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은 관우, 캐릭터는 조조, 로맨스는 무리수
  • 이지선│영화평론가 ()
  • 승인 2011.05.15 20:3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주일의 리뷰 <삼국지: 명장 관우>

 

ⓒ NEW 제공

<무간도>로 세계에 이름을 알린 맥조휘와 장문강이 함께 쓰고 연출한 <삼국지: 명장 관우>는 하비성 전투 이후의 관우(견자단)와 조조(강문)를 그린 영화이다. 관우의 장례식으로 시작한 영화는 20년 전으로 돌아가 조조의 휘하에 있던 관우가 ‘오관참육장’을 통해 유비에게 돌아가는 여정을 담아낸다. 그 과정에 섞여 들어간 로맨스와 음모, 배신은 일견 그럴싸하지만 새로운 만큼 낯선 이질감을 선사한다. 

기존의 관우 이미지와는 큰 차이가 있지만 현존 최고의 액션 배우라 불리는 견자단이 출연하는 만큼 액션 장면은 볼거리로 가득하다. 공성전, 마상 대결, 창검술 등 다양한 액션 장면이 인상적이며 청룡언월도를 휘두르는 견자단의 몸 연기는 장쾌하기 그지없다. 좁은 골목을 십분 활용한 동령관의 격돌은 그중에서도 일품이다. 두 개의 긴 창이 부딪으며 내는 소리만큼이나 격렬하고 박진감 넘친다. 닫힌 문을 통해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한 사수관 장면이나 안량과의 마상 전투 장면 또한 흥미롭다.

두 감독은 전작에서처럼 적도 아군도 될 수 없었던 두 남자의 이야기를 삼국지의 세계를 배경으로 펼친다. 지략가로 알려진 조조에게 덕장의 풍모를 더하고, 충의에 빛나던 무신 관우에게 인간미와 함께 로맨스를 부여해 이야기에 새로운 살을 붙였다. 로맨티스트 관우, 심지어 그 애정의 대상이 유비의 첩이니 원작의 팬이라면 기절초풍할 설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설정을 넘어서는 문제는 영화 속의 명장이 관우가 아니라 조조라는 점이다. 인간적인 매력을 부각시키다 보니 뜻을 품은 무장 관우의 모습은 퇴색되었다. 아무리 화려한 액션을 펼쳐 보인다 해도 이상만 되뇔 뿐 현실 감각은 부족한 관우에 비해, 목적을 위해서라면 희생을 마다않는 냉철함에 적수조차 인정하고 포용하는 관대함까지 모두 갖춘 조조는 상대적으로 우월한 인물로 보인다. 영화의 시작과 끝이 모두 조조의 말로 채워져 있는 것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관우를 일컬어 ‘양의 마음을 지닌 늑대’라 칭하더니 ‘나는 양이라 한 적 없다’라는 조조의 자기 표명으로 마무리되는 결말. 강문의 연기마저 압도적이다. 이래서는 제목에 ‘명장 관우’를 붙이기 미안하지 않겠나.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