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큰’ 공사야, ‘간 큰’ 공사야?
  • 안성모 (asm@sisapress.com)
  • 승인 2011.08.23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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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시공사, 화성시 해양산업단지 조성 관련해 토지 보상하면서 ‘부정 지급’ 의혹 불거져

▲ 경기도시공사가 토지 보상비를 부정 지급했다는 의혹에 휘말렸다. 아래는 수원시 권선구 권중로에 위치한 경기도시공사. ⓒ시사저널 임준선

경기도 산하 공기업인 경기도시공사가 토지 보상비를 부정 지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해당 토지의 보상 업무를 맡은 담당 법무사와 내부 직원이 계획적으로 보상비를 빼돌렸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논란이 확산될 조짐이다. 이미 자체 감사가 진행되었고, 검찰도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경기도시공사는 그동안 뇌물 수수와 인사 청탁, 인건비 부풀리기 등 각종 비리 문제로 여러 차례 구설에 올랐다. 경기도 내의 대규모 개발 사업을 맡고 있다 보니 그만큼 부정한 유혹에 많이 노출되어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지난 2008년 10월 정책특별보좌관 출신의 측근인 이한준씨를 사장에 임명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법무사와 공사 담당 과장이 이권 챙겼다”

이후 1년간 내부 감찰을 벌인 결과 모두 52명이 징계 처분을 받았고, 이 중에서 16명은 비위 정도가 심해 옷을 벗었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지적되었다. 전임 사장 두 명이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된 이후 경기도시공사는 비리 척결에 대해 강한 의지를 밝혀왔다. 하지만 같은 명목으로 비리가 되풀이되고,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는 비판은 계속되었다.

최근 이한준 전 사장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5백만원을 선고받아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또다시 거액의 돈이 얽힌 비리 의혹이 터져나온 것이다. <시사저널>이 제보자와 관련 업계, 경기도시공사 관계자들을 모두 접촉하면서 다방면으로 취재한 결과, 제기되고 있는 의혹은 상당히 구체적이며 관련 자료들이 이미 검찰로 넘어간 것으로 확인되었다.

경기도시공사는 해양 레저 저변 확대와 해양 산업 육성을 위해 화성시 전곡항 주변 1백62만9천㎡의 부지에 오는 2013년까지 보트 제조와 수리·판매, 연구·개발 시설 등이 들어서는 해양산업단지를 조성하기로 하고 토지 보상을 추진 중이다. 이 과정에서 수용된 산림청 부지의 경우 다른 지역 땅을 대신 사주는 이른바 ‘대토 보상’을 하기로 결정했다.

경기도시공사는 이를 위해 올해 4월1일자로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마성리에 있는 한 종중의 땅 32만㎡를 매입했다. 매입 금액이 47억5천여 만원에 이른다. 그런데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우선 당시 이 종중이 갖고 있던 땅 42만여 ㎡가 부동산중개업소 등을 통해 이미 40억원에 매물로 나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경기도시공사는 이 종중의 일부 땅을 사면서 이미 매물로 나와 있던 전체 땅 금액보다 더 많은 돈을 준 셈이 되는 것이다(그림 참조).

당초 40억원에 팔겠다고 내놓은 이 종중의 부동산 중에서 사찰을 포함해 정작 이용 가치가 높은 땅은 다른 회사 명의로 소유권이 이전되었다. 등기부등본을 통해 확인한 결과 경기도시공사가 매입한 부동산은 전체 42만여 ㎡ 가운데 22만여 ㎡와 10만여 ㎡ 두 필지이며, 가운데 위치한 나머지 10만여 ㎡는 ㄱ개발이 올해 4월15일자로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 가운데 땅이 사실상 40억원의 가치를 인정받는 알짜배기 땅이고, 나머지 두 필지는 시세 가치가 없다는 점이다.

이 지역 상황을 잘 아는 부동산 개발업체 관계자는 “경기도시공사가 매입한 두 필지는 쓸모없는 땅이다. 생태보존지구인 데다가 경사가 심해서 사실상 개발이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은 ‘1억원에 준다고 해도 안 산다’라고 말한다. 진짜 가치가 있는 곳은 절터인데, 이곳은 ㄱ개발이 매입한 곳이다”라고 설명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이와 관련해 검찰 수사관 출신의 법무사 오 아무개씨가 토지 보상 과정에서 이권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오씨는 경기도시공사에서 등기 대행 업무를 맡아왔다. 경기도시공사 관계자는 “전곡 해양산업단지 담당 법무사이며, 이번 건 이외에도 전부터 (경기도시공사) 일을 해왔다”라고 밝혔다.

여기에 경기도시공사 담당 직원인 임 아무개 과장이 연루되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임과장은 현재 직위가 해제된 상태이다. 경기도시공사 감사실 관계자는 “두 사람(법무사 오씨와 임과장) 다 금품 수수를 부인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검찰에 제보한 ㅇ씨는 “처음부터 사기를 치려고 계획했던 일이다”라고 주장했다. 사찰 부지를 산 ㄱ개발은 오씨의 지인으로 알려진 박 아무개씨가 사내이사로 등기되어 있는 회사이다. 2007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올해 1월에 부동산 투자 및 개발 등을 사업 목적에 추가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공사 감사실 “일단 검찰 수사 지켜볼밖에”

해당 토지에 대한 감정평가가 부풀려졌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경기도시공사가 특별한 의심 없이 이 종중 땅을 매입하게 된 근거가 여기에 있다고 보여진다. 경기도시공사 감사실 관계자는 “해당 감정평가사 두 명에게 확인을 했는데 적절한 금액이라고 했다.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감정평가협회에도 검토를 요청했는데, 역시 적정한 금액이라는 회신이 왔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감정평가사도 동조했을 것이라는 의혹은 여전하다. 당초 계획했던 금액 그대로 감정평가액이 책정된 것 자체가 상식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 부동산 개발업자는 “경기도시공사 관계자가 요구를 했다면 감정평가사가 거절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일단 평가가 내려지면 다른 감정평가사가 반박을 하지 않는 일종의 관행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서류에 대해서도 조작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경기도시공사가 토지를 매입하려면 토지 매입 의향서를 종중에 보내야 한다. 그런데 이를 보내지 않았는데도 등기를 할 때는 2010년 12월에 보낸 것으로 조작되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경기도시공사 감사실 관계자는 “문서 위조 여부는 검찰에서 밝혀야 할 사안으로 보인다. 계약한 양측의 서류를 대조해서 확인해야 하는데 상대측 서류가 확인되지 않아서 감사에는 한계가 있다”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원지검으로 이첩되었다. 당초 제보자가 서울중앙지검으로 고발장을 낸 이유는 법무사 오씨가 6년 전까지 수원지검에서 근무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씨가 수원지검에 상당한 인맥을 갖고 있어 검찰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한편 오법무사는 “검찰 조사 중인데 결국 무고로 밝혀질 것이다. 의혹을 제기한 제보자는 계약과 관련ㅎㅐ 참여한 적도 없다. 추측성 말일 뿐이다. 조사가 이루어지면 누가 옳은지 알게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경기도시공사의 임과장은 “회사가 매입한 두 필지 이외에는 전혀 모르는 일이다. 매입할 땅에 대해 관련법에 따라 평가를 하고 취득을 했을 뿐이다. 제보자와는 일면식도 없다. 만약 절터 부지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았다면 일을 추진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토지 교환을 하면 산림청에서도 다시 한번 평가를 해서 판단을 한다. 감정평가 부풀리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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