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조정’ 문제, 지금부터가 ‘본경기’
  • 안성모 (asm@sisapress.com)
  • 승인 2011.07.19 13:3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검찰에 ‘판정승’ 거두었지만, ‘수사 지휘권 범위 결정’ 남아 업무 능력과 인권 보호에 대한 국민 신뢰부터 얻는 것이 중요

▲ 지난 6월17일 국회에서 검ㆍ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입법공청회가 열렸다. ⓒ연합뉴스

“눈물 나는 노력을 전개해 확연히 달라진 모습으로 국민 옆에 다가서면 경찰에게 이 정도 수사권은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조현오 경찰청장이 지난 7월13일 ‘전국 지방청·경찰서 수사·형사과장 워크숍’에 참석해 한 말이다. 이날 워크숍에는 경찰뿐 아니라 시민단체·학계·언론계 등에서 11명의 패널이 참석해 경찰 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경찰로서는 ‘쓴소리’를 들어야 하는 자리였다. 인터넷으로 생중계되어 전국의 일선 경찰관들도 지켜볼 수 있었다.

조청장은 한결 여유로워진 모습이었다. 수사권 조정 문제를 놓고 펼친 검찰과의 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두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검찰의 반발로 수세에 몰리면서 ‘무능한 지휘부’라는 일선 경찰들의 불만이 표출되던 때와는 상황이 달라진 셈이다. 검찰 수장이 책임을 지고 옷을 벗은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 6월30일 국회를 통과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경찰 내부는 ‘수사권 독립’을 향한 첫걸음을 내디뎠다며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일단 수사 개시권을 명시화하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 경찰은 그동안 실질적으로 수사를 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법적으로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해왔다.

특히 검찰의 수사 지휘에 관한 구체적 사항을 ‘법무부령’으로 정하기로 했다가 법안 통과 막바지에 ‘대통령령’으로 바꾼 데 대해 반색하는 분위기이다. 법무부령과 대통령령은 절차상 차이가 크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장관이 관련 부처와 ‘협의’를 하면 되는 것과, 국무회의 심의 과정에서 경찰을 관할하는 행정자치부장관과 ‘합의’를 해야 하는 것은 천양지차이다. 경찰 내에서 ‘수사권 독립’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한 일선 수사관은 “법무부령에서 대통령령으로 바뀐 것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현장 경찰관들이 경찰도 수사를 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가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기 시작했다”라고 전했다.

“수사권 현실화는 국민이 주는 것”

하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은 사실상 지금부터가 ‘본경기’이다. 대통령령에서 검찰의 수사 지휘권 범위가 어디까지로 결정되느냐가 최대 관건이기 때문이다. 조청장은 “고도의 법률적인 지식이 필요하거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 등은 검찰이 맡고, 나머지 일반적인 범죄는 경찰에게 맡기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라고 제안했다. 경찰 입장에서는 ‘검찰에 집중된 권력을 분산시켜야 한다’라는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호의적인 여론을 어떻게 이어나가느냐가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업무 능력과 내부 개혁, 인권 보호 등과 관련해 신뢰를 얻어야 한다. 한 전직 경찰청장은 “이제 징검다리 하나를 놓은 것일 뿐이다. 수사권 현실화는 국민이 주는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