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4사 ‘간판 콘텐츠’ 뚜껑 열렸다
  • 채은하│프레시안 기자 ()
  • 승인 2011.10.16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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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jTBC·신중한 TV조선·다양한 채널A·실속파 MBN 등 색깔 드러내며 개국 준비 마지막 박차

오는 12월1일 jTBC, TV조선, 채널A, MBN 등 4개 종합편성 채널이 동시 개국한다. 아직 채널 번호가 배정되지 않았지만, 각기 매체 설명회를 열고 각자의 신문 지면을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등 본격적인 광고 수주전에 돌입한 모양새이다. 동아일보 종편 채널인 채널A가 지난 10월5일, 중앙일보 종편 채널인 jTBC가 지난 6일 각각 광고주와 광고 회사 관계자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열었다. 또 조선일보 종편 채널인 TV조선은 18일, 매일경제 종편 채널인 MBN은 24일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사실상 종편사들이 직접 영업에 나선 셈이다.

신문사 이미지 감안, 대형 다큐물에도 관심

하루 24시간 종일 방송이 가능하고 중간 광고도 허용되는 이들 방송이 직접 영업을 하는 문제는 일단 접어두더라도, 이들이 치열한 광고 수주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느냐는 결국 얼마나 괜찮은 콘텐츠를 제공할 것이냐에 달렸다. 채널A와 jTBC가 진행한 설명회가 이들 방송에 출연할 연예인들까지 동원한 프로그램 설명회 식으로 진행된 것도 결국은 종편의 성패는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 프로그램에 달려 있음을 보여준다. SBS가 개국 당시 대대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모래시계>를 통해 지상파 방송으로서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각 종편사들은 신문사의 위상을 감안해 수준 높은 교양 다큐멘터리의 제작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jTBC 취재진이 최근 중국 옌볜 지역과 두만강 유역에서 취재 활동을 벌이다 한때 중국 공안에 억류되기도 했다. 이들은 ‘북한의 두만강 개발 사업’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 위해 현장 취재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채널A 역시 개국 특집 다큐멘터리로 <트로이의 하얀 묵시록> 3부작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TV조선 또한 “최고 수준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겠다”라고
여러 차례 공언한 바 있다. 

종편사들이 개국과 함께 내세울 콘텐츠 중 가장 크게 눈길을 끄는 것은 역시 드라마이다. 모두 외주 제작으로 진행되지만 시청률과 채널 주목도를 결정짓는 데 가장 중요한 요충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종편 채널 중 사극부터 마니아 드라마까지 가장 폭넓은 라인업을 내놓은 곳은 jTBC이다. jTBC는 <빠담빠담…그와 그녀의 이야기> <발효가족> <총각네 야채 가게> <인수대비> <아내의 자격> <여자가 두 번 화장할 때> 등 다수의 드라마 계획을 발표했다. <빠담빠담…>은 노희경 작가가 집필하고 정우성, 한지민, 김범이 출연하는 판타지 멜로물이다. 개국 특집 드라마인 <발효가족>은 <마왕> <부활> 등 색깔 있는 드라마를 만들어온 박찬홍 감독과 김지우 작가의 작품으로 맛있는 김치로 유명한 한식당을 배경으로 혈연이 아닌 이들이 대안 가족을 만들어가는 이야기이다.

<빠담빠담…>과 <발효가족>이 마니아층을 겨냥한 드라마라면 지나친 사교육에 갈등하던 주부가 이웃집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는 <아내의 자격>, 아침 일일드라마 <여자가 두 번 화장할 때> 등은 시청자들에게 친숙한 통속극으로 보인다. 또 채시라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사극 <인수대비>와 야채 가게를 전국 33개 매장으로 확대시킨 젊은 CEO 이영석씨의 실화를 다룬 <총각네 야채 가게>도 눈길을 끈다. TV조선의 드라마 진용 구성은 다소 늦어지는 분위기이다. 애초 TV조선은 황정민이 출연하는 대하 드라마 <한반도>를 개국 특집 드라마로 내세우며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100억원에 달하는 제작비 마련에 난항을 겪으며 방송을 내년 1월로 미루었다. 대신 개국작으로 나올 카레이싱을 소재로 한 드라마 <스피드>와 배우 천호진과 김해숙이 주연하는 <고봉실 아줌마 구하기> 등을 준비 중이고, 김수현 작가가 집필하는 특집 3부작 드라마도 선보일 예정이다. 채널A는 다른 종편사에 비해 자금난에 시달리는 것이 아니냐는 항간의 추측에도 다른 방송사 못지않은 드라마 계획을 발표했다.

이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내년 초에 방송할 50부작 드라마 <인간 박정희>. 채널A는 박정희의 명과 암, 독재자와 영웅으로서의 두 모습을 모두 조명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내년 대선의 유력한 후보 중 하나인 박근혜 전 대표의 부친을 다룬다는 점에서 정치적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그 밖에 최불암, 유호정, 김새론 등이 출연하는 가족 드라마 <천상의 화원>과 20~30대 여성을 겨냥한 트렌디 드라마 <컬러오브우먼> 등도 준비 중이다.

콘셉트·차별화 중요한 예능 분야 ‘입단속’

MBN은 여타 종편 방송사들과는 다른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MBN은 대형 투자보다는 일단 안전 지향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MBN은 “20~30대를 타깃으로 한 시트콤을 주중에 편성하고, 미니시리즈 역시 쇼와 음악이 있는 젊은 프로그램으로 차별화한다”라고 밝혔다. MBN은 청춘 멜로 시트콤을 표방하는 <뱀파이어 아이돌>과 미국식 드라마 시트콤 <너 때문에 미쳐>(가제) 등을 준비 중이다. <뱀파이어 아이돌>에는 신동엽과 김수미 등이 주연을 맡을 예정이며, MBN은 이들 시트콤의 주·조연을 맡을 배우를 뽑는 공개 오디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jTBC의 <청담동 살아요>는 김혜자의 데뷔 이후 첫 시트콤 도전으로 화제를 끌고 있다. 중견 배우의 코믹 연기 도전으로 주목받는 <청담동 살아요>는 청담동의 허름한 2층 건물에서 하숙집과 만화방을 운영하는 여주인과 하숙생들의 삶을 그린다. KBS 시트콤 <달려라 울엄마>와 <올드미스 다이어리>를 연출하고 영화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을 감독한 김석윤 PD가 연출을 맡았다. 콘셉트와 차별화가 중요한 예능 프로그램을 두고는 대다수 종편사가 스타급 MC들의 출연 소식 외에는 자세한 윤곽을 밝히지 않고 있다. 채널A의 경우 이수근이 진행하는 물물 교환 버라이어티 <이수근의 바꿔드립니다>와 신동엽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토리텔링 매직쇼> 등이 눈길을 끈다. 또 김수미, 신현준, 탁재훈 등이 진행하는 <글로벌 한식 토크 쇼킹>, 이영자가 MC를 맡은 군인들의 노래 경연 프로그램 <전군노래자랑>도 선보일 예정이다. MBN은 종편 4사 중 유일하게 개그맨 공채를 실시해 개그맨 15명을 선발했다. MBN은 이들을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슛>에 투입할 예정이며, 향후 MBN이 제작하는 각종 오락·교양 프로그램에 출연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jTBC는 우승 상금 100만 달러를 걸고 오디션 프로그램 <메이드 인 유((Made in U)>를 런칭하겠다고 밝혀 화제와 논란을 함께 불렀다. jTBC가 내건 상금 100만 달러, 약 12억원은 이제까지의 국내 어떤 오디션 프로그램보다 많은 액수인 데다 해외 오디션 프로그램과 비교해도 최고치라는 설명이다. jTBC는 당장 활동할 수 있는 아이돌 스타를 선발하겠다며 참가 자격을 1986년 1월1일 이후 출생자로 한정해 ‘나이 차별’ 논란도 일으키고 있다. 그 밖에도 jTBC는 각사의 스타 예능PD들을 대거 영입했음을 내세워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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