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길로 ‘N스크린’ 몰려온다
  • 최진순│중앙대 신문방송학부 겸임교수 ()
  • 승인 2011.10.10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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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헬로비전 ‘티빙’ 도입 후 지상파 가세하면서 경쟁 본격화…안정성에 대한 사용자 불만은 여전

동일한 콘텐츠를 다양한 기기를 통해 볼 수 있는 ‘N스크린’ 방송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N스크린은 TV, PC, 태블릿PC, 스마트폰 등 사용자의 단말기에서 하나의 콘텐츠를 끊김 없이 볼 수 있는 서비스로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수많은 기기로 확장되고 있다. 가령 PC로 내려받은 영화를 외출 시에는 스마트폰으로 이어서 보고, 귀가해서는 이동 중 보고 있던 동영상을 집안 PC나 다른 기기에서 그대로 이어 볼 수 있는 것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사용자는 대부분 한 번 값을 지불한 콘텐츠를 특정 기기에서만 이용할 수 있었다. 기기 간 호환도 되지 않고 콘텐츠도 저작권(DRM) 문제로 제약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용자의 콘텐츠 소비 패턴이 실시간보다는 주문형(VOD; Video on Demand)으로 바뀌고 있다. 또한 TV와 같은 전통적인 미디어 플랫폼이 아닌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처럼 개인용 단말기를 통한 콘텐츠 소비가 대폭 늘어나고 있는 것이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이동통신 사업자들도 모두 뛰어들어

N스크린 TV 서비스를 본격화한 것은 국내 최대 MSO(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인 CJ헬로비전이다. CJ헬로비전은 지난해 6월 ‘티빙(Tiving)’으로 KBS·SBS 등 지상파 방송과 1백30여 개 실시간 채널 그리고 VOD 1만편(건별 유료)을 제공 중이다. 여기에 지상파가 뛰어들면서 시장 경쟁을 촉발시키고 있다. 연내 개국하는 4개 종합편성 채널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지상파 방송 사업자가 N스크린의 향후 가능성에 주목한 것이다. MBC는 10월 초 PC,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3개 기기에서 6개 채널 실시간 방송을 제공하는 ‘푹’ 서비스로, KBS는 1·2TV와 라디오 등 10개 채널을 시청할 수 있는 ‘K플레이어’로 N스크린 방송을 시작했다. 한마디로 스마트폰에서 MBC <무한도전>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주파수 대신 유·무선 통신망으로 지상파 방송사업자의 실시간 방송을 볼 수 있는 시대가 열린 셈이다.

IPTV로 천당과 지옥을 오가며 시장 경험을 충분히 한 세 개 이동통신 사업자도 올해 상반기를 기점으로 N스크린 경쟁에 불을 붙였다. KT는 30여 개 실시간 채널을 제공하는 ‘올레TV 나우’를, SK텔레콤(SK플래닛)은 8천여 개 VOD를 갖춘 ‘호핀’을, LGU+는 HD급 고화질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유플러스 박스’를 잇따라 내놓았다.

각 미디어 기업이 사용자의 콘텐츠 접근성과 편의성을 끌어 올려온 N스크린 서비스는 현재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연계해 사용자의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적극 수용 중이다. 드라마를 보면서 공식 홈페이지 게시판에 시청 소감을 등록하거나 논쟁하는 문화를 접목하는 것이다. 트위터·페이스북 같은 SNS를 통해 시청과 동시에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소셜 TV(Social TV)’는 이미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 활발히 도입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티빙의 경우 TV를 보면서 ‘티빙톡’을 통해 지인과 채팅할 수 있다. 특정 콘텐츠를 소비한 사용자들끼리 대화를 나누고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결국 콘텐츠 충성도를 높인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과부하에 따른 방송 끊김 현상 개선 시급

그러나 N스크린 서비스는 여전히 안정성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LTE 상용화,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 등 통신 네트워크의 환경이 개선되고 있지만, 과부하에 따른 방송 끊김 현상은 여전히 사용자의 불만을 사고 있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킬러 콘텐츠 확보 경쟁이 이 시장의 주도권을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미디어 기업도 합종연횡을 거듭하는 양상이다. 지상파 방송 사업자가 콘텐츠 재전송 문제로 SO와 갈등을 벌인다거나 IPTV나 포털에 콘텐츠를 공급하려는 것 역시 시장 내 복잡한 역학 구도가 낳은 일이다.

N스크린 시대에는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 가치 사슬을 제대로 엮어 우위에 설 수 있는 발판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N스크린 경쟁은 과열되고 있지만 수익 모델에 대한 의문이 가라앉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독식하려면 많은 출혈이 불가피하고 그만큼 위험 요소도 늘어난다. CJ헬로비전의 한 관계자는 “N스크린이 수익 모델이 되느냐 여부를 떠나서 SO 플랫폼 외에 미래 생존의 기반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망이 없는 사업자는 스마트 미디어 기반의 플랫폼을 가져갈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상호 파트너십이 결정적인 요소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향후 미디어 기업 간 활발한 짝짓기도 예고되는 부분이다.

현재 N스크린 방송 서비스 가입자 규모는 늘어나고 있으나, 그중 유료 가입자의 비중은 아주 낮은 편이다. 한 지상파 방송사업자는 “과거 포털 사업자, P2P(웹하드) 업체와 지상파 방송사 간 콘텐츠 저작권 분쟁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포털·P2P 업체의 콘텐츠 무단 활용만 제대로 정리해도 수익 챙기기가 용이하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광고 시장도 단말기 보급 속도를 고려하면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N스크린은 그 연장선에서 내실 있는 서비스를 하기 위한 지속적인 투자 흐름에 놓여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업계가 공동의 목소리를 내는 정지 작업도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N스크린 노다지 캐기’는 미디어 기업 내부의 콘텐츠 기획·생산·유통 등 전 과정의 혁신은 물론이고, 시장 성숙이라는 적지 않은 진통과 기회 비용을 지불한 뒤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여 년간 미디어 생태계의 주인공으로 성장한 스마트 사용자(Smart Audience)들의 거센 입김과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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