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저승사자’ 패혈증 경보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11.05.29 11:1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균이 혈관 타고 돌아다니며 염증 일으키는 병…혈액 응고·장기 기능 장애 등으로 사망할 수도
▲ 패혈증은 혈액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환자의 혈액에서 세균을 분리해 배양한 뒤 세균 감염 여부를 확인한다. ⓒ시사저널 박은숙

 김학원 전 국회의원이 지난 5월22일 향년 64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상당히 진행된 패혈증이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의원은 지난 4월18일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서울 신촌에 있는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한 뒤 한 달만에 숨을 거두었다. 병원에 도착할 때부터 정신을 잃은 상태였던 김의원은 결국 깨어나지 못했다. 지난 5월24일에는 논산 육군훈련소 소속 훈련병이 패혈증에 의한 호흡 곤란으로 사망했다. 부검 결과 뇌수막염을 앓고 있던 훈련병은 합병증으로 패혈증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월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된 삼호주얼리호 구출 작전에서 총상을 입었던 석해균 선장도 외상 부위에 감염이 크게 번지면서 패혈증으로 인해 위독한 상태를 경험했다.

패혈증이란, 사람이 미생물에 감염되어 몸 전체에 염증이 생기는 상태를 말한다. 대장균, 폐렴균, 포도상 구균, 진균 등 다양한 병원균이 상처 부위를 통해 신체로 침투한다. 사랑니를 뽑거나 긁혀서 생긴 상처를 통해서도 세균에 감염될 수 있다. 패혈증 원인 중 절반은 폐렴이지만, 중이염·충치·골수염·폐질환·뇌막염·복막염 등의 합병증으로 패혈증이 발병하기도 한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신체로 들어온 미생물이 혈관을 타고 온몸을 돌아다니면서 증식한다. 이 과정에서 세균이 독소를 내뿜기도 하고 간이나 폐 등 특정 장기에 붙어 염증을 일으킨다. 쇼크를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도 한다. 감염 질환 전문가인 이환종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패혈증은 감기처럼 흔하게 발생하지는 않지만, 치사율이 높아 주의를 요한다. 패혈증이 무서운 이유는 혈액이 굳어버리거나 갑자기 장기 기능에 장애가 생겨 생명이 위독해지기 때문이다. 심하면 불과 몇 시간 내에 사망할 수도 있다. 한 달 정도 병원에 입원할 정도라면 패혈증이 상당히 진행되었을 수 있다”라며 패혈증에 대한 경각심을 강조했다.

패혈증은 치사율이 약 40%에 이른다. 한번쯤 들어본 비브리오 패혈증은 환자 두 명 중 한 명이 사망할 정도로 독하다. 그러나 증상은 감기와 비슷한 탓에 대수롭지 않게 여겨 치료 시기를 놓치기 십상이다. 주요 증상은 오한과 함께 38° 이상 고열이 발생한다. 반대로 36° 이하로 떨어지기도 한다. 분당 호흡수가 24회 이상으로 가빠지기도 하고, 관절통, 두통, 구토, 설사, 장 마비 증세도 나타난다. 심하면 시간, 장소, 사람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정신 착란과 같은 신경계 장애도 발생한다. 혈압이 떨어지면서 말초혈관에 피가 전달되지 않아 피부가 시퍼렇게 보이기도 한다. 전문의들은 콧물, 기침 없이 고열 증세가 나타나면 병원(감염내과,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받을 것을 권한다. 패혈증은 증세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병원에서도 혈액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환자에게서 채취한 혈액에서 세균을 분리해 배양한 후 세균 감염 여부를 확인한다. 또 의사는 환자의 체온, 맥박 수, 호흡 수, 혈압, 혈액내 백혈구와 혈소판 수치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확진한다.

면역력과 관계 깊어 체력 보강 신경 써야

현재로서는 특효약이 없다. 세균 감염 여부와 감염 부위를 확인한 후에 페니실린 등 항생제를 투여한다. 패혈증으로 인해 장기에 고름이 찰 수 있고, 세포가 죽거나, 수혈이 필요할 때도 있으므로 적절한 보조 치료도 받아야 한다.

똑 소리 나는 예방법도 없다. 다만 면역력과 관계가 깊은 만큼 평소 체력을 길러두는 것이 패혈증을 예방하는 첫걸음이다. 같은 세균에 감염되어도 건강한 사람보다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에게서 패혈증이 잘 발생한다. 노약자, 암 환자, 면역질환 환자 등이 면역력이 약하다. 손발을 깨끗하게 씻어 세균 감염률을 낮추고, 상처가 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또 끼니를 거르지 않고, 잠을 충분히 자고, 운동으로 건강한 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면역력이 약한 신생아도 패혈증에 걸릴 위험이 크다. 1천명 중 세 명 정도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는 말로 표현을 하지 못하므로 증상을 보이면 병원으로 달려가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가 처지거나 잘 먹지 않고, 구토나 설사, 복부 팽만, 호흡 곤란, 발열 등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건강한 사람이라도 수온이 올라가는 여름철에는 비브리오균에 의해 발병하는 패혈증을 조심해야 한다. 지난해 발생한 비브리오 패혈증 73건 중 54건이 7~9월에 발생했다.

낚시터, 해안가, 갯벌에서 잡은 어패류를 손질하지 말아야 한다. 조개 껍데기나 생선 지느러미 등에 의해 상처가 날 수 있다. 그 상처가 어패류나 오염된 바닷물 등에 접촉하면서 세균에 감염된다. 비브리오는 1~2일의 잠복기를 거쳐 급성 발열, 오한, 혈압 저하, 복통, 구토, 설사 증상을 보인다. 그 이후에는 출혈, 홍반, 물집 등이 생기며 하반신에 발진, 부종, 물집, 괴사가 진행되기도 한다.

이환종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간질환, 당뇨, 신부전, 알코올 중독자 등은 어패류를 60℃ 이상 온도에서 익혀서 섭취해야 한다. 건강한 사람은 면역력이 좋아서 세균이 들어와도 이겨내지만 허약한 사람은 쉽게 감염되어 패혈증으로 발전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라고 당부했다. 올해 첫 패혈증 의심 환자가 전라도에서 지난해보다 열흘 앞서 발생하자 충청북도, 고성군, 진주시 등 지방자치단체들은 여름철을 앞두고 비브리오 패혈증 주의보를 내렸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