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상가·토지로 눈 돌려라”
  • 이은지 (lej81@sisapress.com)
  • 승인 2011.04.11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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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석 신한은행 지점장이 들려주는 ‘강남 부자’ 투자 비법 / “아파트로 돈 버는 시대 지났다”

“금융 위기 이후 꺼져 있던 부동산 시장이 조만간 활화산으로 다시 살아날 징후가 뚜렷하다.” 국내 최초 ‘프라이빗뱅커(PB) 겸 부동산 전문가 1호’인 고준석 신한은행 갤러리아팰리스지점장은 다시 부동산 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할 때라고 말한다. 정부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부활시켰지만 실수요자에 대해서는 제재 조치를 완화해 강남 3구 지역은 물론 경기나 인천 지역의 DTI 한도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취·등록세 완화도 거래 활성화에 한몫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고 그는 모든 부동산이 오르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부동산으로 부자가 된 이들은 언제 사야 할지를 고민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무엇을 사야 할지를 두고 철저하게 따졌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고지점장은 “부동산 투자를 할 때 원칙에 충실한 이들만 부자가 될 수 있다. 처음부터 돈이 많아서 부자가 되었다는 것 또한 잘못된 생각이다. 10원 하나 허투루 쓰지 않고 철저하게 공부한 뒤에 부동산 투자에 나서 수백억 원대의 자산가로 거듭난 이들이 우리 주위에 의외로 많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런 그가 지난 10년 동안 상담한 이들 가운데 부동산으로 부자가 된 50명의 사례를 모아 최근 <강남 부자들>이라는 책을 펴냈다. 출간 1주일 만에 1만부가 팔릴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4월5일, 신한은행 갤러리아팰리스지점에서 그를 만나 강남 부자로 거듭날 수 있는 부동산 투자 비법에 대해 들어보았다. 

▲ 고준석 신한은행 갤러리아팰리스지점장 ⓒ시사저널 유장훈

최적 투자 시점 알려면 전세 시장 주시해야

고지점장은 아파트로 돈을 버는 시대는 지나갔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그는 “한강변에 있는 저층 아파트 일부를 제외하고는 크게 돈을 벌 수 있는 곳이 없다”라고 단언했다. 투자 금액에 따라 투자 대상도 달라진다. 자금이 3억원 정도라면 서울 서초구 잠원동 한신8차·10차아파트와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소형 평수를 노려볼 만하다. 5억원이라면 서울 서초구 잠원동 한신2차아파트와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아파트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10억원으로 자금에 여유가 있다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아파트 72.7㎡(22평형)를 전세금을 끼고 살 수 있다. 그가 전하는 노하우 하나. 부자들은 자기 자금만 가지고 투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부자들은 이자 비용이 없는 전세금을 투자 자금으로 최대한 활용한다. 전세 시장을 주시하게 되면 투자 시점을 알아낼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라고 말했다. 최적의 투자 시점은 매매 시세 대비 전세가가 50%를 넘어서 60%에 근접할 때라고 한다. 고지점장은 전세시장이 들썩인다는 것은 한동안 매매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아 가격이 다소 떨어져 있다는 방증이므로 이때 투자에 나서라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아파트는 매물이 적어 투자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다. 다소 어렵고 투자 위험이 있더라도 토지와 상가로 눈을 돌리는 이들이 많은 이유이다. 부자들이 선호하는 상가가 따로 있을까. 그는 “부자들은 임대 수익보다는 땅값 상승으로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는 상가에 투자한다. 대단위 배후 상권이 있는 택지 지구 내 근린상가나 복합테마상가가 유망한 투자처이다”라고 지목했다.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상가는 주택과 대학 상권이 혼재되어 있는 지역으로 경희대 상권이 대표적이다. 오래된 대학가 상권인 신촌의 연세대와 이화여대, 홍익대 앞 상권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절대 투자하지 말아야 하는 곳도 있다. 주상복합상가나 대형 쇼핑몰, 테마 상가, 재래시장 상가는 되도록 피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토지는 상가보다 투자 위험이 더욱 크다. 등기부등본은 물론 토지 이용 계획 확인서, 토지 대장, 지적도 등을 꼼꼼히 챙겨보아야 한다. 등기부에 공시되지 않는 관습법상 법정 지상권이나 점유 취득 시효(타인의 재산을 일정 기간 점유해 사실상 행사하는 자에게 권리를 취득하게 하는 제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현장에 직접 찾아가 확인해보는 것 또한 필요하다. 과정이 복잡하고 챙겨보아야 할 것이 많은 만큼 전문가의 도움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그는 조언한다. 최근 그가 주목하는 토지는 충북 음성과 진천 지역이다. 서울과 비교적 가까워 물류 창고를 짓기에 안성맞춤이다. 그는 “공장이 많이 들어서고 일자리가 많아질 땅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원주택단지로는 공장이 거의 없는 청정 지역인 경기도 양평과 강원도 횡성 지역이 적합하다. 토지를 볼 때 도로 옆에 붙어 있는 땅이라고 무조건 사서는 안 된다. 토지 이용 계획 확인서를 떼 앞으로 어떻게 개발되는지 따져보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고지점장이 상담한 수천 명의 고객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부자는 실패에 집착하지 않는 통 큰 투자가인 이 아무개씨(55)라고 한다. 재미동포인 이씨는 친구의 말만 믿고 10억원을 투자해 경기도 포천 임야를 구입했다. 10년이 흘러도 땅값이 오르지 않자 그를 찾아왔다고 한다. 알아본 결과 그 땅은 개발 제한 구역과 동시에 군사 보호 구역으로 묶여 있어 100년이 지나도 가격이 오르지 않을 곳이었다. 이씨는 고민 끝에 그 땅을 과감히 팔았다. 11년 동안 10억원을 투자해서 번 수익은 고작 5천만원이었다. 그러나 이씨는 좌절하기는커녕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강남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는 4층짜리 상가 건물을 사들였다. 25억원에 매입한 이 건물은 현재 80억원까지 뛰어올랐다. 매월 3천만원의 임대 수익은 덤이다. 고지점장은 “부동산 투자에 실패한 대부분의 사람은 부동산을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러나 투자에 성공한 이들은 실패의 경험을 성공의 밑거름으로 삼는다는 공통점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부동산만 알아선 안 되고, 시대 흐름 읽어야

ⓒ시사저널 유장훈

부동산 전문가인 고지점장조차 부동산으로 돈을 버는 것은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부동산에만 관심을 가져서도 안 된다. 거시 경제 지표는 몰론이고 부동산 정책을 비롯해 조세 정책, 돈의 흐름, 시중 금리와 전세 시장의 동향 등을 통합적으로 꿰고 있어야 본능적으로 투자 기회를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강남 부자들은 세금을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세무 관련 세미나를 찾아다니는 것은 기본이다. 부동 자금의 움직임과 정책의 변화를 예의 주시하며 부동산 시장에 미칠 파장을 미리 예상한다. 미래를 내다보고 먼저 움직이기 때문에 이들은 부자가 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수많은 고객을 강남 부자로 만들어주는 그이지만 정작 부동산 컨설팅 비용을 한 푼도 받지 않았다. 고지점장은 직접 투자를 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다만 은퇴 자금으로 강남의 작은 아파트 한 채를 사둔 것이 전부이다. 그는 “많은 사람이 나를 멘토로 삼아서 부자가 되었으면 한다. 나를 많이 활용해달라”라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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