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대의’찾기
  • 김재태 편집부국장 (jaitai@sisapress.com)
  • 승인 2011.07.05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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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쯤엔가 한 선배가 터무니없이 소송에 걸린 한 기사와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고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평소에 쾌활하던 그는 그날 이후 내내 침울했습니다. 분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지 가끔씩 괴성을 질러대기도 했습니다. 이유를 물었더니 불쑥 이런 말을 했습니다. “검찰은 정말 갈 데가 아니더라.” 그 한마디로 그가 겪었을 고초가 다 그려지고도 남았습니다. 오래전의 일이니 요즈음의 검찰 조사 모습은 그때와는 사뭇 달라져 있을 것입니다. 국민의 편에 서는 검찰이 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으니 그렇게 믿어야겠지요.

그런 검찰이 최근 ‘검찰·경찰의 수사권 조정’ 문제로 정치권과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수사권 조정 문제에 반발해 고위급 검사들이 집단으로 사표를 내면서 마찰음이 더욱 커졌습니다. 그같은 검찰의 집단 행동에 여당측은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냈고, 검찰과 정치권 사이의 기류는 냉랭합니다. 수사권 조정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지난 6월30일 압도적인 찬성률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그동안 숱하게 불거져왔던 검찰과 경찰 간의 수사권 갈등이 이제야 해결의 물꼬를 튼 셈입니다.

이번에 검사장급 등 검찰 고위 인사들이 집단으로 사표를 내며 반발하고 나선 이유는 국회 처리 과정에서 사개특위의 당초 합의안이 변경되었다는 점 때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유와 명분을 떠나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은 듯합니다. 이 사태를 궁극적으로 조직의 이익 지키기, 즉 ‘밥그릇 싸움’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기 때문입니다. ‘검사들이야 변호사 개업을 할 수 있으니 밥줄이 끊기는 것도 아닌데, 뭘’ 하며 냉소하는 사람들까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직업적 이해에 따라 갈등과 마찰을 빚는 집단은 검·경 말고도 또 있습니다. 의약품 처방·판매를 둘러싸고 티격태격하는 의사와 약사가 그들입니다. 약사들은 일부 의약품의 슈퍼 판매 추진에 강하게 반발했고, 의사들은 일부 의약품을 병원 내에서 제조·판매할 수 있게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공교롭게도 최근에 집단적인 움직임을 보이며 자신들의 입장을 강하게 드러낸 사람들은 모두 ‘사’자 돌림의 직업인들입니다. 물론 검사(檢事)와 의사(醫師)·약사(藥師)의 ‘사’자는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결혼 상대를 구할 때 여전히 최고의 배우자감으로 꼽히는 직업인이고, 전문직으로서 대우받는 집단이라는 점에서는 똑같습니다. 직업 명칭에 ‘스승 師’가 들어 있는 데서 알 수 있듯, 종종 사회 지도층으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그들이 평소에 얼마나 사회를 바르게 지도해왔는지는 전혀 알 수 없지만, 또 지금과 같은 모습에서는 도저히 그런 인상을 받을 수 없는 분위기이지만, 그만큼 영향력이 있고 존재감이 큰 집단이라는 뜻이겠지요.

마이클 샌델 교수가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지적한 것처럼 ‘공익’과 ‘사회적  정의’는 항상 일치하는 것이 아니고, 때로 상당한 괴리를 나타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의(大義)’를 찾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보통의 국민이 바라는 것, 그것을 찾아내 지키는 것이 바로 대의입니다. 그리고 그 대의는 반드시 ‘나’를 버린 곳에서만 일어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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