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계’와 ‘시민운동 세력’ 맞붙다
  • 감명국 기자·김형구│세계일보 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1.10.10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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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박원순 후보 캠프 ‘주력군’ 비교 / 나후보측, 친박계 소수…박후보측, 민주당 인사 별로 없어

▒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 캠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박원순 무소속 후보가 박영선 민주당 후보를 간발의 차로 제치고 ‘야권 단일 후보’로 선출되면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지난 10월3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 차려진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의 캠프 사무실에서는 상대적으로 썰렁함과 함께 조바심 내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이날은 서울 지역 의원 및 당협위원장 선거대책회의가 예정되어 있었으나, 친박계인 이성헌·이혜훈·구상찬 의원 등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친이계와 친박계 그리고 소장파와 시민사회 세력을 모두 아우르는 매머드급의 통합 선대위를 구성할 것이다”라던 나후보측의 자신감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었다. 결국 당초 10월5일로 예정되었던 선대위 출범식도 조직 구성에 난항을 겪으면서 6일로 연기되었다.

결과적으로 선대위원장은 원희룡 최고위원과 박진·권영세·이종구 의원 등 네 명이 맡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선대위 고문은 홍준표 대표와 정몽준 전 대표 그리고 이재오 전 특임장관이 맡았다. 권의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친이계 일색이었다. 당초 이들 자리에 거론되었던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해, 홍사덕 의원, 박세일 한반도재단이사장, 최병렬 전 대표 등의 이름은 빠져 있었다. 친박계의 한 의원은 “내년 총선이라면 또 모를까. 서울시장 보선에 박 전 대표가 선대위원장을 맡는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는가. 저쪽(나후보)이 오버한 것이다”라고 일축했다. 그는 “홍의원의 경우도 대구 지역구 의원이 서울시장 선거에 고문을 맡는 것은 모양새가 좀 그렇다”라고 말했다. 여전히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최 전 대표 역시 얼마 전 기자와의 만남에서 선거 참여 가능성에 대해 묻자 “그럴 일은 절대 없다”라며 강하게 손사래를 쳤다.

나후보측에서 특히 공을 들인 것은 박이사장 쪽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석연 전 법제처장을 ‘범여권 시민사회 후보’로 밀기도 했다. 나후보측은 계속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나, 그는 10월6일 출범식에 함께하지 않았다. 17대 때 한나라당 의원을 지내기도 했지만, 박이사장은 ‘반한나라당’ 정서가 상당히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8·24 무상급식 주민투표’ 직후에도 <시사저널>과의 전화 통화에서 “한나라당은 문을 닫아야 한다”라고 직설적으로 한나라당을 비판한 바 있다.

선대위 총괄본부장을 친이계의 진영 의원과 친박계의 이성헌 의원이 맡고 있지만, 이는 계파 간 안배 성격이 강하다. 실질적으로 나후보 캠프를 움직일 핵심 인사로는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강승규 의원과 캠프 공동대변인을 맡고 있는 안형환·신지호·이두아 의원 등이 꼽힌다. 여기에 조직총괄본부장을 맡은 김성태 의원과 기획본부장 정태근 의원, 정책본부장 김성식 의원 등 소장파들이 브레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눈에 띄는 것은 오세훈 전 시장을 보좌했던 핵심 측근들도 나후보 캠프에 가세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장은 전 정무부시장, 강철원 전 정무조정실장, 이종현 전 대변인, 황정일 전 시민특보 등이다. 나후보측에서 이들의 영입에 직접 나섰다는 후문이다. 이들 4인방이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오세훈 당선’을 이끈 주역들이기 때문에 선거 전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 무소속 박원순 후보 캠프

서울시장 야권 단일 후보인 박원순 무소속 후보의 캠프 사무실은 서울 안국동의 옛 참여연대 건물 2층이다. 이 사무실은 평소 ‘투명한 정보 공개’를 강조했던 박후보의 슬로건에 맞춰 실내 곳곳을 투명 유리로 장식했다. 캠프측은 곧 카메라도 설치해 선거대책회의 등 내부의 돌아가는 상황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한다는 계획까지 세워두고 있다. 기존 정치권과의 차별화 전략을 꾀하겠다는 의도이다.

10월7일 후보 등록과 함께 출범한 박후보 선거대책위원회는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등 야 3당과 시민사회 단체 핵심 인사들이 총출동한 ‘연합군’으로 꾸리는 데는 일단 성공했다.

민주당에서 시장 후보를 내지 못한 데 대해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가, 다시 이를 거둬들이며 ‘박원순 후보 당선’을 위해 전력을 쏟겠노라고 한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선봉에 섰다. 상임선대위원장을 제의받고 이를 수락한 것이다. 여기에 민노당 이정희 대표,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 ‘혁신과 통합’ 상임대표인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공동선대위원장에 이름을 올렸다. 또 야권 후보 단일화 경선에서 박후보와 겨뤘던 민주당 박영선 후보, 민노당 최규엽 후보는 공동선거대책본부장으로 참여했다. 물론 민주당에서 손대표와 박영선 전 후보가 가세했지만, 그 밖에는 크게 눈에 띄는 인물이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 당시 경기도지사 선거 때처럼 민주당의 협조가 형식에 그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역시 기존 정치권보다는 시민사회 단체 출신 인사들이 대거 포진되어 있다. 박후보가 ‘시민운동의 대부’ 시절 진두지휘했던 참여연대와 희망제작소는 물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녹색연합, ‘희망과 대안’ 등 약 20개 단체 출신 인사들이 주력군이다. 캠프 실무 총괄 책임은 박후보의 뒤를 이어 참여연대 사무처장직을 지낸 김기식 ‘혁신과 통합’ 공동대표와, 경실련 정책실장 출신의 하승창 ‘희망과 대안’ 상임운영위원장이 맡았다. 한겨레 기자 출신인 윤석인 전 희망제작소 부소장도 함께한다.

선대위의 ‘얼굴’ 격인 대변인은 송호창 변호사가 맡는다. 민변 사무차장과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부소장을 지낸 송변호사는 과거 송두율 교수 사건, 정연주 전 KBS 사장 해임 무효 확인 소송 등을 변론했었다. 전략기획팀은 박진섭 생태지평연구소 부소장이, 정책팀은 서왕진 환경정의연구소장이 맡는다. 공보팀장에는 동아일보 국제부장을 지낸 김창희 전 프레시안 편집국장이 발탁되었다. 박후보를 하루 24시간 내내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수행 업무는 김민영 전 참여연대 사무처장이 챙긴다.

이와 함께 캠프 상황실장은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인사검증 담당 행정관을 지낸 권오중씨가 맡고,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뉴미디어팀은 파워블로거로 알려진 유창주 전 아름다운 재단 사무처장이 맡는다.

단일화 경선 과정에서 ‘박원순 후보 지지’를 선언했던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소설가 공지영씨 등 이른바 ‘강남 좌파’ 인사들도 박후보의 ‘장외 우군’을 자임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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