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기도 전에 역풍 맞는 기독교 정당
  • 백정훈│뉴스엔조이 기자 ()
  • 승인 2011.09.20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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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당 준비 공식 발표하자 교계 안팎에서 비난 목소리 …“선교에 걸림돌 될 것”이라며 중지 요구하기도

ⓒⓒ 시뉴스엔조이 제공

좌파 척결·친미 반공을 표방하는 기독교 정당이 출범한다. 당명은 가칭 기독자유민주당(기독당). 창당을 이끌고 있는 인물은 청교도영성훈련원 원장인 전광훈 목사이다. 전목사는 지난 9월2일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창당 준비를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일반 여론뿐만 아니라 개신교계 안에서도 창당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창당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기독교 정당을 창당하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4년 17대 총선을 앞두고 한국기독교당이 출범했다. 창당에는 고 김준곤 목사(전 CCC 총재), 조용기 원로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 신신묵 회장(한국기독교지도자협의회), 최병두 목사(전 예장통합 총회장) 등 교계의 ‘어른’들이 함께했다. 교계 어른들이 나섰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22만표를 얻는 데 그쳤다. 한 명의 후보도 당선되지 못했다. 1.1%의 정당 지지율. 정당 등록이 취소되는 수모를 겪었다.

두 번의 실패에도 변함 없는 모습으로 등장

이들의 국회 입성에 대한 소망은 18대 총선까지 이어졌다. 간판을 ‘기독민주복지당’으로 바꿔 달았다. 여기에 ‘사랑실천당’이라는 이름으로 창당을 준비하고 있던 전광훈 목사가 가세했다. 두 단체는 ‘기독사랑실천당’으로 통합했다. 하지만 18대 총선에서 받아든 성적표 또한 초라했다. 45만표로 2.5%의 지지를 얻었다. 단 한 명도 원내에 입성시키지 못했다. 간신히 정당 등록이 취소되는 것은 면했다.

전광훈 목사는 2008년 기독사랑실천당을 만든 것이 고 김준곤 목사와 조용기 목사의 지시 때문이었다고 했다. 그는 “선배 목회자들이 목회밖에 모르는 나와 장경동 목사에게 기독교 정당을 만들어 나라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선배들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라고 했다.

하지만 전목사는, 이번 창당 시도는 자신의 의지에서 비롯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적 소신이 분명해졌고 정책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다”라고 말했다. 또 전목사는 2012년에 치러질 19대 총선에서는 기독당이 원내에 진출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했다. 그 근거로 지난 총선에서 기독사랑실천당이 얻은 45만표를 들었다. 그는 “45만표를 얻었다는 것은 국민들이 기독교 정당에 충분히 공감했다는 표시이다”라고 해석했다.

기독당 창당 발기인들은 기자회견에서, 나라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상황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기에 창당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창당 취지문에서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 경제를 바탕으로 국가 번영을 추구했다. 불행하게도 지난 10년간 친북·좌경을 옹호하는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민 간의 이념 갈등이 증폭되고 좌파 세력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라고 했다. 이들은 “나라를 사랑하는 기독교인들이 기독당을 창당하여 이념과 지역의 갈등으로 피로에 지친 국민에게 새로운 가치와 희망을 심어주고자 한다”라고 했다.

하지만 기독당 창당이 국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창당 소식이 알려진 직후부터 인터넷상에는 기독당을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개신교 내부에서도 기독당 창당에 호의적이지 않다. 개신교계 원로인 손봉호 명예교수(서울대), 김명혁 회장(한국복음주의협의회), 유석성 총장(서울신학대) 등이 창당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견 목회자들의 모임인 미래목회포럼도 지난 9월2일 ‘기독교 정당의 출현을 반대한다’라는 성명을 냈다. 건강한 목회를 지향하는 목회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교회2.0목회자운동은 “기독당은 선교에 걸림돌이 될 것이다”라며 창당 작업을 중지하라고 요구했다.

기독당에 반대하는 이들은 창당을 추진하는 인사들의 됨됨이를 문제 삼았다. 구교형 성서한국 사무총장은 지난 9월8일 <뉴스앤조이>·<에큐메니안>이 주최한 좌담회에서 기독당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이 정치를 하기에는 함량 미달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질 낮은 발언과 극단적인 행동으로 유명한 전광훈 목사, TV 목사라는 별명으로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는 장경동 목사, 특정 정당과 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지했다는 이유로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여러 차례 주의를 받은 김홍도 목사 등이 기독당의 주역이다”라고 했다. 구사무총장은 “사회적·종교적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정치에 집착해온 이들이 이제는 기독교 정당을 통해 직접 정치권력을 획득하려고 한다”라고 덧붙였다.

 “창당 시기 부적절, 인물은 함량 미달”

기독당이 내세우는 정책도 논란이 되고 있다. 전광훈 목사는 창당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친북·좌경 세력을 척결하여 이념 논쟁을 종식시키고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바로 세운다’ ‘자본주의 원칙에 충실한 가운데 빈부 격차를 줄이겠다’라고 공언했다. 또 △일률적으로 무료 분배하는 사회주의적 복지주의 배격 △스쿠크법·동성연애법·불교 자연공원법 저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배덕만 복음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기독당이 특정 이념에 치우쳤다고 비판했다. 배교수는 “기독당은 한나라당을 좌파로 규정하고 본인들이 정통 우익이라고 주장한다. 한반도는 과도한 이념 싸움 때문에 분단되었고, 지금도 갈등을 빚고 있다. 이제는 화해와 통일을 추구해야 한다. 구시대적인 이념을 기독교의 이름으로 내세우는 것은 옳지 않다”라고 말했다.

기독당 창당이 종교 간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 9월14일 한국교회언론회 주최로 열린 기독당 관련 토론회에서 송평인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한국은 다종교 사회이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종교 간의 평화를 잘 유지해왔다. 그런데 이런 평화가 기독교의 정당 정치로 깨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송위원은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기독교에 대한 타 종교의 공격이 많아졌다. 여기에 기독당 창당으로 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했다.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토론회에서 “많은 사람이 기독교를 ‘개독’이라고 깎아내리고 있다. 국민들은 기독당 창당에 수긍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목회자의 성 문제, 교회 세습,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금권 선거 등으로 비난받는 상황에서 기독당이 출범할 수 있는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비난 여론과 함께 애초 기독당에 참여한다고 알려진 조용기 목사와 김삼환 명성교회 목사도 자신들은 창당 작업과 무관하다며 발을 빼고 있다. 이 때문에 기독당이 몇몇 개신교 인사들의 해프닝으로 끝날지도 모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전광훈 목사는 창당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오는 9월20일에는 창당 대회를 개최한다. 전목사는 “조용기 목사 등 원로들이 외부의 압력을 받았을 것이다. 2선에서 기도로 도와줄 것이라 믿는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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