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를 ‘선거’에서 구해내려면
  • 한순구 │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
  • 승인 2011.08.30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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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만 해도 많은 경제학자가 더 이상의 경제 위기는 오지 않을 것이며 완만하게나마 세계 경제가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런 경제학자들의 예상은 8월 초부터 미국의 정부 부도 가능성이 보도되고 뒤이어 미국 정부의 신용등급이 하락하면서 완전히 틀린 것으로 판명되었다.

뭐, 경제학자들의 예측이 틀리는 것은 늘 있는 일이므로 놀랄 일도 아니다. 하지만 이번 8월에 몰아닥친 경제 위기에 대해서는 경제학자들도 좀 억울한 면이 있다. 사실 1929년의 대공황을 겪은 이후 경제학은 경제 위기를 미리 예방하고, 그래도 경제 위기가 발생한 경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들을 연구해왔다.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경제 위기는 비록 고통스러운 경험이었으나 이런 경제학적 이론들의 도움을 받아 세계 2차 대전의 발발로까지 이어진 1929년의 대공황에 비해 충격도 비교적 적고 회복도 빠르게 진행되어왔다.

그런데 경제학자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 바로 내년에 있을 미국의 대통령 선거를 둘러싼 정치적 역학 관계이다. 경제학적으로 미국 경제의 해법은 비교적 단순하다. 정부가 많은 빚을 졌으니 당연히 이를 갚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출을 줄이고 정부의 수입을 늘려야 하는 것이다. 답이 너무도 빤한데, 정치인들에게는 이런 경제학적 해결 방법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면 정치인들이 조금씩 양보해서 협상을 하면 될 것이 아닌가? 즉 민주당은 복지 예산을 조금 줄이고, 공화당은 그 대신 세금을 조금 늘리면 될 터이니 말이다.

만일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면 이런 정치적 협상이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내년에 미국에서 대통령 선거가 있다는 점이다. 다른 정치적 문제는 조금씩 양보해 50 대 50으로 나누어 가질 수 있을지 모르지만, 미국 대통령이라는 자리 하나를 50 대 50으로 나누어 가질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경제학적으로 해답이 있고 정치적으로도 타협해서 나눌 수 있는 문제도 선거라는 승자 독식의 제도 앞에서는 지극히 풀리기 어려운 문제로 바뀌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유럽연합(EU)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일단 곤경에 처한 남유럽 국가들을 전폭적으로 도와주고, 금융 정책뿐 아니라 현재는 각 정부가 맡고 있는 재정 정책까지도 EU가 통합해야 한다는 명백한 경제학적 해법을 여러 국가 정치인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서 풀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명백한 경제학적 해법을 정치인들이 차근차근 정책화해 시행하면서 경제 위기를 극복해나가리라 예상했던 것이 이런 정치적인 대립으로 인해 시행이 불투명해지자, 미국의 신용등급이 하락했고, 전세계의 주식시장도 침체하게 된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쓰나미가 휩쓸고 간 이후에도 복구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무능한 일본 정치인들처럼 미국과 유럽의 정치인들도 경제 위기의 쓰나미가 몰려오는 상황에서도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싸움만 벌이고 있다. 마치 임진왜란 때 왜군이 한양을 함락시킨 후에도 신의주로 피란 가서 벌였던 조선의 동서 분당 파벌 싸움을 연상시키는 상황이다.

우리도 내년에 총선과 대선이 있다. 그리고 우리의 경제는 물가 상승과 성장 둔화라는 두 가지의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상황이다. 다른 나라의 정치인들이 아무리 서로 싸우며 바보짓을 하더라도 우리 정치인들은 그러지 말고 자신보다 나라를 위해 일해주리라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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