 복권을 위한 100년의 기다림이 있었다. 전통주 세계화는 우리의 문화 영토를 넓히는 일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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