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바라는 민심, 신예들에 길 터주나
  • 이건상│전남일보 정치부 기자 ()
  • 승인 2011.09.04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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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교체·야권 통합이 핵심 키워드로 떠올라

▲ 이정현 의원(큰 사진 오른쪽)과 정운천 전 장관(작은 사진)이 한나라당 출신으로 호남에서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이다. ⓒ연합뉴스

광주·전남·전북 지역 현역 의원 31명 가운데 7개월 후 19대 총선에서 살아남을 의원은 몇 명이나 될까. 내년 총선은 대선의 전초전 성격을 띠면서 수도권에서 야권 통합 바람이 거셀 전망이다. 수도권의 통합 운동은 역으로 호남에서 민주당의 양보를 요구하게 된다. 전통적인 호남 물갈이론에 야권 통합이라는 ‘원투 펀치’가 벌써부터 총선판을 지배하고 있다. 지역 정가에서는 현역 의원 가운데 광주에서 3~4명, 전남에서 4~5명 정도가 살아남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현역 의원 물갈이 폭이 60%라는 뜻이다. 전북은 내년 총선에서 3선 이상 다선 도전자가 전체 의원 11명 가운데 7명으로 무려 64%에 이른다. 광주·전남보다 오히려 ‘세대교체’ 요구의 목소리는 전북이 훨씬 더 크다. 민주당의 아성으로 불리는 호남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크게 한바탕 요동칠 전망이다.

[광주·전남] 거세지는 물갈이 요구 업고 자치단체장·행정 관료들 대거 출사표

전남일보가 지난 7월 광주·전남 지역민 2천69명을 대상으로 정치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그 결과가 자못 흥미롭다. 광주 지역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7.4%가 ‘민주당 개혁 차원에서 현역 의원 대폭 물갈이가 필요하다’라고 응답했다. 전남 지역은 51.7%가 현역 의원 퇴출을 요구했다. 또 내년 총선에서 각 지역구 현역 의원에 대해 유권자 절반이 ‘지지하지 않겠다’라고 답했다. 광주에서는 50.2%, 전남은 46.8%였다. 여론조사 결과로 보면 광주·전남 지역의 총선 민심은 확연하게 ‘현역 퇴출’ ‘혁명적 물갈이’로 집약된다. 최소한 민주당 현역 의원 절반 정도는 바꿔야 한다는 민심의 준엄한 명령인 셈이다.

역대 총선에서 호남 현역의 절반 물갈이는 그리 높은 수치가 아니었다. 지난 16~18대 총선에서 광주의 교체율은 평균 68%, 전남은 52% 수준이었다. 지난 18대의 경우 광주 지역 일곱 명 가운데 다섯 명이 바뀌면서 74.1%의 교체율을 기록했다. 16·17대 총선 당시 전남의 교체 비율은 64%였다. 내년 총선에서는 전통적인 물갈이 폭에다 야권 통합 바람, 중진의 수도권 출격론 등을 종합할 때 현역 교체율이 70% 이상에 달할 수도 있다.

지역 정가에서는 박주선 최고위원(광주 동), 이용섭 대변인(광주 광산 을), 박지원 전 원내대표(목포), 최인기 의원(나주·화순) 등 일부는 큰 돌발 변수가 없는 한 재출마가 유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 여기에 조영택(광주 서구 갑)·장병완(광주 남구)·주승용(전남 여수 을) 의원 등 몇몇이 더 포함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광주·전남 지역 물갈이와 궤를 같이하는 투 트랙이 ‘비(非)민주당 선호’ 추세이다. 일부 시민들은 “이제는 호남에서도 민주노동당이나, 한나라당 후보 1명 정도는 당선되어야 한다”라고 스스럼없이 말한다. 광주·전남 유권자의 정당 선호도가 민주당 독점 구조에서 김대중 대통령 서거 이후 민노당·국민참여당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지난해 7·27 광주 남구 보궐 선거에서 민노당 오병윤 후보가 거물급 민주당 후보인 장병완 전 기획예산처장관에 맞서 44.1%라는 놀라운 득표율을 보인 데서 여실히 증명된 바 있다.

또 순천 보궐 선거에서도 야권 통합 후보인 민노당 김선동 후보가 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후보들을 누르고 당선되었다. 순천 보선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삼남 홍걸씨가 순천을 방문해 국민의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조순용 후보를 지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선동 후보는 낮은 인지도와 ‘김대중의 막후 영향력’을 이겨내고 통합 후보의 지지도를 끝까지 지켜냈다.

민노당과 진보신당은 이런 지역의 변화된 정서를 적극적으로 견인하기 위해  각 선거구별로 표밭갈이에 나서고 있다. 윤난실 진보신당 시당위원장이 광주 서구 갑, 오병윤 민노당 전 사무총장이 광주 서구 을, 곽정숙 민노당 의원이 광주 남구에 둥지를 틀었다. 비례대표 당선용 후보 전술이 아닌 지역구 원내 진입을 목표로 한 적극적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현역 의원에 대한 반감 정서와 비민주당에 대한 포용력의 확대는 자치단체장과 행정 관료 출신의 총선 데뷔를 이끌어내고 있다. 노관규 순천시장과 서삼석 무안군수, 황주홍 강진군수 등 3선 단체장들이 결전 채비를 차리고 있다. 나비축제로 유명한 스타 단체장 이석형 전 함평군수도 일찌감치 가세했다. 서삼석 군수는 이윤석 의원과 일전을 벌일 태세이며, 황주홍 군수는 일단 민주당 복당을 추진하면서 외연을 넓혀간다는 복안이다. 황군수측은 장흥·강진·영암 지역구에서 유선호 의원 외에 유인학 전 의원이 강력한 출마 의지를 보이고 있어 표가 분산되면 승산이 있다는 입장이다. 노관규 시장은 추석을 전후해 출마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관료 출신으로는 광주시·전남도 부단체장 출신들이 나서고 있다. 광주시 행정부시장을 지낸 정남준 전 행정안전부 2차관, 임우전 전 부시장, 이개호 전남도 행정부지사가 출사표를 던졌다. 이부지사는 김효석 의원의 서울 진출로 무주공산이 된 담양·곡성·구례 선거구에 나설 예정으로 지난 9월1일 전격적으로 공직 사퇴를 신청했다.

광주·전남 20개 선거구 가운데 핫코너는 단연 광주 서구 을이다. 5선의 김영진 의원이 버티고 있지만, 세대교체와 야권 통합 후보지로 거론되면서 입지자가 넘쳐난다. 특히 여야 유력 대권 후보들의 측근들이 나서면서 대권 전초전 성격도 보인다. 한나라당 현역 의원이자 박근혜 전 대표의 ‘입’ 역할을 해온 이정현 의원과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제자이자 측근인 이남재 비서실 차장이 출마를 사실상 확정지었다. 이의원은 지난 1995년과 2004년에도 각각 민자당과 한나라당 후보로 광주에서 출마한 적이 있다. 이의원은 한나라당 광주·전남 출신 정치인 가운데 유일하게 진정성을 갖고 지역 예산 확보에 나서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거의 매주 광주를 방문해 지지세를 다지고 있다. 이차장은 손대표의 민심 대장정을 기획·총괄하는 한편, 손대표가 대표 경선에 뛰어들자 직장 사표를 쓰고 경선에 합류해 불모지였던 광주·전남 경선을 압도적 승리로 이끌었다. 서구 을이 유력한 야권 통합 지역으로 지목되면서 민노당 오병윤 전 사무총장의 보폭도 활발해지고 있다. 5선의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5·18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주도하는 등 수성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전남에서는 순천 등 3개 지역구가 관심 지역이다. 순천은 전남 12개 선거구 가운데 가장 변수가 많다. 지난 4·27 국회의원 보궐 선거에서 당선된 민노당 김선동 의원이 ‘야권 통합 지분’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가 우선 관심거리이다. 또 출마가 유력시되는 3선 노관규 현 시장의 파괴력 여부, 민주당 출신 인사의 출마 여부도 변수이다. 순천의 민주당 인사들은 “중앙당의 정치적 명분 때문에 우리가 희생했던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라면서 야권 통합 효력은 이미 끝났다고 말했다.

영광·함평·장성은 민주당 중진 반열에 오른 3선의 이낙연 의원과 함평나비축제의 전국적인 스타 단체장 이석형 전 군수 간 빅매치가 불가피하다. 이의원은 이 전 군수의 예봉을 꺾기 위해 지난 지방선거에서 지역구인 영광·함평·장성에 살다시피 하며 민주당 소속 후보를 모두 군수로 당선시켰다. 이 전 군수는 고향인 함평의 콘크리트 지지표와 처가인 영광에서 반타작을 하고, 장성에서 승부를 본다면 당내 경선이든 본선이든 승리할 수 있다고 장담한다.

해남·완도·진도에서는 지역주의가 관건이다. 완도 출신인 초선 김영록 의원에 맞서 해남 출신 박광온 MBC 논설위원, 전윤철 전 감사원장 등이 대항마로 거론되고 있다. 이 지역구는 전통적으로 해남 출신 인사가 당선되었던 곳이었지만, 지난 총선에서는 완도 출신에 무소속이던 김의원이 당선되는 이변을 연출했다. 19대 총선을 앞두고 해남 출신 인사들이 고토 탈환을 외치고 있다. 해남은 완도에 비해 인구가 두 배에 이른다.

이정현 의원 외에 한나라당의 움직임은 여전히 아직 미약하다. 정치권에서 석패율제 도입 논의가 일면서 한때 후보군이 떠올랐지만, 이마저 진척이 없자 다시 잠잠해진 모습이다. 광주에서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광주시장 후보로 출마해 14.2%의 득표율을 올렸던 정용화 전 청와대 비서관의 출마가 점쳐진다. 전남에서는 김대식 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이 고향인 함평·영광·장성에서 출마설이 나오고 있지만, 본인은 서울 출마에 더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만약 석패율제가 도입된다면 후보자가 대거 늘어날 수도 있다.

광주·전남 지역의 정치 민심은 내년 총선이 아니라 대선에 집중되고 있다.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일차적으로 총선에서 민주당의 자기 혁신과 희생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현역 의원들의 처절한 살아남기와 신진 세력의 도전세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19대 총선 광주 지역 출마 예상자

한=한나라당, 민=민주당, 선=자유선진당, 노=민주노동당,
진=진보신당, 참=국민참여당, 미=미래희망연대, 무=무소속·미정 

이름(나이) 정당 직책(주요 경력)   이름(나이) 정당 직책(주요 경력)
동구   이윤정(57) 전 지역위원장
박주선(62) 국회의원   장병완(59) 국회의원
  현(61) 전 청와대 행정관   곽정숙(52) 비례대표 국회의원
양형일(61) 전 국회의원   조부덕(46) 하나치과 원장
김상호(48) 시당 부위원장   북구 갑
  택(48) 전 구의원   강기정(48) 국회의원
서구 갑   김경진(46) 변호사
정용화(48) 호남미래연대 이사장   이형석(49) 전 청와대 비서관
송갑석(46) 전 전대협 의장   이채언(60)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
정동채(62) 전 국회의원   북구 을
조영택(60) 국회의원   김재균(58) 국회의원
윤난실(46) 시당위원장   임내현(58) 변호사
서구 을   최경주(50) 전 시의원
이정현(54) 국회의원   최경환(51) 김대중 전 대통령 비서관
김영진(64) 국회의원   윤민호(41) 광주시당위원장
신현구(53) 당 정책위 부의장   안영돈(50) 광주 북구 당원
이남재(44) 당 대표실 차장   광산구 갑
정남준(56) 전 행안부 2차관   김동철(56) 국회의원
조용진(59) 전 광주시 기획조정실장   전갑길(55) 전 국회의원
채일병(64) 전 국회의원   정찬용(60)   전 청와대 인사수석
오병윤(54) 전 사무총장   광산구 을
서대석(50) 전 청와대 비서관   이용섭(60) 국회의원
이상갑(45) 변호사   장연주(42) 광주시민센터 공동대표
남구   박종현(52) 민주노총 광주·전남 초대본부장
김명진(48) 전 박지원 원내대표 비서실장   김병수(51) 개인 사업

19대 총선 전남 지역 출마 예상자

(한=한나라당, 민=민주당, 선=자유선진당, 노=민주노동당, 진=진보신당,
참=국민참여당, 미=미래희망연대, 무=무소속·미정

이름(나이) 정당 직책(주요 경력)   이름(나이) 정당 직책(주요 경력)
목포   담양·곡성·구례
천성복(50) 시당위원장   김문일(65) 당협위원장
박지원(70) 국회의원   고현석(69) 전 곡성군수
배종호(52) 전 KBS 기자   국창근(73) 전 국회의원
이상열(61) 전 국회의원   이개호(53) 전남도 행정부지사
윤소하(51) 광주·전남 진보연대 공동대표   김영근(53) 전 전남도지사 후보
여수 갑   장흥·강진·영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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