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한국, 누가 움직이는가 - 박근혜 측근 세력] 박근혜는 누가 움직이는가
  • 안성모 (asm@sisapress.com)
  • 승인 2011.08.09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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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계 의원 중 핵심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 조직적이기보다 유기적인 관계

▲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7월31일 비를 맞으며 최근 집중 호우로 큰 피해를 입은 서울시 서초구 남태령 전원마을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뜨는 해’가 있으면, ‘지는 해’도 있기 마련이다. 두 개의 태양이 동시에 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시사저널>의 ‘2011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전문가 설문조사에서 차기 대통령 당선 가능성과 대통령감 적합도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확실히 ‘뜨는 해’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박 전 대표의 일거수일투족은 정치권에서 초미의 관심사가 된다. 정치인들은 앞다투어 박 전 대표 옆자리를 지키려 한다. 언론에 사진 한 장이라도 더 찍히려 눈물겨운 자리 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박 전 대표의 최측근에 누가 자리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 영향력의 척도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과연 ‘박근혜를 움직이는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은 누구일까. 

“박 전 대표는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를 통해서 체질적으로 측근 정치의 폐해성을 안다. 박 전 대표는 절대 측근 정치를 하지 않을 사람이다. 단언컨대, 지금 친박으로 행세하는 정치인들은 만약 박 전 대표가 집권하게 되면 대부분 ‘팽’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박 전 대표는 누구도 자신의 측근이 되려는 것을 용서하지 않는다.” 박 전 대표를 근거리에서 지켜보는 영남 지역 한 중견 언론인의 말이다. 박 전 대표가 측근을 얼마나 기피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하나 있다. 지난 7월31일 오후 박 전 대표는 산사태 피해가 발생한 서울 방배동 남태령 전원마을을 깜짝 방문했다. 취재진에게 일절 알리지 않았고, 수행 의원도 비서실장 격인 이학재 의원만 동행시켰다. 박 전 대표는 현장에 도착해서도 관계 기관의 브리핑은 고사하고, 현장에 나와 있던 공무원들조차도 자신을 수행하지 못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박근혜식 정치 행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진정성을 강조하는 측이 있는가 하면, 폐쇄성을 비판하는 측도 있다. 박 전 대표의 이런 정치 스타일은 조직 운영이나 인력 운용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자신이 전면에 나서 조직과 인력 챙기기를 꺼린다. 최근 박 전 대표의 ‘대권 행보’가 가시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박 전 대표의 인력 풀과 외곽 조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박 전 대표의 대권 행보를 직·간접적으로 돕고 있는 그룹은 크게 세 부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국회 내 친박계 의원 그룹, 정책 연구 전문가 그룹, 외곽 조직 그룹 등이다.

현재 국회 내에서 친박 성향 의원들의 ‘최고참’ 역할을 맡고 있는 의원은 ‘친박 최다선’인 6선의 홍사덕 의원이다. 일부 친박계 의원들은 “홍사덕 의원이 사실상 친박의 좌장 역할을 맡고 있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친박에 좌장은 없다”라는 목소리가 훨씬 더 많다. 그래서 그냥 ‘최고참’으로 부르기도 한다. 친박계 내에 무슨 문제가 있을 때 홍의원이 ‘선배’로서 자연스럽게 중재 역할을 하는 정도이다. 홍의원 자신이 박 전 대표 곁에 얼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지지 단체 ‘국민희망포럼’도 체제 정비 완료

▲ 유승민 한나라당 최고위원 ⓒ시사저널 유장훈

오히려 박 전 대표를 지근거리에서 보필하는 의원들은 초·재선급 소장파들이다. 비서실장 역할은 이학재 의원이 맡고 있다. 인천 출신의 이의원은 박 전 대표와 특별한 인연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에 앞서 비서실장 역을 맡았던 유정복 의원이 이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의원 이전에 박 전 대표의 그림자 역할을 한 유의원은 지난 2005년 박근혜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고, 2007년 대선 경선 때도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 역할은 대선 경선 캠프 공보특보였던 이정현 의원이 맡고 있다. 주요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박 전 대표의 입장을 기자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이다. 오랜 당직 생활로 기자들과 친분이 두텁다. 역시 공보특보였던 구상찬 의원은 당내 쇄신 모임인 ‘새로운 한나라’에서 공동간사로 활동하면서 당내 중도·소장파들에게 친박계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외연을 확대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는 얘기가 많다.

▲ 이정현 한나라당 의원 ⓒ시사저널 이종현

정책 부문에서는 3선의 이한구 의원이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대우경제연구소 소장 출신인 이의원은 당 정책위원회 의장을 두 차례나 지낸 정책통이다. 지난해 말 출범한 국가미래연구원에 현역 의원으로서는 유일하게 참가해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친박계 내에서 이의원에 대한 ‘비토’가 상당하다는 후문이다. 따라서 향후 대선 국면에서 국가미래연구원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그럼에도 이 모임의 핵심 인사로 통하는 ‘5인 스터디 그룹’ 멤버들은 주목해볼 수밖에 없다. 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김광두 서강대 교수(거시 금융)를 비롯해 김영세 연세대 교수(산업 무역 경영),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산업 무역 경영),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재정 복지), 최외출 영남대 교수(행정) 등이다. 특히 김광두 교수는 ‘서강학파 1세대’로 불리는 남덕우 전 국무총리의 소개로 박 전 대표와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남 전 총리는 박 전 대표의 멘토로 불리기도 한다. 김영세 교수는 내무부장관과 한나라당 부총재를 지낸 김태호 전 의원의 아들이다. 국회 내 대표적인 친박계 인사인 이혜훈 의원의 남편이기도 하다.

▲ 유정복 한나라당 의원 ⓒ시사저널 윤성호

과학기술 부문에서는 재선의 서상기 의원이 정계와 학계, 현장을 잇는 연결 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7월4일 치러진 전당대회에서 2위 돌풍으로 지도부에 입성한 유승민 최고위원을 주목하는 시선도 늘어나고 있다. 그가 새로운 친박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단체인 국민희망포럼도 체제 정비를 완료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태세이다. 지난 7월 시·도별 조직 구성을 마무리했다고 한다. 국민희망포럼은 2007년 대선 경선 때 박 전 대표를 지지했던 지지자들이 설립한 모임이다. 올해 6월 이사장이 바뀌면서 2기 체제에 돌입했다. 교육부장관 출신의 박영식 이사장이 물러나고 성균관대 총장을 역임한 심윤종 신임 이사장이 취임했다. 상임 이사진 규모도 대폭 확대하고, 활동 영역도 넓히는 중이라고 한다. 광역 시·도뿐 아니라 기초단체별로 별도의 포럼이 계속 결성되고 있다. 지난 7월부터 친박 중진인 강창희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상임고문을 맡고 있고, 친박 핵심인 이성헌 의원이 이 포럼의 지역 조직 결성에 힘을 보탠 것으로 알려졌다.

▲ 이성헌 한나라당 의원 ⓒ시사저널 유장훈

국민희망포럼과는 별개로 친박계 인사들이 관여하고 있는 모임은 여럿 된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부산에서는 서병수 의원이  ‘포럼 부산 비전’을 계속 관리하고 있고, 대구에서는 올해 1월 조원진 의원이 주도해 ‘새나라 복지 포럼’을 출범시켰다. 경남의 경우 지난 3월 안홍준 의원이 ‘경남 행복 복지 포럼’을 결성했다. 이 밖에도 함승희 전 의원과 홍문종 전 의원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개별 포럼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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