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부 폐지안’ 놓고 검찰, 둘로 갈렸다
  • 김지영 (young@sisapress.com)
  • 승인 2011.04.25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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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부들은 대체로 존속해야 한다는 입장 일선 검사들 중에는 “폐지 찬성” 적지 않아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의 법원·검찰 개혁 논의가 난항을 겪고 있다. 한 발짝도 제대로 나가지 못한 채 헛바퀴만 돌고 있다. 4월20일 사개특위 전체 회의에서 판·검사 퇴직자의 전관예우 금지 등 변호사법 개정안을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이 고작이다.

문제는 법원·검찰 개혁안이다. 최대 쟁점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수사 기능 폐지와 대법관 증원, 판·검사와 국회의원 비리 수사를 위한 ‘특별수사청’ 신설 안 등은 결국 6월 임시국회로 넘어갔다. 지난해 3월 출범한 사개특위 활동 시한은 6월까지로 이제 불과 두 달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사법 개혁의 핵심인 법원·검찰 개혁안은 제대로 ‘손’도 못 대는 실정이다. 이렇게 된 것은 여러 복합적인 요인들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검찰과 법원의 반발이 워낙 강하다. 여기에 여야의 정파적 계산과 법조계 출신 일부 의원들의 ‘친정 감싸기’까지 겹쳐 있다. 한마디로 풀기 어려운 복잡한 함수 문제이다. 특히 대법관 증원과 특별수사청 설치 문제는 여야 의원들 간에도 확연한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어 처리 과정이 순탄치 않아 보인다.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 “법원·검찰 개혁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이 아니냐”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지난 4월20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이주영 위원장이 전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시사저널 유장훈

겉으로는 조직 ‘전체’가 반대 입장으로 보여

하지만 대검 중수부 폐지안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이다. 사개특위 소속 의원들 사이에서도 격론이 벌어졌다. 4월20일 전체 회의에서도 중수부 폐지 의견이 강한 가운데, 일부 반대 목소리도 나왔다.

검찰의 반발 역시 거세다. 한 치도 물러날 태세가 아니다. 사개특위의 검찰 개혁안이 처음 공개된 지난 3월, 김준규 검찰총장은 수뇌부 회의 석상에서 정치권에 대해 강한 불만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4월2일 ‘전국 검사장 워크숍’에서도 검찰 개혁안을 수용하는 것이 불가하다는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기자와 4월 초에 만난 한 부장검사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 수사 기능을 빼서 ‘대검찰청 중앙부’로 만들겠다는 것인가, 뭔가. 도대체 (사개특위가) 무엇을 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라고 성토했다. 대검 간부들이 사개특위 소속 의원들을 직접 만나 로비를 벌인 정황도 곳곳에서 포착되었다.

<시사저널>은 검찰의 명확한 입장을 듣기 위해 대검 대변인실을 비롯해 검찰 고위 간부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하지만 모두 거절했다. 서인선 대검 부대변인은 4월20일 “국회 쪽에서 아직 중수부 폐지에 대한 의견을 뚜렷하게 제시하지 않은 상황에서 대검이 먼저 나서서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면서도 “중수부 폐지안에 대해서는 여전히 반대하는 입장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검찰 수뇌부를 비롯한 상당수 간부들은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10년차 이하 일선 평검사들을 비롯한 검찰 내부의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사개특위 소속 한 의원은 4월19일 기자에게 “중수부 폐지안에 대해 검찰 간부들과 일선 검사들의 생각이 어떻게 다른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간부들은 대체로 중수부가 존속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선 검사들은 내심 중수부가 폐지되기를 기대하는 눈치이다. 대신 (평검사) 자신들의 수사권을 더 강화시켜 주기를 바라는 분위기이다”라고 전했다. 겉으로는 검찰 조직 ‘전체’가 중수부 폐지를 반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으로 들어가보면 중수부 폐지안에 대해 찬성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중수부는 출세의 가교 역할해왔다” 비판도

실제로 기자가 4월20일과 21일 이틀 동안 전화 통화를 했던 평검사 세 명 모두가 중수부 폐지안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4년차인 평검사는 “중수부보다는 특수부를 강화해서 거기서 철저히 수사하면 된다. 일본의 경우 특수부에서 수사를 한다고 하면 국민들이 일단 믿는 분위기가 강하다. 우리도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중수부가 큰 사건을 ‘독식’하면서 일선 수사 검사들이 큰 사건 수사를 경험할 수 없는 것은 큰 문제이다”라고 지적했다. 수도권에 있는 한 지방검찰청의 검사는 “중수부는 ‘옥상옥(屋上屋)’이다. 검찰 조직은 크게 수사와 행정으로 나누면 된다. 검사는 수사하고, 부서장은 행정 관리만 하면 된다. 일선 검사가 주체가 되어 수사를 해야 하는데 중수부에서 이래라저래라 지시하면 어느 누가 좋아하겠는가”라고 말했다.

검찰 수뇌부에서도 이같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있는 듯하다. 4월20일 만난 검찰의 핵심 간부는 “일선 검사들이 중수부 폐지에 찬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간부는 사개특위의 검찰 개혁안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라며 입을 닫았다.

검찰 간부 가운데서도 중수부 폐지에 찬성하는 목소리가 일부 있다. 서울의 한 부장검사는 “그동안 중수부는 출세의 징검다리 역할을 해왔다. (수사 과정에서) 거물급 인사들을 만나고, 나중에는 검찰의 또 다른 요직으로 인사 발령이 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거기(중수부)에 가지 못하면 (검찰 요직 인사에서) 배제되는 식이었다”라고 말했다.

‘검사 동일체 원칙’이 엄연한 검찰이지만, 중수부 폐지안에 대한 견해만큼은 이처럼 ‘위’ ‘아래’가 동일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평검사들이 ‘공개적으로’ 중수부 폐지안에 찬성하는 입장을 표명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결국, 정치권과 검찰 수뇌부의 샅바 싸움에서 누가 이기느냐에 따라 중수부 존폐 여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특별수사청’에 대한 정치권의 ‘꼼수’

지난 3월 사개특위 6인 소위원회에서 판·검사 비리 수사를 위한 특별수사청 설치안을 내놓자 법조계가 발칵 뒤집혔다. “입법부(국회)가 사법부에 족쇄를 채우려고 한다”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특별수사청 설치에 대한 여론도 그리 좋지 않았다. 그러자 사개특위는 특별수사청 수사 대상에 국회의원 자신들도 포함시키는 안을 ‘선심’ 쓰듯 다시 내놓았다. 사개특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같은 특별수사청 신설에 찬성하는 반면 한나라당 의원 대부분은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의원들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대체로 특별수사청 신설을 은근히 바라는 눈치이다. 사개특위 소속의 한 의원은 “국회의원에 대한 비리 제보는 경찰, 검찰 등으로 분산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수사 기관에서, 누가 수사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특별수사청이 신설되면 국회의원 비리 제보가 그곳으로 집중될 것이다. 의원 입장에서는 특별수사청의 동향만 예의 주시하면 된다. 그곳만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면 어떤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게 된다. 어떻게 보면 의원들에게는 편리하고 유리한 조직이 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특별수사청 신설을 놓고 정치권의 ‘꼼수’가 또 한 번 읽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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