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당선 가능성 여전히 “박근혜”
  • 감명국 (kham@sisapress.com)
  • 승인 2011.01.24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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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미디어리서치 공동 ‘설 민심’ 전국 여론조사

 

▲ ⓒ일러스트레이터 윤세호

지금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려온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대한 지지도는 과연 견고한 것인가. 이른바 ‘박근혜 현상’은 대세일까, 거품일까. <시사저널>은 그같은 궁금증을 풀어보기 위해 ‘설 민심’을 살피는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최근 나왔던 여론조사들이 대부분 지난해 말에 이루어졌던 점을 감안하면 내용상으로는 새해 첫 민심 조사인 셈이다. 이 조사를 통해 대선 후보 지지도와 당선 가능성, 후보별 가상 대결 결과 등을 다양하게 알아보았다.

‘박근혜 현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 새해 들어서 정치권에 화두로 던져진 주제이다. 여야 정치 분석가들은 저마다 이런저런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대한 지지도는 과연 견고한 것인가, 이른바 ‘대세론’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여당 내에서는 다른 변화가 없을 것인가, 이에 맞서는 야권의 대항마는 누가 될 것인가….

<시사저널>은 설 합병호를 계기로 이와 관련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여론조사 전문 기관인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전국의 성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지난 1월19일 전화 면접조사를 실시했다. 표본 오차는 ±3.1%p(95% 신뢰 수준)이다. 최근 나왔던 여론조사들이 실질적으로 대부분 지난해 말에 이루어졌다는 것을 감안하면 <시사저널> 조사는 내용상 새해 첫 민심 탐구인 셈이다.

‘차기 대통령감으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34.7%의 지목률을 나타냈다. 다른 언론사의 신년 여론조사에서 40%대까지 치솟았던 지지율이 잠시 주춤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여전히 부동의 1위임은 분명하다. 2위 그룹은 아직도 대혼전 양상이다. 오세훈 서울시장(7.8%), 유시민 국민참여당 정책연구원장(6.7%), 손학규 민주당 대표(5.9%), 한명숙 전 국무총리(5.8%),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5.1%),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3.6%), 김문수 경기도지사(3.1%),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3.0%) 등이 모두 오차 범위 내에서 혼전을 벌였다. 굳이 순위를 매기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이다.


박 전 대표, 모든 계층별 조사에서 1위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층은 이번 조사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연령별로는 50대(40.5%)와 60대 이상(39.2%)의 중·노년층, 지역별로는 대구·경북(46.0%)과 충청권(40.1%), 직업별로는 블루칼라(41.8%)와 자영업자(42.2%), 교육 수준별로는 고졸 학력층(40.3%)이 주된 지지 기반이었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모든 계층별 조사에서 전부 1위를 차지했다. 심지어 한나라당의 최대 취약지인 호남권에서도 박 전 대표(17.1%)는 손학규 대표(16.3%)를 근소하게나마 제치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60대 이상 연령층(11.1%)과 서울 지역(11.0%)에서, 유시민 원장은 30대층(11.0%)과 화이트칼라층(10.6%), 대학 재학 이상 학력층(11.5%)에서, 손학규 대표는 호남 지역(16.3%)과 농·임·어업 종사자층(13.4%), 화이트칼라층(10.7%)에서, 한명숙 전 총리는 20대층(10.2%)과 호남 지역(14.1%)에서, 이회창 대표는 충청 지역(10.8%)에서, 정동영 최고위원은 호남 지역(11.3%)에서 각각 상대적으로 강세를 나타냈다.

차기 대통령 당선 가능성에서는 선두와 2위 그룹 간의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진다.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 가능성이 누가 가장 크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서 박근혜 전 대표는 46.6%로 1위에 올랐다. 오세훈 시장이 8.8%로 2위, 손학규 대표가 4.2%로 3위에 올랐다. 그 뒤를 이회창 대표(3.8%·4위)와 정몽준 전 대표(3.4%·5위)가 이었다. 눈에 띄는 것은 대선 후보 지지율에서 3위를 한 유시민 원장이 당선 가능성에서는 2.5%로 전체 6위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차기 대통령 1위 덕목은 ‘강력한 리더십’

일반 국민들은 차기 대통령의 모습에 대해 ‘강력한 리더십’을 가장 크게 갈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2012년 대선에서 후보를 선택할 때 어떤 점을 가장 크게 고려할 생각인가’라는 질문에 전체의 29.5%가 ‘강력한 리더십’을 꼽았다. 그 다음으로 ‘도덕성’(18.1%)과 ‘행정 능력’(15.7%)을 지목했다.

지금의 이명박 정부가 경제 문제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있음에도 국민들은 여전히 경제 문제에 가장 불만을 느끼고 있는 듯하다. ‘차기 대통령이 국정 수행 시에 어디에 가장 중점을 둬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가장 많은 35.6%가 ‘경제 성장’을 꼽았다. ‘사회 양극화 해소’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22.6%나 나왔다. 그 밖에도 ‘국가 안보 강화’(10.0%), ‘정치 개혁’(8.0%), ‘통일 한국 시대 대비’(6.8%) 등이 뒤를 이었다.

<시사저널> 조사 결과만을 놓고 보면 ‘박근혜 대세’이다. 최근 발간된 책 <박근혜 현상>은 ‘박근혜 독주’ 상황을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이 책은 진보적인 논객들이 분석했다는 점에서 더 눈길을 끌었다.

‘유력한 경쟁자가 떠오르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여권 내 대권 게임은 ‘박근혜’라는 상수(常數)를 놓고 그로 갈 것인지, 아니면 거부할 것인지 하는 찬반 구도이다. 야권 후보와의 대결에서 이기는 지지율 구도를 유지한다면 박근혜의 당내 위상은 요지부동일 것이다. 하지만 야당 후보 또는 야권의 유력 대권 주자에 대한 경쟁력이 하락한다면, 박근혜가 누려온 위상은 급격하게 흔들릴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의 적은 박근혜’라 할 수 있다.’

박 전 대표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지난 3년간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다. 그나마 2위로 하여금 20%포인트 이내로 근접하게 추격하는 것도 절대 허용하지 않고 있다. 대개 대권 주자 지지율을 조사하는 경우, 일반 국민과 전문가 집단에서 다소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지만 박 전 대표는 이조차도 허락하지 않고 있다. <시사저널>이 해마다 8월에 실시하는 전문가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설문조사에서도 박 전 대표는 지난 3년간 ‘잠재적 대권 주자’ 순위에서 40%가 넘는 압도적 지목률을 나타냈다. 역시 2위 그룹은 한 자릿수의 지목률을 벗어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박근혜 대세론’에 대체로 회의적

▲ 대구를 찾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1월 5일 대구시의회를 방문해 선친인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진이 걸린 의장실에서 밝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과거 ‘3김’ 이후 박 전 대표만큼 견고한 지지 기반을 갖고 있는 정치인은 없다”라고 평가한다. 지난 1992년 대선 당시 여권에서 ‘김영삼 대세론’이 일었을 때도 야권에는 ‘김대중’이라는 강력한 라이벌이 있었지만, 지금의 야권에는 그나마 그런 대항마조차 존재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대다수 정치평론가 및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박근혜 대세론’을 인정하지 않는 눈치이다. 심지어는 친박계 내부에서조차도 “대세론을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경계심을 드러낸다. 친박계의 한 핵심 인사는 “‘30’(%)으로 무슨 대세론인가. 나머지 ‘70’(%)이 눈 시퍼렇게 뜨고 지켜보고 있는데”라고 말하기도 했다.

왜일까. 지난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국민들이 체험한 다섯 차례의 대선 학습 효과를 그 근거로 제시한다.

친박계의 한 핵심 인사는 2002년 대선의 ‘노무현 효과’를 경계한다. 그는 “당시 한나라당은 이회창 총재가 압도적 대세였고, 실제 여론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했다. 그러는 사이 상대 진영에서는 당초 눈에 보이지도 않았던 노무현·정몽준 후보가 야금야금 치고 올라왔고, 그 둘은 대선 한 달여를 남겨두고 극적인 단일화 드라마를 찍었다. 지난 4년간의 대선 후보 지지율 1위의 기록들이 단 한순간에 날아갔다”라고 회고했다.

민주당의 전략통으로 통하는 한 인사는 2007년 한나라당 경선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2007년 당내 경선에서 MB(이명박 대통령)는 박 전 대표를 도저히 이길 수 없는 구조였다. 그런 절대적인 불리함을 뒤엎은 것은 박 전 대표의 약점을 철저히 파고들었기 때문이고, 그만큼 오랫동안 선두에 서 있었던 박 전 대표가 많이 노출된 탓이었다. 만약 향후 대선이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박근혜의 양자 대결 구도로 간다면, 손대표 역시 MB의 전략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박근혜 현상은 엄연한  현실이지만, 그 속에 내포된 허수를 잘 들여다보아야 한다. 지금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호남에서 박근혜 지지표가 30~40% 이상(가상 맞대결의 경우)이 나오는데, 과연 진짜 대선에서도 그렇게 될까? ‘친박’에서도 그렇게 보지 않는다. 그만큼 유권자들의 표심은 지난 몇 차례의 대선을 통해 상당히 약삭빨라졌다”라고 분석했다.

“정계 개편 가능성 등 변수 많다”

한나라당 친이계의 한 의원은 “김문수 경기도지사나 오세훈 서울시장은 아직 신발끈도 묶지 않은 상태이다. 여권은 속성상 어느 한순간 힘의 균형이 한쪽으로 쏠리면, 급격히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때가 되면 지금의 수치가 무의미해질 수도 있다”라는 기대감을 숨기지 않는다. 한 정치평론가는 “1992년의 이종찬 후보나, 1997년 이인제 후보는 여당을 박차고 나와서 독자 출마의 길을 걸어 실패했지만, 1997년 JP(김종필 전 총리)는 야권의 DJ(김대중 전 대통령)와 연합해 공동 정권을 탄생시켰다. 현재 여당 내 계파 갈등이 여전한 상황에서 향후 변수는 얼마든지 남아 있다. 정치는 생물이다”라는 말로 정계 개편의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당분간 ‘박근혜 현상’을 둘러싼 논쟁은 이어질 전망이다.



반면 다른 후보를 지지하거나 ‘지지하는 후보가 없다’라고 대답한 응답자들을 대상으로 박 전 대표를 지지하지 않는 이유를 물었다. 예상대로 1위는 ‘다른 후보 또는 다른 정당을 지지’(21.6%)하기 때문이라는 답이었다. 주목되는 것은 그 뒤를 이은 것이 ‘여성이라는 점’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14.5%의 지목률을 나타냈다. ‘박 전 대통령의 영향력’(12.2%), ‘보수적 성향’(10.1%), ‘측근 세력들’(9.8%) 때문이라는 응답이 그 뒤를 이었다. ‘강한 고집’(7.2%), ‘권위적인 이미지’(4.6%) 등의 부정적인 면을 지적하는 이도 있었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 ‘여성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일부나마 엄연히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향후 박 전 대표에게 큰 핸디캡이 될 가능성은 상당히 희박해 보인다. ‘여성 대통령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남성이든 여성이든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가 62.5%로 압도적 다수를 차지했고, 오히려 ‘우리 정치 현실을 감안할 때 이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는 대답도 20.0%나 되었다. 반면 ‘우리 정치 현실을 감안할 때 아직은 이르다고 생각한다’라는 대답은 15.4%에 그쳤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50.3%로 나타났다. <시사저널>이 실시한 이번 설 민심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일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매우 잘하고 있다’가 11.1%, ‘대체로 잘하고 있다’가 39.2%였다. 반면 ‘대체로 잘못하고 있다’는 29.4%, ‘매우 잘못하고 있다’는 12.7%로 각각 나타났다. 이는 새해 들어 다른 언론사들이 실시한 신년 여론조사의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신년 여론조사에서도 SBS만 48.2%로 나타났을 뿐, 한겨레 51.8%, KBS 50.9%로 각각 나타났고, MBC는 53.3%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본지의 이번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중요한 점 한 가지를 발견하게 된다. 40대 연령층에서 ‘잘하고 있다’가 44.8%인데 반해, ‘잘못하고 있다’가 49.0%로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일반적으로 50대 이상의 중·노년층에서 높게 나타나고, 20~30대층에서 낮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본지 조사에서도 20대(41.2% : 48.6%)와 30대(33.2% : 60.6%)에서는 ‘잘못하고 있다’가 오히려 더 높게 나타난 반면, 50대(59.9% : 35.9%)와 60대 이상(74.6% : 14.0%)에서는 ‘잘하고 있다’가 훨씬 더 높았다. 이 중간에서 가장 두터운 유권자층을 형성하고 있는 40대층은 흔히 여론의 바로미터로 불린다. 40대에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어서 주목된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전체의 41.4%가 ‘지금보다 더 강경하게 나아가야 한다’라고 답한 반면, 26.2%는 ‘지금보다 더 온건하게 나아가야 한다’라고 답했다. ‘지금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25.8%였다.

정당 지지율을 묻는 질문에서는 한나라당이 42.3%로 여전히 1위를 차지했는데, 역시 50대(52.6%)와 60대 이상(61.0%)의 중·노년층에서 높은 지목률을 나타냈다. 20~30대층에서 비교적 높은 지목률을 나타낸 민주당은 26.1%로 2위였다. ‘없다·모름·무응답’도 20.2%나 되었다. 그뒤는 민주노동당(3.2%), 자유선진당(3.1%), 국민참여당(2.0%), 진보신당(1.4%) 순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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