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연구, 대륙으로 ‘줄기’ 뻗나
  • 소종섭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11.01.24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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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학원 관계자, 여러 차례 황 전 교수 찾아와 논의…‘개 복제’ 기술력에 주목한 것으로 보여

 

▲ 지난해 12월16일 2심에서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황우석 박사가 서울고등법원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가 중국과 전략적 제휴를 모색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황박사가 몸담고 있는 수암생명공학연구원 관계자는 “황박사가 일정 기술을 중국과학원측에 이전해주는 대신 로열티를 받는 방안 등 여러 가지 협력 방안을 중국측과 깊이 있게 논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미 여러 차례 중국측 인사가 황박사를 방문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중국과학원, 베이징 대학, 수암생명공학연구원이 공동으로 중국에서 세미나를 여는 방안은 이미 확정되었다고 한다.

중국측이 황박사에게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그가 개 복제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갖고 있는 것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의 인구 집단인 화교권을 바라보는 황박사와 그의 기술력에 주목한 중국측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당뇨병 모델 복제 개 출산 등 ‘성과’

황박사는 2007년 세계 최초로 10년 전에 죽은 개의 냉동체세포로 개를 복제하는 데 성공한 이래 현재까지 17편의 SCI급 국제학술지 논문을 발표했다. 복제한 개는 2백여 두에 달한다. 최근에는 당뇨병 모델 복제 개와 알츠하이머 질환을 가진 복제 개 출산에 성공했다고 국제 학술지인 <내분비학 리뷰>에 발표해 주목되었다. 두 눈의 색이 다른 시베리안 허스키 품종의 개를 복제한 것도 안과 질환을 해결하기 위한 모델 동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크게 관심을 끌었다. 수암생명공학연구원 관계자는 “지난해 8월5일 다중 유전자가 제거된 복제배아를 이식한 결과, 지난해 12월3일 복제 미니 돼지 암컷 세 두를 성공적으로 생산해 개체별 유전자 수준까지 검증을 완료했다. 이러한 바이오 장기용 복제 돼지를 생산한 것은 세계 최초이다. 현재까지 복제 개를 의뢰한 나라는 미국, 호주, 중국, 일본이다. 프랑스도 의뢰 단계에 와 있다”라고 밝혔다.

지난 2006년 3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어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는 황박사는 현재 해외를 오가며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12월에 있었던 항소심 재판에서 황박사는 1심보다 낮은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이다. 사기 혐의는 무죄를 받았지만 연구비 횡령과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부분에 대해서는 유죄를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동물 복제 분야 등에서 상당한 업적을 이룬 황박사에게 실형을 선고해 연구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라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만용 수암생명공학연구원 이사장은 “황박사는 한 달에 절반가량은 해외에 머무른다. 연구 활동에 전념해 성과를 내는 것만이 살길이라고 보고 밤낮 없이 매진하고 있다”라고 근황을 전했다.

황박사가 검찰로부터 기소되는 것을 전후해 연구팀이 뿔뿔이 흩어질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현재 경기도 용인에 있는 수암생명공학연구원에는 세계 최초로 고양이 복제에 성공해 <네이처>에 논문을 발표했던 신태영 박사 등 박사급 11명, 석사급 18명, 학사급 11명 등 총 40명의 연구 인력이 상주하며 연구하고 있다. 미국 피츠버그 대학 새튼 교수 연구실에서 세계 최초로 원숭이 복제배반포를 수립했던 현상환 충북대 교수, 서울대 양일석 교수, 연세대 가학현 교수 등 15명의 연구 자문교수단도 구성되어 있다. 수암생명공학연구원은 올 6월쯤 서울 구로구 오류동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대지 면적 5천7백52㎡(1천7백40평)에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짓고 있다. 이 연구동이 완성되면 황박사의 연구는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황박사가 본격 연구 활동을 하기 위해 지난해 5월 질병관리본부에 낸 줄기세포주 등록 신청은 지난해 9월16일 또다시 반려되었다. 윤리·과학적 문제로 등록에 부적합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난자 수급 과정에서의 비윤리적 행위가 선행된 조사(서울대학교 조사위원회 보고서 및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보고서) 등에서 밝혀져 있고, 해당 세포주가 체세포 핵이식이 아닌, 즉 현행 생명윤리법에서 허용하는 범위가 아닌 단성 생식에 의해 생성되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이유였다.

국내 증시에서도 ‘황우석주’ 기세 떨쳐

이에 대해 황박사는 10월5일 질병관리본부에 이의 신청을 냈다. 황박사는 “등록을 신청한 줄기세포주는 생명윤리법이 제정되기 이전에 수립된 것이다. 처분 근거에 해당하는 관계 법령 조항과 충족되지 않은 등록 기준이 무엇인지 전혀 적시하지 않은 채 반려한 것은 법을 무시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과학적’ 문제와 관련해서는 “생명윤리법이 등록을 요구하는 줄기세포주는 그것이 배양 가능한 조건에서 지속적으로 증식이 가능하고 다양한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것이냐 여부에 따라 등록 대상 여부가 정해지는 것이지 생식 유래는 법이 고려하는 기준이 아니다”라며 반려 사유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법이 아니라 눈치법’에 따라 반려한 것이 아니냐는 항변이다. 황박사는 평소 “부정할 수 없도록 재현할 것이다”라며 체세포 핵이식에 의한 줄기세포 생성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국내 한 회사는 수십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제의했고, 일본의 한 회사는 100억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증시에서는 이른바 ‘황우석주’가 여전히 기세를 떨친다. 황박사의 기술력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살아 있다는 반증으로 볼 수 있다. 이만용 수암생명공학연구원 이사장은 “황박사와 관계도 없는데 측근이나 친·인척이라며 주가 등을 부풀려 이득을 보려는 이들이 많아 피해를 보고 있다. 앞으로 이런 부분에 대해 철저하게 대처해나갈 것이다. 황박사는 연구 활동 외에는 관심이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황박사의 고향인 충남 부여에서는 지난해 10월 ‘황우석 후원회’가 발족되었다. 양준모 후원회장은 “황박사를 돕는 활동에 적극 나설 것이다. 생가를 복원하는 일도 추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불교·개신교에까지 발 넓힌 수암생명공학연구원

불교계와 개신교계의 대표적인 인물인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과 엄신형 전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 회장이 수암생명공학연구원 고문을 맡고 있어 주목된다. 자승 원장은 2009년 12월18일자로, 엄목사는 2009년 12월19일자로 고문에 위촉되었다.

엄목사는 지난해 6월18일 서울 구로구 오류동에서 열린 수암생명공학연구원 기공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기도 했다. 불교 신자인 황우석 전 교수는 원래 엄목사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2009년 개신교계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엄목사를 알게 되었다. 엄목사가 이 자리에서 “도울 일이 없느냐”라고 물은 것이 고문을 맡는 것으로 연결되었다. 이후 엄목사는 황 전 교수와 여러 차례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자승 총무원장은 “수암생명공학연구원의 고문을 맡아달라”라는 황 전 교수의 청을 듣고 그 자리에서 수락했다고 한다. 조계종 총무원의 한 관계자는 “황 전 교수가 총무원을 방문해 원장 스님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렸다. 원장 스님은 연구 성과를 묻는 등 황 전 교수에게 남다른 관심을 보이며 격려했다”라고 전했다. 불교계는 평소 불교 신자임을 밝혀온 황 전 교수에 대해 호의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다.

수암생명공학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황 전 교수가 두 분을 고문으로 모시게 되어 큰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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