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원전 3호기 부실 공사 고발한 후 쫓겨났다”
  • 이석 (ls@sisapress.com)
  • 승인 2011.07.19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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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아무개씨의 증언…“현장 감독의 지시 받고 철근 절단해 설치”

▲ 공사가 진행 중인 울산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3호기. ⓒ연합뉴스

울산 신고리 3호기 원전의 부실 공사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의혹은 시간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이 지난 6월7일 제기한 부실 공사 의혹이 단초가 되었다. 조의원은 이날 신고리 3호기 원전 근로자들이 철근 구조물을 무단으로 절단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조의원은 “어떤 곳보다 안전성이 요구되는 원전 공사가 변칙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은 곧바로 해명 자료를 배포했다. 한수원측은 “2010년 1월 감사원을 통해 제기된 민원이다. 당시 조사에서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라고 밝혔다. 

“감사원에 민원 했는데 한수원에서 연락 와”

<시사저널> 취재 결과 감사원은 당시 한수원에게 감사 권한을 위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원 대상이 역으로 감사를 진행한 셈이 된다. 특히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당시 불법 다단계 하도급으로 홍역을 치렀다. 전문 건설 면허가 없는 회사에 잇달아 하도급을 주면서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었다. 울산 지역의 환경 단체들은 진상 파악을 부르짖었다. 불법 하도급에 이어 부실 시공 문제까지 제기되었음에도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문이 일고 있다.

현장 근로자였던 하 아무개씨 역시 감사원 태도에 불만을 내비쳤다. 그는 7월11일 <시사저널>과 만난 자리에서 “현장 감독의 지시를 받아 철근을 절단했고, 직접 설치도 했다. 감사원에 조사해달라고 민원을 신청했는데, 한수원 쪽에서 연락이 왔다”라고 말했다.

일부 사정기관이 현재 신고리 원전 문제를 조심스럽게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씨 역시 최근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신고리 3호기의 부실 공사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씨에 따르면 절단된 철근은 수평근과 수직근을 고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ㄷ자 모양이기 때문에 ‘유바(U-Bar)’로도 불린다. 유바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으면 건물이 휘거나 균열이 생길 수 있다. 원전 특성상 대형 사고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ㄴ자 모양으로 철근을 잘라 설치했다. 하씨는 “공사 기간을 맞추기 위해 목수인 나까지도 작업에 끌어들였다. 나중에는 철근을 고정시키지도 않고 대충 걸쳐놓았다”라고 설명했다. 자신의 휴대전화로 촬영도 했다. 그는 공사 현장에서 직접 찍은 휴대전화 동영상을 근거로 제시했다. 

당시 그는 하도급 업체인 ㅅ사뿐 아니라 현대건설에도 여러 차례 문제 제기를 했다. 이 과정에서 현장 출입을 차단당했다. 하씨는 “두 달 정도 울산 현장에 있었다. 마지막에는 현장 주변에서 담배꽁초만 줍다가 쫓겨났다”라고 토로했다. 이후에도 파행 공사는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시공사나 발주사 직원이 오면 절단기를 감추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일을 그만둔 이후에도 동료로부터 철근 절단이 계속되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라고 귀띔했다.

한수원·현대건설측은 “불법 시공 없었다”

한수원이나 현대건설 역시 일부 철근 절단 사실을 시인했다. 그러면서도 “불법 시공은 없었다”라고 강조했다. 한수원의 한 관계자는 “원전의 주요 시설은 절차서에 따라 공사가 진행된다. 콘크리트 타설 전에 철근이 제대로 설치되어 있는지 여러 차례에 걸쳐 확인한 만큼 부실 시공은 있을 수 없다”라고 해명했다. 현대건설측도 “필요할 경우 철근을 절단하도록 설계도에 명시되어 있는 만큼 문제는 없다”라고 밝혔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자재 간의 간섭이 심한 구간에는 일부 유바를 절단해서 사용할 수 있다. 설계안을 벗어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들 회사는 오히려 하씨가 민원을 제기한 의도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현대건설의 한 관계자는 “현장 근로자들과 마찰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문제로 공사 현장에서 배제되면서 앙심을 품은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일련의 논란에도 한수원은 정상 시공을 입증할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주대관 건축문화연구소장은 “부실 공사 여부를 떠나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것이 큰 문제이다. 문제가 터져도 원인을 파악할 수 없게 된다”라고 말했다. 부실 시공 의혹을 제기한 조승수 의원측도 비슷한 의견이다. 조승수 의원의 보좌관은 “일반 건물이라도 콘크리트 타설 전에 사진을 찍어 근거를 남긴다. 원전 공사는 더 엄격해야 함에도 근거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건설 전문가들은 한수원의 ‘비밀 관행’을 문제로 꼬집고 있다. 현행법상 원자력발전소 공사는 군 관련 공사와 마찬가지로 외부 감리업체의 감독을 받지 않는다. 시공사와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감리를 하다 보니 입만 맞추면 부실 시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신고리 현장의 철골 공사 감리 보고서에도 현대건설과 한수원 책임자 4명의 사인이 있는 것이 전부였다.

한수원측은 “원전 공사 전문 인력을 통해 감독과 검사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나중에 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 별도로 법정 검사를 받기 때문에 담합은 불가능하다”라고 해명했다. 사진을 공개하지 못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회사 관계자는 “현장 감독과 품질 검사자, 공인 검사원이 공사 단계별로 검사한 뒤 서명을 하는 시스템이다. 철근 사진은 별도로 찍어둔 것이 없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한수원은 지난 4월 신고리 1호기와 2호기의 부실 문제를 뒤늦게 지적받았다. 이 원전은 당초 합금 재료인 인코넬-690을 사용하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인코넬-600을 사용했다. 인코넬-600은 1970년대부터 균열 문제가 지적되어왔다. 그럼에도 한수원과 KINS는 4년간 이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 제작업체인 두산중공업에서 이같은 사실을 감추었기 때문이다. 주대관 건축문화연구소장은 “시공사가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감출 수 있는 것이 현재의 감리 체제이다. 원전 사고는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품질 관리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시사저널 임준선

하씨는 지난 2010년 1월 신고리 원전 3호기의 부실 공사 문제를 감사원에 제기했다. 이후 그의 삶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현장도 여러 차례 옮겨다녔다. 그때마다 ‘내부 제보자’라는 꼬리표 때문에 ‘왕따’를 당해야 했다. 그동안 감사원, 경찰, 국토해양부 등 안 다녀본 곳이 없다. 원전 부실 공사의 문제점을 제기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주변에서 “그만하라”라고 만류할 정도였다. 그러는 사이 하씨의 몸과 마음은 점차 지쳐갔다. 

감사원에 민원을 제기한 이유는 무엇인가?

잘못된 것을 보고 눈감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당시 정부는 UAE(아랍에미리트 연합) 원전을 수주했다고 발표했다.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감사원에 조용히 조사를 의뢰했다. 감사원이 민원 대상인 한수원에 감사를 위임하면서 일이 틀어졌다.

한수원에서는 시공사인 현대건설에 문제를 떠넘기고 있다.

현대건설이 시공사이니 당연하다. 하지만 한수원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감사원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았음에도 민원인에 대한 기본적인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감사 결과에 대해서도 어떠한 통보를 받지 못했다.

다른 기관에도 문제를 제기했다고 들었다.

그렇다. 여러 루트를 통해 문제를 제기했다. 결과는 똑같았다. 최근 경찰에서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았다. 이 부분에 대해 기대하고 있다.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신고리 원전은 UAE에 수출한 것과 동일한 모델로 알고 있다. 문제를 키워봤자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

이후 삶이 평탄하지 않았다고 들었다.

4대강 사업을 진행하는 이포 현장에 있었을 때이다. 한 기자를 만나 신고리 원전 문제를 설명해주었다. 얼마 후 (원전과) 전혀 무관한 시공사로부터 일방적으로 그만두라는 통보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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