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작스런 죽음 통해 가족의 이별과 성장 그린 ‘감동 드라마’
  • 이지선│영화평론가 ()
  • 승인 2011.04.18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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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일의 리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준비되지 못한 이별은 고통스럽기 마련이다. 하물며 그것이 가족의 경우라면 고통은 배가된다. 민규동 감독의 신작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제목 그대로 ‘헤어짐’, 특히 준비된 적이 없는 가족의 이별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이다. 평범한 가정의 며느리이자 아내이자 엄마였던 인희(배종옥)는 어느 날 말기 암 진단을 받는다. 남편(김갑수)은 어떻게든 그녀를 살려보려고 동분서주하지만, 남은 것은 예정된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뿐이다.

영화는 노희경 작가의 동명 원작 드라마가 그랬던 것처럼 죽음이라는 소재를 이용해 평범해 보이는 가족의 일상에 균열을 기도한다. 그리고 그 균열을 통해 서로에게 무심하던 가족이 서로에 대한 지극한 애정을 확인하는 과정을 그려낸다.

민규동 감독은 원작의 뼈대 위에 밝은 화면 톤과 꽃, 달팽이 등의 CG, 약간의 코믹 터치를 더해 이야기에 생기를 입혔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가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소재가 소재이니만큼, ‘폭풍 눈물’은 피할 수 없다. 영화는 소재적 한계를 피하지 않고 그대로 돌파한다. 피를 토하던 인희가 ‘나 죽나 봐’ 하며 남편을 잡고 오열할 때, 인희의 남편이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방에 가두고 문에 못질을 할 때, 인희의 망나니 동생이 ‘누나가 좋아한다’라며 호두과자를 내밀 때, 그리고 인희가 시어머니를 향해 ‘같이 죽자’라고 말할 때, 영화는 눈물을 향해 거침없이 돌진한다. 누군가에게는 감동적인 순간이지만, 또 그 때문에 흔하디흔한 신파극이라는 평가에 직면할 수도 있다.

다행히도 감독은 영화를 신파의 늪에 빠뜨린 채 허우적대는 길을 피했다. 일상적인 가족의 풍경을 이야기의 중심에 두고 각자의 사정을 차곡차곡 담아가는 감독의 전략은 꽤 유효하다. 영화의 시작과 끝을 장식한 공들인 롱테이크 장면은 특히 돋보인다. 치매 노인과 가족 간의 실랑이, 철없는 아들의 여자친구 걱정 등으로 웃을 수 있는 순간을 배려한 각본도 영리하다. 소재와 이야기의 익숙함을 지워내는 배우들의 열연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배종옥, 김갑수, 김지영 등 베테랑 연기자가 감독이 그린 이별의 풍경에 온기를 불어넣었다. 눈물이 필요한 관객이라면 좋은 선택이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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