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키려는 사람들, 꺾으려는 사람들
  • 이춘삼│편집위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1.02.28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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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신 인맥 지도 | 경기 고양·파주

 

▲ 파주 헤이리 마을 ⓒ 파주시 제공

 “선거는 바람과 같다”라는 말을 한다. 고양시와 파주시를 보면 이 말이 실감 난다. 2004년 5월 치러진 17대 국회 때는 고양시 4개 선거구 중 3개 구를 열린우리당이 차지하고 한나라당은 한 군데를 건졌을 뿐이다. 유시민(덕양 갑)·최성(덕양 을)·한명숙(일산 갑) 의원이 열린우리당 후보로 당선되었고, 한나라당 후보는 김영선 의원(일산 을)뿐이었다.

 2008년 5월의 18대 총선에서는 전세가 역전되었다. 4개 구 모두를 한나라당이 차지했다. 17대에 나섰다가 뜻을 이루지 못한 사람들이 포함된 손범규(덕양 갑)·김태원(덕양 을)·백성운(일산 동)·김영선(일산 서) 의원이 그 주인공들이다. 반면 대구로 지역구를 옮긴 유시민 후보를 비롯해 최성(덕양 을)·한명숙(일산 동)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바람’이라고는 하지만 분명 거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17대 총선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가 진행되면서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여론이 비등하던 시기에 실시되었다. 18대 총선은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고 폭넓은 지지를 받던 시기였기에 한나라당의 과반 의석 확보가 가능했다.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 소속의 최성 고양시장과 이인재 파주시장이 현직인 한나라당 소속 강현석·류화선 두 후보를 누르고 승리했다.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벌어진 일이다.


흥미진진해지는 내년 총선 여야 재격돌

 손범규 의원(45·숭실고-연세대 법학과)은 31세에 사법시험에 합격한 늦깎이 변호사로 1999년 한나라당 인권위원으로 정치권에 첫발을 디딘 후 법률지원단 부단장을 맡아 ‘병풍’ ‘총풍’ ‘세풍’ 등 각종 정치적 사건들의 변론을 맡았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 소추위원 대리인으로 실무를 맡았다. 17대 총선 때는 당내 경선에서 패했다. 이명박 서울시장 후보 선대위에서 활동했고, 이명박 대통령 후보 덕양 갑 선대위원장을 맡았으며, 대선 후보 경선에서는 박근혜 캠프에서 법률특보로 일했다. 

 김태원 의원(60·대전고-동국대 연극영화과)은 민정당 사무처 공채 2기 출신이다. 신한국당 의원국장과 한나라당 재정국장-중앙당 직능국장-당 대표 특보-중앙위 상임부회장 등 27년간의 당료 생활을 마치고 격전지로 불렸던 18대 덕양 을 선거에서 현직인 민주당 최성 후보를 이기고 국회에 입성했다. 


 고려대 행정학 박사인 백성운 의원(62·대구상고-고려대 행정학과)은 행정고시를 합격해, 경기도청-내무부 근무와 고양군수-안양시장-경기도 행정부지사를 역임한 경력을 지닌 내무 관리 출신이다. 이명박 대통령 후보 선대위, 대통령직 인수위, 대통령 취임준비위를 거쳐 18대 일산 동구에서 한명숙 후보를 꺾은 초선 의원이다. 그는 1988년부터 3년간 고양군수로 재직하면서 군민들을 설득해 일산 신도시를 건설하는 데 일조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김영선 의원(51)은 경남 거창 출신으로 부산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다 건설 공무원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서울로 와 중학교부터 서울에서 다녔다. 신광여고를 졸업하고 이화여대 영문과를 1년 다니다 다시 시험을 치러 서울대 공법학과를 졸업했다.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변호사 활동을 하면서 경실련, YMCA, 경찰청 자문위원, 참여연대, 녹색소비자연대에 관여했다. 1996년 1월 신한국당 부대변인으로 정계에 들어가 그해 4월 신한국당 전국구 후보로 15대 국회에 들어갔다. 한나라당 정무위원장, 이회창 총재 법률특보, 한나라당 수석 부대변인을 거쳐 16대 역시 전국구 후보로 나서 2선이 되었다. 2003년에는 짧게나마 당 대변인을 지냈고, 17대 일산 을에서 당선해 3선 의원으로 최고위원의 반열에 올랐다. 박근혜 후보 경선대책본부 특보단장, 경기 지역 총선대책위원장을 거쳐 18대에 당선함으로써 4선 기록과 함께 입지를 탄탄히 굳혔다.


 여기에 맞서 내년에 있을 19대 총선을 겨냥해 결전을 벼르는 사람들이 있다. 대표적인 인물들이 민주당 지역위원장들이다. 박준 덕양 갑 지역위원장(43)은 연세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국회 정책연구위원, 새천년민주당 원내행정실장, 통합민주당 가족행복위원회 조직부본부장을 지낸 경력을 가졌으며, 18대 총선 예비 후보(통합민주당·덕양 을)로 나선 적이 있다.

 송두영 덕양 을 지역위원장(48)은 광주서석고-경희대 신방과를 졸업하고 한국일보 사회부 차장을 지낸 언론인 출신이다. 손학규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경선 과정에서 캠프에 참여하는 것으로 정계에 입문해 통합민주당 부대변인을 지냈으며 18대 총선에서 광주 북구 갑 예비 후보로 나선 경력이 있다.

 유은혜 일산 동구 지역위원장(49)은 송곡여고-성균관대 동양철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 민주동문회 사무국장, 조순 서울시장 선대본부-고건 서울시장 선대본부에서 일했으며 국회의원 김근태 후원회 사무국장, 열린우리당-통합민주당-민주당 부대변인을 지냈다.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통합민주당 비례대표 19번 후보였다.


 김현미 일산 서구 지역위원장(49)은 정읍 출신으로, 전주여고-연세대 정외과를 졸업했다. 국민회의 부대변인으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부대변인으로 발탁된 후 청와대 홍보수석실-정무수석실 근무를 거쳐 열린우리당 비례대표로 17대 국회에 등원했다. 열린우리당 대변인과 경기도당 위원장 정동영 후보 대선기획단 대변인을 지냈다. 18대 총선 때 통합민주당 후보로 일산 서구에서 낙선해 내년 총선에서 재도전장을 내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고 한다.

 심상정 전 진보신당 공동상임대표(52·명지여고-서울대 역사교육과)는 17대 국회에서 민주노동당 소속 의원으로 활동해 지명도가 높은 여성 정치인이다. 당시 민노당은 당선이 보장되는 비례대표 1번으로 심상정 후보를 택했다. 알려지지 않았으나 실력자라는 뜻이었다.

 그는 구로공단에서 노조 활동을 하고 노조 결성 및 쟁의를 이끌어 수배되기도 했다. 25년간 노동운동을 했지만 그 흔한 ‘위원장’이라는 직함을 가져본 적이 없다. 노동운동의 지도자라기보다는 현장에서 조직하고 협상하는 활동가였다. 전국노동조합협의회 쟁의국장, 조직국장을 지내고 전국금속노조 사무처장을 지낸 후 민주노동당에 입당했다.

 민노당 의원단 수석부대표-비상대책위원장-진보신당 공동 상임대표로서 줄곧 지도부의 일원으로 활약했으나 18대 덕양 갑 선거에서 패한 데 이어 지난 6·2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에서도 뜻을 이루지 못했다.

 현재 고양시의 인구 분포를 보면 신도시 개발과 아파트 주민의 대량 유입으로 토박이는 10% 미만이다. 외지인 중 영·호남 출신이 28%가량으로 추계되고 있다. 따라서 고양시 지역구 당선자들 중에 고양 출신은 없다시피 하고 유시민·한명숙·홍사덕 씨 등 중량급 정치인들이 시시때때로 등장하는 곳이 고양시이다. 초·중고, 특히 고등학교 동창 관계가 선거 판세를 가르는 주요 변수로 작용하는 것이 상례인데 여기서는 그 점도 작동할 여지가 없다.


 신도시 쪽인 일산 동·서구와 덕양구 쪽의 성향도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실지(失地) 회복을 노리는 민주당측에서는 (그들이 주장하는) ‘현 집권 여당의 실정(失政)에 대한 유권자들의 실망감’ ‘좀 더 젊은 세대가 갖고 있는 신선감에 쏠리는 기대 심리’ 등에 희망을 걸고 열심히 총선 전략을 짜고 있다. 

 최성 고양시장(48)은 광주 출신으로 광주 송원고-고려대 정외과를 나와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열린우리당에서 정치 활동을 시작했고 청와대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17대 국회에 진출했으나 18대 총선에서는 낙선했고 2년 만에 고양시장에 당선했다.

 최성 시장에게 진 강현석 전 시장(59)은 경북 의성 출신으로 대륜고-고려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민정당 사무국 공채 직원 출신으로 신한국당-한나라당 제3, 4회 동시 지방선거에서 당선했다. 주위에서는 내년 총선에 나설 것을 권유하고 있으나 본인의 성격상 고심 중이라고 한다.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17대 국회에 처음 들어간 황진하 현 의원은 18대 총선 공천 경쟁에서 경기도지사, 환경처장관, 15~17대 의원을 역임한 이재창 경쟁자를 물리쳤다. 문산중·고-육사를 졸업하고 포병 장교로 임관한 후 포병대대장-포병여단장을 지낸 예비역 중장이다. 한미연합사 지상작전장교, 주미 대사관 무관, 키프로스 유엔평화유지군 사령관을 지내 군사 외교에 밝다. 한·미 FTA 태스크포스 위원장,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으로 있다.

 윤후덕 민주당 파주시 지역위원장(54)은 중동고-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김원길 의원 보좌관, 보건복지부장관 비서관, 해양수산부-행정자치부 장관 정책보좌관, 대통령 비서실을 거쳐 국무총리 비서실장을 지냈다. 18대 총선에 통합민주당 후보로 출마했었다.


이홍구·신호범 등 국내외에서 두각

 박정 박정어학원 원장(49)은 성공적인 학원 운영으로 이름을 알린 인물이다. 파주 토박이 출신으로 동인천고-서울대 농생물학과를 졸업했다. 문산동중-파주종고 총동문회장과 서울대 고양파주지부 총동문회장을 지냈고, 파주시 축구협회 회장과 국민생활체육축구협회 회장도 역임했다. 17대 열린우리당 후보로 나선 경험이 있으며 내년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

 이인재 파주시장(51)은 본적이 전남 보성군이다. 명지고-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행시에 합격한 후 총무처, 국토통일원, 내무부에서 근무했다. 경기도 본청-고양시 일산구청장-파주시 부시장을 거친 내무 관료 출신이다.  류화선 전 파주시장은 내년 총선에 한나라당 후보로 나서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고양 출신으로 정·관계에서 가장 두각을 보인 인물로는 이홍구 전 총리를 꼽을 수 있다. 경기고-서울대를 거쳐 미국 예일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이 전 총리는 국토통일원장관, 주영국 대사, 통일원장관 겸 부총리를 거쳐 김영삼 정부 때 국무총리를 지냈다. 1996년 당시 여당이었던 신한국당 후보로 15대 국회의원에 당선했고, 이후 당 대표를 맡으면서 한때 김영삼 전 대통령의 후계자 중 한 명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오는 3월에 열린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10주기 행사에 추모위원장으로 추대되었다.

 미국 땅에서 당당히 정계에 진출해 재미 한인 사회의 중심 인물로 떠오른 신호범(미국명 폴 신) 미국 워싱턴 주 상원의원은 파주 출신이다. 그는 한국전쟁 중에 부모를 잃고 미국에 입양된 후 뼈를 깎는 노력 끝에 뜻을 이루었다. 지난 2006년에는 제1회 자랑스런 한국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대중문화계에서는 가수 김장훈씨가 고양 출신이고, <오 필승 코리아>로 유명한 YB 밴드의 윤도현씨와 연기자인 이진우·장서희·최민수·최지우 씨가 파주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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