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부 폐지안에 국회도 ‘양 갈래’
  • 조현주 기자 (cho@sisapress.com)
  • 승인 2011.04.25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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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제도개혁특위 내부 찬반 인터뷰 / 박영선,“시대 소명 다해” 찬성…손범규, “정파적 의도” 반대

대한민국을 쥐락펴락했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지금 ‘존폐 논란’에 휩싸여 있다. 지난 4월20일에 열린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전체회의에서는 대검 중수부의 직접 수사권 폐지와 특별수사청의 설치, 대법관 증원 등의 개혁안을 두고 여야 의원들의 견해가 팽팽히 맞섰다. 역시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대검 중수부 폐지안이었다. 소속 정당뿐만 아니라 법조계·비법조계 출신 여부에 따라 특위 소속 의원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했다.

<시사저널>은 ‘대검 중수부 폐지안’을 놓고 팽팽하게 찬반으로 맞서고 있는 사개특위 소속 박영선(민주당) 의원과 손범규(한나라당) 의원을 상대로 4월21일 국회에서 직격 인터뷰를 가졌다.

▒ 박영선 민주당 의원

▲ 박영선 민주당 의원 ⓒ시사저널 윤성호

사개특위에서 내놓은 중수부 폐지안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이번 검찰 개혁의 핵심은 특별수사청 설치를 통한 수사권의 이원화에 있다. 사실 대검 중수부 폐지는 특별수사청 설치에 뒤따르는 부수적인 사안이다. 그럼에도 중수부 폐지안만 부각되고 있는 것은 검찰이 유독 이 문제를 가지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왜 유독 중수부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고 보는가?

특별수사청 설치를 저지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부차적인 중수부 폐지 카드부터 차단해서 특별수사청의 신설도 함께 차단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중수부 폐지를 주장하는가?

검찰은 그동안 자신들의 실적을 내세우며 중수부를 폐지할 경우 부패 수사 기능이 약화될 것을 우려한다. 하지만 중수부가 현 정권에서 부패 수사와 관련해 얼마나 실적을 냈는지 의문이다. 현 정권에 들어와서 검찰의 대표적인 사건들이라는 것이 민간인 사찰 수사, 한상률 전 국세청장 수사, 한명숙 전 총리 수사 등 국민적 의혹만 남긴 것뿐이다. 중수부는 이미 시대적 소명을 다했다. 게다가 검찰총장에게 수사 지휘를 직접적으로 받는 친위부대나 다름없는 중수부의 존재는 선진국형 모델로 볼 수 없다. 일본만 해도 우리나라의 중수부 역할을 도쿄 지검 특수부가 맡고 있다.

검찰에서도 수사 방식의 조정은 필요하다고 인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회에도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의견서는 참고 자료로 받은 것이기 때문에 일단 그 부분에 대해서는 비공개하기로 했다. 어쨌든 국회가 추진하는 개혁의 방향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검찰은 지금까지 사개특위의 모든 사안에 반대했었다. 마치 치외법권에 있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이번에 제출한 의견서에는 초기의 반대 의견에서 한 단계 진보한 안이 들어와 있기는 하지만, 아직 국회가 추구하는 검찰 개혁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어떤 점에서 그러한가?

결국 현 시스템에 안주하고자 하는 것이다.

검찰측에서 이번 개혁안을 무마시키기 위해 정치권을 상대로 상당한 로비를 하고 있다고 하던데.

실제로 의원들이나 국회에 드나드는 기자들을 상대로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검사가 많다고 들었다. 나에게도 관련해서 전화 등이 오기도 했는데, 어떤 식으로 의견을 개진한다 하더라도 결국 로비성이라는 의혹을 살 만하지 않겠나. 

검찰 개혁의 필요성과 이를 위한 현실적인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사개특위에서 한 위원이 “모든 국민이 검찰 개혁을 바라고 있는데 검찰만 모르는 것이 아닌가”라는 이야기를 했었다. 나 역시 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다. 검찰 개혁을 위한 방안으로 개인적으로 중수부를 폐지하고 특별수사청을 만들어 여기에 중수부 기능을 주어서 수사권을 이원화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수사권이 이원화된 대표적인 나라가 미국과 싱가포르이다. 이 두 나라는 고위 공직자들의 청렴도가 매우 높은 나라이다. 수사권 이원화에 대해 검찰은 마치 자신들의 성역이 무너지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이로써 부패가 줄어들고 사회 지도층의 청렴도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 손범규 한나라당 의원

▲ 손범규 한나라당 의원 ⓒ손범규 의원

이번 국회 사개특위에서 내놓은 대검 중수부 폐지안에 대해서 어떻게 보고 있나?

그동안 한나라당 의원들은 ‘대검 중수부 폐지’에 반대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개특위 6인 소위에서 합의를 거쳐 중수부 폐지안을 들고 나왔기 때문에 이를 정면으로 무시하기가 좀 어려운 상황이다. 기존의 입장을 유지하면 자칫 한나라당이 검찰의 대변인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식의 불안감마저 자리 잡았다. 나 역시 중수부 폐지안에 반대하지만, 설사 합의안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특별수사청 설치’에는 적극 반대하는 입장이다.

중수부 폐지안에 대해서는 왜 반대하는가?

그동안 대검 중수부는 재벌이라든지 권력 실세층의 비리를 파헤치는 역할을 맡아왔다. 현재 사개특위에서는 거악(巨惡)을 수사하는 대검 중수부의 기능을 서울중앙지검 등 일선 검찰청의 특수부가 대체하면 된다고 보는 것인데, 과연 이것이 어느 정도 실효가 있을지 의문이다. 대검도 잡지 못한 비리를 지방검찰청급에서 잡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 우선 중수부를 폐지하려는 의도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

중수부를 폐지하려는 의도라고 한다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가?

중수부 폐지안을 주장하는 특정 세력(야당 등)의 정파적 의도가 마땅치 않은 부분이다. 민주당에서는 중수부를 폐지하고 특별수사청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야당의 의도는 국회가 주무르다시피 하는 특별수사청을 만들어 향후 생길 불안감에서 해방되고자 하는 것이나 다름없지 않나.

중수부 폐지는 6인 소위에서 합의한 내용이라 인정을 한다고 하면서도 특별수사청 설치는 계속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특별수사청을 두어 집중적으로 수사하겠다는 대상이 누구인 줄 아는가. 바로 재벌, 판사, 검사, 국회의원이다. ‘특별수사청’ 설치는 쉽게 말해 ‘특정 신분’을 가진 사람의 수사를 전담하는 검사를 두겠다는 뜻이다. 신분을 카테고리화해서 하나의 국가에 두 개의 검찰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신분을 매개로 한 새로운 검찰을 만들려는 의도를 모르겠다. 만약 특별수사청을 설치한다면 기존의 검찰의 역할은 과연 무엇이라고 보아야 하나. 게다가 특별수사청을 설치하면 또 이에 맞는 특수 법원을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이런 식으로 국가의 기관이 하나 둘 분할된다는 것은 국가 조직 원리에도 맞지 않다.

검찰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동의하는가?

검찰 개혁은 필요하다. 중수부 폐지안이 나오게 된 근원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자는 데 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살리기 위한 방안을 더욱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인가.

현 상황에서 바람직한 개혁 방안은 검찰시민위원회를 만드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이라고 할 만한 요건을 갖추었다면, 검사가 기소하지 않더라도 시민위원회가 발동해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검찰시민위원회가 검찰권을 통제하는 식의 개선책에는 이미 대다수 의원이 합의를 본 상태이다. 또한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지 않는 특임검사라는 대안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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