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을 위한 시나리오 준비하라
  • 조승수│진보신당 대표·국회의원 ()
  • 승인 2011.07.19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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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값싼 에너지 아닌데다 환경적 효율성도 떨어져

▲ 지진 피해를 입어 처참하게 파괴된 일본 후쿠시마 원전 3호기. ⓒAP연합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원전) 폭발 사고가 발생한 지 네 달이 넘어가고 있다. 최종 사고 수습까지는 앞으로도 수십 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안전한 원자력’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높은 안전 기준과 규범을 갖추었던 일본이었기에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더욱 크다.

‘모든 기계는 고장 난다’라는 평범한 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핵에너지가 가진 근본적 위험성은 기술의 발전이나 안전성 강화로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 자연재해이든, 인재이든, 기술적 결함이든 사고의 위험은 항상 존재한다. 단 한 번의 사고로도 절멸의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사태를 통해서 우리는 두 눈으로 확인했다. 

한국은 이미 21기의 원전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 6위의 원전 위험 국가이다. 그럼에도 2024년까지 14기의 신규 원전을 추가로 건설하겠다고 한다. 부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곳에 방폐장 건설을 강행하고 있다. 신규 원전 후보 부지로 이야기되고 있는 울진, 삼척, 영덕의 지역 갈등은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원자력 발전은 사고 위험성과 파급력 이외에도 온배수나 대규모 송전탑 등 환경적 문제도 안고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원자력은 결코 값싼 에너지가 아니다. 실적 기준 발전 원가로 따지면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경제성이 큰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과 연구·개발비 그리고 폐로 비용과 방사성 핵쓰레기 처리 비용을 포함하는 전주기(全週期) 비용까지 합하면 경제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영국이 원전 민영화를 추진하다 냉담한 시장의 반응을 보고 포기한 것이 단적인 예이다.

‘수명 다한 원전 폐쇄’ 결단 필요

환경적 측면에서도 효율성이 떨어진다. 국내 발전 과정에서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거의 없지만, 전 지구적 차원에서는 발전소 건설 과정과 원료의 생산, 유통, 소비의 전주기에 걸쳐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무엇보다 방사능 누출 위험으로 기후 변화에 버금가는 생태적 부담이 내재해 있다. 원자력은 경제·환경·정치·사회적 측면에서 지속 가능한 에너지가 아니고, 기후 변화 대응책으로 포장할 수 없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사례와 같이 원자력발전소는 잠재적인 핵폭탄을 머리에 이고 사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부는 원자력 확대가 결국 사고의 위험성을 키워나가는 것임을 깨닫고, 위험천만한 원전 확대 정책을 과감히 전환해야 한다. 우리보다 한 발짝 앞서 ‘2022년 탈핵(脫核)’을 선언한 독일의 사례는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탈원전 논의의 기점으로 삼아야 한다. 무엇보다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중단하고, 수명이 다한 원전은 폐쇄하겠다는 사회적·정치적 합의와 결단이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 수요 관리 정책과 재생 가능 에너지 확대를 핵심으로 하는 탈원전을 위한 시나리오 작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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