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편리함 뒤에‘양극화’ 있다
  • 김회권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11.04.11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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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가입자가 1천만명을 넘어섰다. 불과 1년 사이의 변화다. 이에 따라 세상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세대 간 정보 격차 문제도 또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배워야 할 것이 많아져 ‘테크노 스트레스’ 등 부작용도 늘어났다. 스마트폰이 세상을 어떻게 바꿔놓았는지, 그리고 문제점은 무엇인지 짚어보았다.

“요즘 아이들은 내가 일찍 퇴근해서 집에 오기만을 기다린다. 아빠가 보고 싶어서도, 아빠가 사오는 간식을 기대해서도 아니다. 스마트폰 때문이다. 내가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스마트폰을 낚아챈 아이들은 이내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가며 자기 방으로 달려간다. 다음 날 출근길에 살펴본 스마트폰의 어플리케이션 위치는 아이들의 무지막지한 ‘터치’로 뒤죽박죽이 되어 있기 일쑤다.”

초등학교 2학년과 유치원생인 남매를 둔 직장인 강 아무개씨(43)의 말이다. 과거 아이들이 가장 빠르게 반응했던 디바이스는 PC였지만 이제는 스마트폰이다. 그들은 아빠 손에 들린 스마트폰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스마트폰이 어느 정도 널리 퍼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지난 3월23일, 방송통신위원회는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가 1천만명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단순히 계산하면 국내 휴대전화 단말기 5대 중 1대가 스마트폰이라는 이야기이다. 2009년 12월 80만명이었던 스마트폰 가입자는 짧은 시간 안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2010년 6월 2백47만명, 2010년 12월 7백22만명, 2011년 2월 9백26만명, 그리고 2011년 3월23일 1천2만명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올 연말에는 스마트폰 가입자 수가 2천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런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방통위는 1천만 가입자를 넘어선 날, 가입자 분석 자료를 발표했다. 스마트폰 사용자의 주류는 예상대로 20~30대였다. 가입자 1천만명 가운데 20대가 35.1%, 30대가 29.4%를 차지했다. 전체의 64.5%를 젊은 층이 차지하고 있었다. 10대 이하의 가입자 수 7.6%를 더하면 10~30대가 스마트폰 가입자의 72.1%이다. 일반 휴대전화 가입자는 10대 16.5%, 20대 12.1%, 30대 17.5%이다.

세상은 이미 스마트폰 위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지하철이나 버스 광고는 ‘QR코드를 찍어보세요’라고 권한다. 스마트폰 사용자만이 또 다른 정보를 만날 수 있는 셈이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모바일 접근성이 중요한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서는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각종 마케팅이 이루어지고 있다. 인적 교류도 그 안에서 활발히 일어난다. 정보와 의견 교환은 필수이다. SNS 속의 일이 뉴스로 생산되고 확대 재생산되는 일이 다반사이다. ‘비(非)스마트폰족’에게는 딴 세상 이야기지만 현실에서는 이런 흐름이 대세로 인정받고 있다.

일상생활의 양태도 이런 스마트폰 사용 유무에 따라 차이가 난다. 버스정류장에서 벌벌 떠는 사람들은 ‘서울버스’와 같은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할 수 없는 일반 폰 사용자들이다. 이들은 버스 예상 도착 시간을 미리 알고 따뜻한 곳에서 기다리다 시간 맞춰 나가는 편리함을 누리지 못한다. 스마트폰을 가진 자는 더욱 많이 누릴 수 있는 반면, 못 가진 자는 배제되는 상황이 늘고 있다.

과거 PC가 도래했던 시절에 ‘정보 격차’라는 말이 유행했다. 당시 격차를 일으키는 원인은 초고속 인터넷망이었다. 깔린 곳은 접근성이 컸고 깔리지 않은 곳은 작았다. 세대별 격차도 발생했다. 젊은이들에 비해 중·장년층과 노인층의 인터넷 접근 속도는 더뎠다. 정부는 정보 격차 해소 정책을 펼치며 인터넷 망 접근성을 높이고 교육을 강화하는 쪽으로 집중했고 어느 정도 유의미한 결과를 얻기도 했다.

정보 격차 문제 더 심해질 전망

하지만 최근 통신 환경이 모바일로 재편되고 무선인터넷이 대세가 되면서 ‘정보 격차’ 문제는 다시 짚어보아야 할 화두가 되었다.

정보 격차는 정보 접근에 대한 차이에서 유래한다. 그리고 그 차이로 발생하는 정치·경제·사회적 격차를 뜻한다. 이것은 일반적으로 세대와 경제적 수준에 따라 차이가 난다. 디바이스를 살 것이냐 말 것이냐, 그것에 익숙해지느냐 그렇지 않느냐, 그리고 거기에 소요되는 통신 요금을 지불할 용의가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하 진흥원)은 지난 3월 ‘2010 정보 격차 실태 조사’라는 의미 있는 보고서를 발표했다(67쪽 상자기사 참조). 전문가들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수록 정보 격차가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것은 실태 조사에서 단적으로 드러났다. 장·노년층의 스마트폰 이용률은 1.0%로 전체 국민(15.6%)에 비해 14.6%포인트나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국민의 스마트폰 이용률을 100으로 가정했을 때, 장·노년층의 스마트폰 이용률은 6.4%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젊은 층의 스마트폰 비율이 급속도로 상승하고 있는 것을 고려한다면 이 격차는 당분간 더욱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폰이 대세일수록 일반 폰 사용자들은 ‘갈아타기’를 고민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벽, 그리고 그로 인해 생기는 ‘낙오감’ 때문이다. 대형 건설회사 기획팀에 근무하는 이 아무개씨(33)는 스마트폰이 아닌 일반 휴대전화인 ‘연아폰’을 3년 넘게 사용하고 있다. 기계에 관심도 적고 굳이 스마트폰으로 갈아탈 이유를 찾지 못해서다. 그는 스스로를 “무엇이든 한번 만나면 잘 안 바꾸는 사람이다”라고 평가한다. 그런데 최근 소개로 만난 여성에게서 기분이 상하는 말을 들었다. 이씨는 “농담이었겠지만 지하철을 탈 때 스마트폰 없이 무가지를 읽는 사람을 보면 세상에 뒤쳐져 보인다고 하더라. 마치 나를 향해 하는 말 같아서 스마트폰을 사야 할지 약간 고민했다”라고 말했다.

이런 사회적 낙오감 문제는 장·노년층, 농어민에게서도 찾을 수 있다. 진흥원의 실태 조사에서 장·노년층의 27.9%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사회적 낙오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특히 스마트폰의 용도를 인지하고 있는 응답자 중에서는 46.6%가 낙오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농어민 조사 결과도 비슷했다. 25.1%가 사회적 낙오감을 느낀다고 답했는데 용도를 인지하고 있는 답변자 중에서는 그 비중이 46.9%에 달했다. 장·노년층이나 농어민들은 두 명에 한 명꼴로 자신이 ‘스마트폰 때문에’ 뒤처지거나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느끼고 있었다.

 

 

“활용 여부에 따라 생기는 격차가 더 중요”

전문가들은 소유에 따른 격차만큼이나 앞으로는 활용 여부에 따라 생기는 격차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김중태 IT문화원 원장은 “과거의 정보 격차는 PC와 모뎀을 가지고 있느냐, 혹은 초고속 인터넷망이 깔려 있느냐 여부에 따라 결정되었지만 모바일 시대를 맞아서는 정보 격차가 양과 질의 격차로 벌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 현장에서 느끼는 활용의 격차는 어느 정도나 될까. 강장묵 동국대 교수(전자상거래연구소)는 간혹 SNS 특강을 다니면서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느낀다고 말했다. 최근 강교수는 한 도청에서 ‘인터넷 도우미’들을 대상으로 SNS 강의를 했는데 SNS에 가입되어 있는 사람이 너무 적어 개념부터 새로 설명해야 했다. 강교수는 “도에서 정보화를 촉진하는 사람들을 모아 강의를 했는데도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가입되어 있는 사람들이 너무 적어 강의가 힘들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격차가 조금 있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스마트폰의 활용 여부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분야로 전문가들은 ‘소셜 디바이드’(대인 관계 격차)를 꼽는다. 과거 ‘소셜 디바이드’는 오프라인에서 생기는 사회적 신분 격차를 의미했다. 그런데 지금은 SNS의 격차를 뜻한다. 지금은 SNS만 잘 쓰면 전세계 정보를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고 국내에서 일어나는 일도 때로는 뉴스보다 발 빠르게 만날 수 있다. 만일 비즈니스 분야에 있는 사람이 최첨단 기술의 개발 소식 등 따끈따끈한 정보를 먼저 얻는다면? 이것은 곧 돈으로 연결된다.

활용이 중요해지면 스마트폰 그 자체가 부담이 된다. 일단 배워야 될 것이 너무 많다. 기계 사용법 자체도 배워야 하지만 SNS 세상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은 스트레스나 다름없다. 그렇지 않으면 뒤처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일명 ‘테크노 스트레스’이다.

PC가 확산되던 시절에는 컴퓨터 학원이 성행했다. 그때처럼 이제는 스마트폰 학원이 등장했다. 인기도 좋다. ‘스마트 티처’는 스마트폰 사용법을 인터넷 강의로 서비스하는데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지 두 달 만에 회원 수 20만명을 돌파했다. 정태원 대표는 “초보 사용자들은 스마트폰 사용법을 단편적인 정보와 책임지지 않는 정보들 속에 검색에만 의존해 배울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스마트폰을 ‘공부’해야 하는 사람들은 기꺼이 2만원짜리 유료 강의를 결제하고 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스마트폰은 대세이다. 앞으로 더욱 확산될 수밖에 없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스마트폰 사용자가 100명당 5명에서 20명으로 늘어나는 데 걸리는 시간을 5년으로 예측했다. 유선전화(31년)는 물론, 인터넷(8년), 휴대전화(6년)보다 짧다. 이럴수록 ‘소유’에 따른 격차보다 ‘활용’에 따른 격차가 두드러진다. ‘정보 격차’의 문제는 순식간에 ‘정보 지체’의 문제로 바뀔 수 있다. 이것은 세대 간 지체, 도시-농촌 간 지체,  수도권-지방의 지체 문제를 뜻한다.

강교수는 이런 격차를 해소할 대책으로 순차적 진입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등은 이미 젊은 층을 위주로 돌아가고 있는데 갑자기 장년층을 이곳에 들어가라고 할 경우 진입 장벽이 높아 활동하기 쉽지 않다. 스마트폰에 어려움을 느끼는 계층이 자연스럽게 SNS에 진입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자기 또래나 비슷한 지역 주민 등 유사한 사람들과 스마트폰 경험을 쌓게 해주는 방법 등이 있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남성보다는 여성이, 도시 거주민보다는 군 지역 거주민이 용도를 모른다는 비율이 높았다.  구입비 및 이용 비용의 부담을 느끼는 쪽은 반대였다. 일단 주로 남성이었고 연령이 낮을수록, 고학력일수록, 도시에 거주할수록 비용에 대한 부담이 크다고 대답했다.  

장·노년층은 ‘스마트폰’이라는 디바이스 자체를 낯설어했다. 스마트폰의 용도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말만 들어보았음’(40.5%)이라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들어본 적 없음’(32.8%)도 적지 않았다. 인지하고 있다는 대답은 26.6%(자세히 알고 있음 4.8%, 조금 알고 있음 21.9%)로 전체 국민의 인지 비율(70.2%)에 비해 크게 낮았다. 

농촌 지역 조사에서도 장·노년층을 조사했을 때와 매우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농어민의 스마트폰 이용률은 1.0%로 장·노년층의 이용률과 같았다. 농어민이 스마트폰을 이용하지 않는 주된 이유 역시 ‘스마트폰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몰라서’(39.6%)와 ‘구입비 및 이용 비용의 부담’(26.3%)이 가장 많게 나타났다. 스마트폰 용도를 인지하고 있는지 묻는 항목에서도 ‘인지하고 있다’라는 답변이 27.0%(자세히 알고 있음 5.9%, 조금 알고 있음 21.1%)로 전체 국민의 인지율(70.2%)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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