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는 ‘이미지’보다 ‘능력’이다
  • 한순구 /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
  • 승인 2011.07.05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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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의 지도자들은 대개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한 부류의 지도자는 강력한 카리스마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능력을 지닌 정치형 지도자이다. 다른 부류의 지도자는 조용하지만 어느새 일들을 척척 처리해내는 능률적이고 업무 중심적인 행정형 지도자이다.

어떤 조직에 신입사원들이 들어와서 몇 년을 일하다 보면 남보다 돋보이는 업무 능력을 가진 사람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이런 사람이 조직의 다른 사람들이나 다른 전문가들에 의해 인정받아서 지도자로 성장하는 것이다. 이때 이 사람의 우수한 업무 처리 능력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은 무지한 일반인이 아니라 같은 업무에 종사하는 일종의 전문가 집단이기 쉽다. 

반면 정치형 지도자는 일상적인 상황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유형이 아니다. 하지만 조직에 위기가 닥치면 우왕좌왕하고 좌절하는 조직원들을 강력한 리더십으로 이끌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 이끌고 가는 능력이 있다. 이런 정치형 지도자는 오랜 시간에 걸쳐 검증에 의해 나타나기보다는 위기의 순간에 혜성처럼 출현하는 경우가 많다. 위기에 엄청난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을 위기가 없는 평화로운 시대에 알아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제 내년이면 국민의 대표를 뽑는 총선과 나라의 지도자를 뽑는 대선이 실시된다. 과연 우리는 어떤 유형의 지도자를 뽑아왔는가? 사실 최근의 선거들에서 뽑히고 있는 후보들을 보면 행정적 능력을 지닌 사람보다는 정치적인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많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나 일반 국민들이 직접 선거로 뽑다 보니 후보들의 능력을 오랫동안 검증할 시간과 전문성을 갖지 못한 상황에서 파생적인 모습에 반해 지도자를 뽑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 문제인 것은 사실인지 확인되지도 않은 소문 때문에 당락이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위기 극복의 정치적 리더십은 분명히 국가의 지도자가 갖춰야 하는 덕목이다. 또 가볍게 생각하면 최근 우리들의 지도자들이 방송에 나와 토론을 하거나 연설을 할 때 듣고 있으면 왠지 즐겁고 마치 흥미로운 쇼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드는데, 국민을 이끄는 지도자로서 이렇게 국민들에게 호감을 주는 일종의 쇼맨십도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우리의 정치는 진정한 능력은 검증하지 못한 채 너무도 순간적이고 찰나적인 정치적 리더십에만 치우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문제는 이처럼 정치적인 유형의 지도자들은 자신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끊임없이 정치적인 쇼를 하고 또는 스스로라도 자신이 나설 수 있는 위기 상황을 만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정치 현실은 매일같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상황으로 나가고 있는 것일 수 있다.

우리 국민이 정치인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정책과 경력을 살펴본다면, 잠시 눈에 보이는 정치적인 쇼 뒤에 있는 그들의 행정적인 능력도 어느 정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국민들이 이렇게 검증을 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도 필요하다.

이제 우리 국민은 내년의 선거가 한참 멀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지금부터 거론되는 후보들에 대해 그들의 이미지가 아닌 능력을 살펴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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