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관 홀린 미소 뒤에 무엇을 숨겼나
  • 감명국 (kham@sisapress.com)
  • 승인 2011.03.14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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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주재 한국 총영사관 소속 영사들과의 스캔들로 ‘상하이 마타하리’로 불리게 된 중국 여성 덩신밍 씨의 정체는 과연 무엇인가. 그녀에 대해서는 중국 공안 당국의 고위층과 연결된 ‘고급 프락치’라는 설과, 중국의 실세 그룹인 ‘태자당’의 일원이라는 설 등 갖가지 추측과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실제 그녀는 어떤 인물인지 주변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추적했다. 


“영사관 내에서도 함부로 ‘그분’의 이름은 언급하지 않았다.”

“‘덩 씨’를 만나면 만날수록 정체가 불분명하고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덩신밍 씨(33)에 대한 주변의 평가는 이처럼 극에서 극을 오간다. 30대 초반의 의문투성이인 이 중국 여성이 지금 한국 외교가를 발칵 뒤집어놓고 있다. ‘주상하이 총영사관’의 최고 책임자였던 김정기 전 총영사(51)를 비롯해, 법무부 출신의 허 아무개 전 영사(41), 지식경제부 출신의 김 아무개 전 영사(42), 외교통상부 출신의 박 아무개 전 영사(48), 경찰청 출신의 강 아무개 전 영사(43) 등 국내 전·현직 고위 외교관들이 줄줄이 이 여성과의 치정 관계에 얽혀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덩 씨와 꾸준히 접촉해 온 이들조차도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은 판이하게 엇갈린다. 김 전 영사는 덩 씨를 ‘그분’이라고 표현했고, 강 전 영사는 ‘덩 씨’라고 표현했다.

위정성 당서기 취임 후부터 생활 달라져

▲ 덩신밍 씨와 전 상하이 주재 영사가 다정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울신문

‘상하이 마타하리’로 불리는 덩신밍 씨에 대해서는 모든 것이 베일에 가려져 있다. 우리 외교관들과 덩 씨의 치정 관계가 드러나자, 처음에는 그녀가 중국의 ‘스파이’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측되었다. 하지만 이내 비자 장사를 하는 사기꾼이거나 단순 ‘브로커’ 쪽으로 무게 중심이 쏠렸다. 그러나 덩 씨의 실체에 더 접근하면 할수록 단순치 않은 어떤 ‘함수 관계’가 도사리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현재로서는 그녀가 중국 공안 당국의 고위층과 연결된 ‘고급 프락치’이거나, 아니면 실제 ‘태자당(太子黨)’과 연결이 되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태자당이란 중국 당·정·군·재계 고위층 인사들의 자녀를 일컫는 말로 4천여 명에 달하는 이들 ‘이너서클’이 중국의 모든 요직을 독점하거나 그 주변 세력으로 존재한다.

덩신밍 씨의 생을 살펴보면, 비교적 평범했던 그녀의 신변에 갑자기 큰 변화가 닥친 것은 2007년부터였다. 그녀는 1978년 중국 산둥 성에서 태어났고, 그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부모는 없고, 홍콩에 있는 이모 손에서 자랐다는 얘기가 있다. 1985년부터 1992년까지 중학교를 다녔고, 14세 때인 1992년 한국으로 유학을 왔다는 설도 있고, 홍콩에서 초·중·고교 과정을 모두 마쳤다는 설도 있다. 그녀는 국내의 이화여대를 잠깐 다닌 적이 있다고 스스로 말했다고 한다. 정확히 확인되지는 않지만 어떤 식으로든 한국과 인연이 있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성인이 된 이후 덩 씨는 2001년 한국 투자기업인 ㅅ사에서 사장 비서로 일했고, 같은 해 국내 기업의 중국 주재원으로 근무하던 한국인 진 아무개씨(37)와 결혼했다. 그리고 2004년 딸을 낳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녀는 그저 한국에 시집 온 평범한 중국 며느리였다. 결혼 생활도 비교적 무난하게 잘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2007년부터 그녀는 급격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위정성(兪正聲) 상하이 당서기가 2007년 10월 시진핑 국가 부주석의 뒤를 이어 상하이에 부임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덩 씨는 평소 자신이 덩샤오핑(鄧小平) 전 중국 국가주석의 손녀뻘이자, 부총리급인 위정성 당서기의 조카라고 말하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덩 씨가 남편 진씨와 사실상 별거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당시 덩 씨는 진씨에게 “외삼촌이 당서기로 새로 부임했다. 상하이 시에서 공무원으로 일할 예정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덩 씨가 상하이 주재 한국 외교관들과 접촉하기 시작한 것도 역시 이때부터였다. 덩 씨는 이후 상하이 시내 최고급 빌라촌에 거주하고 있으며 보유한 부동산 액수는 1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기 전 총영사는 지금도 덩 씨가 위정성 당서기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사이라고 믿고 있다. 그는 “덩 씨는 상하이 비공식 고위 공무원이며, 태자당 출신으로 위 당서기와도 부담 없이 얘기할 수 있는 사이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파문이 불거지자 주변에 “덩 씨를 잘못 건드리면 향후 한·중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우려를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위정성 당서기는 중국의 차세대 ‘잠룡’으로 꼽힐 정도로 정치적 비중이 매우 높은 인물이다. 최근까지 국내 언론사의 중국 특파원을 지낸 ㄱ씨는 “위정성은 엄청난 거물이고,  실세 정치인이다. 상하이 당서기 자리는 후진타오 국가주석, 시진핑 부주석 등이 거칠 정도로 중앙 권력의 핵심으로 가는 요직으로 꼽힌다. 위 당서기는 전형적인 태자당이다. 그의 집안은 실제 덩샤오핑 집안과 연결된다. 그의 부친은 초대 톈진 시장을 지냈고, 모친은 베이징 부시장을 지낸 화려한 가문의 소유자이다”라고 설명했다. 

덩 씨의 실체에 대한 질문에 ㄱ씨는 이런 점을 주목한다. 그는 “중국이라는 사회는 굉장히 무서운 곳이다. 상하이 최고의 실력자이자, 중국 내 권력 서열 몇 위 안에 드는 이런 거물급의 최측근 또는 조카를 만약 사칭하고 다녔다면, 덩 씨는 곧바로 중국 공안이나 정보기관에 의해 감시를 받게 된다. 덩 씨가 만약 사기꾼에 불과한 단순 브로커였다면 정상적으로 살아남기 힘들다. 그럼에도 덩 씨가 3년 이상을 한국 교민 사회에서도 명성을 날릴 정도로 오래 활약했다면 그냥 단순한 브로커로만 치부하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고위 외교관들과 중국 유부녀가 몇 년간에 걸쳐 불륜을 저지르고 교민 사회에 소문이 날 정도였다면, 중국 공안 당국이 이를 몰랐을 리는 절대 없다. 그런데도 특별히 문제 삼지 않았고, 덩 씨가 오히려 더 마음껏 활개치고 다녔다면, 그 이유는 둘 중 하나이다. 중국 공안에게 약점을 잡힌 탓에 그녀 스스로가 프락치가 되어 정보 수집 역할을 했든가, 그것이 아니면 중국 공안들도 함부로 할 수 없는 뭔가 그 윗선의 줄을 갖고 있었다는 얘기이다”라고 덧붙였다.

상하이 시에 오래 머무르며 현지 사정에 밝은 ㄴ씨는 “코코(덩신밍의 또 다른 이름)는 덩샤오핑의 친·인척이 맞다. 그녀는 태자당 일원이지만 공무원이 아니라 민간인이다. 영사들과의 불륜설은 사실 (상하이에서는)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코코를 활용해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되도록 했어야 했는데, 이렇게 된 점에 대해서 이곳 교민들도 아쉽게 생각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ㄴ씨는 상하이 현지 교민 사회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인사라는 점에서 그의 확신에 찬 말은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다. 


▲ 덩신밍 씨가 비자를 낼 때 자택 주소로 기록한 밍두청 빌라. 한 채당 시가가 우리 돈 30억?50억원에 달하는 상하이 최고급 빌라이다. ⓒ뉴스뱅크이미지

덩신밍이라는 의문의 여인이 중국 상하이에 주재하는 우리 총영사관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놓았다. 과연 지난 2~3년간 그 안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진 것일까. 현지 관계자들이 전하는 얘기는 실로 충격적이다. 그럼에도 이런 사실이 이번에 덩 씨의 한국인 남편 진 아무개씨의 폭로가 나오기 전까지 묻혀 있었다는 사실이 더 놀랍다. 

상하이 시에 오래 거주하며 현지 사정에 밝은 ㄴ씨는 “김 아무개 전 영사와 허 아무개 전 영사는 서울대 88학번 동기들이다. 덩신밍 씨를 먼저 안 것은 김 전 영사였다. 그는 윗선의 지시를 이행하는 데 상하이 인맥의 고급 네트워크가 필요했고, 이런 고민을 해결해준 이가 바로 덩 씨였다. 하지만 이문에 밝은 덩 씨는 ‘내게도 뭔가 이익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 비자 발급 지분을 달라’라고 요구한 것으로 안다. 당시 이 업무를 담당하던 이가 허 전 영사였다. 

▲ 중국 상하이 시 창닝 구 젠허 로에 있는 주상하이 한국 총영사 관저. ⓒ뉴스뱅크이미지

 그래서 김 전 영사가 덩 씨를 허 전 영사에게 소개해주었다. 그런데 이후 허 전 영사와 덩 씨가 더 급속도로 가까워졌고, 이때부터 덩 씨를 사이에 두고 두 영사 간의 다툼이 시작되었다”라고 밝혔다. 그는 “허 전 영사는 전형적인 엘리트형이었다. 정말 공부만 했을 것 같은 얌전한 사람이었는데, 덩 씨를 만나고 나서부터는 완전히 딴 사람이 되다시피 했다.

허 전 영사의 부부 관계도 완전히 파탄이 나서 심지어는 영사관 안에서도 부부 싸움을 했다. 동기인 김 전 영사와도 주먹다짐을 할 정도로 크게 다퉜다”라고 전했다. 실제 허 전 영사는 국내에 들어와서 법무부에 사표를 내는 등 신변을 정리하고, 덩 씨와 함께하기 위해 다시 중국으로 건너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정원에서 파견 나와 있던 장 아무개 부총영사는 이런 영사관 내의 일을 정식으로 문제 삼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김정기 전 총영사와 또 심각한 갈등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장부총영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본인이 해야 할 일을 하려 한 것이다. 그런데 덩 씨 문제에 역시 부적절하게 개입되어 있는 김 전 총영사가 이를 방해하면서 갈등이 불거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번 파문을 지켜본 주변 관계자들 사이에는 김 전 총영사의 부적절한 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다. 국내 언론사의 중국 특파원을 지낸 ㄷ씨는 “나도 중국에서 김 전 총영사와 몇 차례 함께한 적이 있다. 그는 외교관과는 거리가 먼 전형적인 정치인이었다. 몸은 상하이에 있지만, 신경은 온통 한국 정가에 쏠려 있었다. 다시 한국에 돌아가서 선거에 출마하려는 생각만 가득한 듯했다. 그런 그에게 예를 들어 한국에서 이상득 의원 같은 거물급 정치인이 온다면 어떻겠는가.

‘가방 모찌(밀착 수행을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속어)’ 역할을 해야 함은 당연하다. 그뿐만이 아니라, 급하게 중국의 거물급 인사와 만남을 주선해달라고 부탁하면 어떻게 하든 그것을 성사시키기 위해 매달린다. 그런 상황에서 덩신밍이라는 여인이 그런 만남 자리를 성사시켜주었다고 생각해보라. 정말 눈물겹게 고마울 수밖에 없고, 그런 그녀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해줄 수만 있다면 해줘야 하는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라고 밝혔다.

ㄴ씨 역시 “김 전 총영사가 정치인이다 보니 상하이의 당서기나 시장을 만나는 일도 대단히 중요시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라인이 없었다. 솔직히 그에 대한 중국 상하이 정부의 인식도 그다지 좋지 못했다. 영어로만 얘기하며 유식한 체한다는 불쾌감이 나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을 상하이의 고급 간부와 연결시켜준 덩 씨의 존재는 절대적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현지 영사관을 총괄해 책임지는 총영사가  절대적으로 신뢰했고, 그 밑의 부하 외교관들은 치정 관계에 얽혀들면서 덩신밍 씨가 얼마나 총영사관을 휘젓고 다녔을지는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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